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청 청사를 스스로 나선 뒤 한 달이 지나갔다.

오 시장 사퇴와 함께 퇴진한 조은희 정무부시장 등 정무직 4인방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때 이들은 인구 1000만명의 수도 서울의 각종 정책을 좌지우지하던 핵심실세였지만 현재의 위상만 놓고만 보면 야인(野人)의 처지다.

뉴시스는 28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매수 의혹사건에 뒤이어 서울시를 강타한 이른바 '안풍(安風)'(정치권을 향한 안철수의 바람)의 뒤안길에서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현재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지는 않다. 주민투표를 전후로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암중모색(暗中摸索)'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정확한 현주소다. 대부분 시정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했다.

우선 오 시장의 대외관계를 조율했던 조은희 전 정무부시장. 기자출신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더해져 남다른 친화력을 과시한 그는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다만 오 전 시장의 측근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조 전 부시장은 남편 남영찬 SKT 부사장과 '제2의 신혼(?)'을 즐기며 내조에 충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함께 서울시에 몸담았던 이들과 수시로 전화연락을 하며 오 전 시장의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사적으로는 오 전 시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던 강철원 전 정무조정실장은 자신의 위치를 '정중동(靜中動)'으로 요약했다.

바쁜 일정 탓에 못봤던 책들을 사놓고 한 권 한 권 아껴 읽고 있다는 게 그의 최근 근황. 그러면서도 자신과 함께 사퇴한 이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의 고등학교(대일고) 후배이자 민선4기 최대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120다산콜센터를 기획했던 황정일 전 시민소통특보는 자택 인근에 있는 도봉산을 등반하는 재미에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도봉산 도토리 까먹고 지낸다. 도봉산 다람쥐 다 됐다"며 웃었다.

바깥일에 바빠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도 오붓한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전했다.

오 전 시장의 '입'노릇을 하며 때로 악역을 자처했던 이종현 전 대변인은 역시 경기도 과천에 살면서 노모에게 못다한 효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퇴직 이후 한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소문에 대서는 "술을 안 마셔서 그렇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 전 시장의 각종 사업이 난타당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오 전 시장 재임시절 전임 시장들보다 서울시 홍보비가 5배 늘어났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홍보비가)100억원단위로 늘어났다지만 관광수입은 조 단위로 늘어났다"며 홍보비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서울시 빚이 25조원에 이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2008년 글로벌 위기 때 서울시는 큰 희생 없이 지났다. 서울 같은 큰 도시에서 2008~2009년 위기 때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더 큰 위기가 왔을 것"이라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차선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더군다나 25조원을 인구수로 나눠 1인당 빚이 얼마씩 한다는 것은 시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서울시 적자재정은 2조5000억원이다. 실제로 나머지는 마곡 등 분양으로 회수가능한 것이다. 그걸 가지고 25조라고 '뻥튀기'하는 것은 아무리 국정감사라지만…"이라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고실세에서 평범한 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이 앞으로 한국 정치사에서 이대로 잊혀진 인물들이 될지 아니면 오 전 시장의 재기와 더불어 제2의 도약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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