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 중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3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지원유세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문 이사장은 지난 11일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야권단일화 후보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박 후보를 지원하기로 약속 한 바 있다.

문 이사장은 이날 부산에서 상경해 오후 7시께 박 후보의 시민유세 '시민이 시장이다'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이사장은 연설에 앞서 "저는 지금 박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서울시민 여러분께 처음 인사를 드린다"며 "선거판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원유세 생전 처음"이라고 정치 초년생으로서의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문 이사장은 그러면서 "저도 박 후보처럼 (정치는)'제가 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정치에)거리를 둬 왔다"며 "노무현 재단을 잘 운영해서 노 대통령 추모기념 사업 잘 하는 것이 제 몫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노 대통령 정신을 발전시키고 확신시키는 것을 잘 해내면 제 책임을 다 해낸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긴장한 듯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문 이사장은 자신이 직접 정치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할 때에는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문 이사장은 "지금 정치 현실은 그렇게 지켜보고 비판만 하기에는 너무 암울하고, 절망스럽다"며 "6월 항쟁 이후 피땀 흘려 이룬 민주화, 남북평화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총체적으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또 "양극화, 고용불안,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해져서 보통사람들, 성인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살률도 OECD중 최고라고 하지 않는가. 노인 가구중 절반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문 이사장은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지 않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보통사람들, 서민들, 젊은 사람들, 노인들에게 희망되는 새로운 정치 시작되어야 한다"며 "그 선두에 박 후보가 있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서울 시민들께서 박 후보를 범야권 통합후보로 세웠을 때 새로운 정치의 도도한 물결이 시작된 것인데 (한나라당이)그 희망을 꺾으려고 한다"며 "지금 박 후보에 온갖 말도 안 되는 비방을 늘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순수하게 살아온 사람이 정직하게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과연 그게 가능할지, 그런 것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며 "서울시민들께서 박 후보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안철수, 박원순 현상을 놓고 정치의 위기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러나 정치위기가 아니다. 민심을 외면해왔던 정당의 위기다. 국민들하고 동떨어져서 정치가 자기들의 독점물인 것처럼 그렇게 주물러왔던 정치인들의 위기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안철수, 박원순 현상은 정치의 희망이다. 새로운 정치, 시민들이 정치의 주력이 되고, 시민들이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그런 힘"이라며 "박원순, 안철수 현상으로 박 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선출된 그 순간부터 우리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반을 두고 있는 부산의 동구청에서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지역주의가 붕괴될 기미가 있다고 전한 문 이사장은 "부산·경남부터 지역주의가 흔들리고 다음 호남, 대구, 경북에 (그 영향이)미치면 그동안 정치를 왜곡시켜온 지역주의, 노 대통령이 평생 목표로 했지만 끝내 극복 못했던 지역주의 거기서 벗어나 정상적인 정치가 가능하고, 그렇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끝으로 "시민사회와 야권정당 모두가 공동으로 구성하는 공동선대위가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데 박 후보와 함께 하자"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뒤 문 이사장은 박 후보, 손학규 대표 등과 유세차량에 나란히 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이후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될 것을 우려한 듯 취재진을 피해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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