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 속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친척들과 함께 조상님들의 산소에 벌초를 하였다. 벌초를 하던 중 지난해하고 달라진 산소가 눈에 띄었는데 산소 주변에 칡덩굴이 덮여져 있었다. 가지고간 온갖 도구를 동원하여 뿌리까지 제거는 하였지만 산소 주변까지 칡덩굴이 들어온 것이 벌초하는 내내 개운치가 않았다.

요즘 산이나 들 그리고 도로주변이나 공한지, 과수원 옆 등에서 칡덩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칡덩굴은 번식력이 왕성하여 다른 나무를 감싸 생육을 방해하고 숨을 못 쉬게 만들어 결국 고사하게 만든다. 칡은 콩과식물로 덩굴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전 세계에 약 35종이 분포되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도로변이나 야산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칡은 추위에 강하고 바닷가나 척박한 건조지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로부터 칡은 뿌리에서 잎까지 버릴게 없어 우리 사람에게는 아주 유익한 식물이었다. 칡의 새순은 나물로, 잎은 가축의 먹이로, 줄기는 노끈이나 밧줄로, 보라색 꽃은 차로, 뿌리는 한약 재료로 쓰여 왔으며, 뿌리 속에 있는 녹말은 칡 냉면을 만드는데 이용하였다 하니 참으로 고마운 식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나이가 40대 이상의 경우 어릴 적 친구들과 칡뿌리를 군것질 삼아 질근질근 씹어 단맛을 즐기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천대를 받는 천덕꾸러기 식물이 되어 버렸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칡덩굴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매해마다 칡덩굴 생육이 왕성한데다 매체수가 급증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산림조림 사업양이 많다보니 제거하는 예산투입도 매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열악한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주는 실정이다. 제초제를 뿌려 덩굴만 고사하는 작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제거해야 한다. 산을 소유한 산림주인은 칡덩굴 제거를 반드시 하도록 행정에서 지도를 하고, 공한지나 도로변에는 지역주민이나 단체에서 나서서 덩굴제거 운동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 칡성분 함량이 미달되어 고발되는 업체가 많다는 소식을 접하는데 칡성분을 이용하여 음료나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에서 칡뿌리를 수거해오면 보상을 해주는 사업을 전개하였으면 한다.

우리속담에 칡덩굴이 뻗어 나가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보면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칡의 천적은 바로 우리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칡뿌리를 캐어 이용하면 우리 몸에 보약이 될 수가 있다.

나무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애써 가꾸어 온 나무를 칡덩굴에 뒤덮여 죽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집 울타리 안까지 칡덩굴이 들어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제 모두가 칡덩굴 이용과 제거에 관심을 갖고 좋은 제안을 내주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