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주목을 받아온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최근 국회를 찾아 민주통합당 의원 20여명 앞에서 강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강연 주제가 야권의 집권전략을 비롯해 미래 비전, 새시대 리더십, 정치발전 과제 등으로 '대선출마의 변'에 견줄 만큼 그 스케일이 커서 사실상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창립기념 조찬간담회'에는 이 모임 소속인 이석현·김우남·최규성·오제세·설훈·이윤석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밖에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인태 의원을 비롯해 김두관 경남지사의 싱크탱크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인 원혜영 의원도 자리했다.

정치개혁모임 회장인 이석현 의원은 이날 강연에 앞서 "의원들이 20명 넘게 나온 걸 보면 김 지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며 "김 지사는 대단히 강점이 많은 후보군 중에 한분이다. 젊고 대중적 친화력이 특출하고 개혁적이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후보"라고 추켜세웠다.

또 "지나온 길을 봐도 이장, 군수, 중앙정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까지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한마디로 평한다면 대단한 우량주, 장래가 유망한 우량주인데 저평가된 우량주"라고 소개했다.

환대를 받은 김 지사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김 지사는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명도나 능력이나 자금이나 모두 민주당이 열세인 것은 확실하다"며 "야권에서 지금 거론되는 후보 중 어느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박 위원장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국민적인 힘을 결집해야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제는 '미래 비전'이었다. 김 지사가 가장 중요시한 목표는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나라'였다.

그는 "우선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 저는 개천에서 용이 나고 공정경쟁이 가능하고 노력에 의해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 절망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판검사·의사·변호사 한명 아는 사람 없는 그런 어려운 국민들과 함께 하는 따뜻한 서민정부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지사는 ▲분배와 복지 강화 ▲고위직 불법행위 처벌 강화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 ▲생명·환경 중시 ▲이웃 공동체 부활 등 미래 목표를 제시했다.

다음 주제 '새 시대 리더십'에서는 "힘없는 국민과 함께 가는 소통의 리더십, 연대와 협력을 유도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개혁과 혁신으로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려면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지사는 잠재적 경쟁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고 한다"며 "그런데도 그 사람이 유명하고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정치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정치를 준비한 사람, 국민 속에서 정치를 익힌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맞다"며 "이것이 정상적인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을 향해 "자기 당을 좋은 당으로 만들고 좋은 후보를 키울 생각은 않고 대선 때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며 외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전문가들도 김 지사의 대권행보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김 지사의 이번 조찬간담회는 대선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김 지사가 대선주자로 관심을 받긴 하지만 같은 야권 내 대선주자인 안철수 원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에 변화나 균열이 없으면 자신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간파한 듯하다"며 "자신이 비교우위에 있는 정치경험 등 2~3가지 측면을 강조해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강연에 현역의원 및 당선자가 20여명이나 모인 것도 김 지사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윤 실장은 "대권주자로서 의회 내에서 여러 사안과 관련해 공격과 방어를 용이하게 하고 나아가 대선레이스에서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전위부대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알려져있다"며 "총선 이후 원내대표·당대표 경선이 이어지는 등 당내 역학관계가 유동적인 현 상황이 비례대표나 초선의원들의 호감을 얻기에는 적절한 시점이라고 (김 지사가)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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