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앙숙관계인 민주통합당이 인기 드라마 '추적자'로 한바탕 분풀이를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지난 17일 종영하는 바람에 민주당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추적자는 딸의 교통사고사 뒤에 숨겨진 음모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력계 형사 백홍석(손현주 분)과 살인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대선후보 강동윤(김상중 분)의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에서 비리검사 박민찬(송영규 분)은 재벌의 주구 노릇을 하며 살인사건의 중요 증거인 핸드폰을 변호사에게 넘기는 등 모든 악역을 자처하는 등 검찰의 어두운 면을 강조한다.

극중 박민찬의 모습을 현실세계에 처음 빗댄 인물은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이었다.

민주당이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난달 19일, 박 대변인은 검찰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즘 인기 드라마가 있는데 이 드라마 속에서 '원숭이에게 검사복을 입혀놔도 당연히 승소한다'는 검사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국민들 가슴에 와 닿는다"며 "여기서 와 닿는 건 검사가 승소한다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라는 단어"라고 검찰을 조롱했다.

이어 "언론보도만 제대로 읽어봐도 내곡동 땅 문제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에 의혹이 있는지 다 아는 사실을 유독 검찰만 몰라서 헤매고 있다고 한다"며 "이번 추가고발에 대해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는지 지켜보겠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검찰에 출두한 7일에도 박 대변인은 "이렇게 정황과 증거가 분명한데도 검찰이 대선자금수사를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한다면 '검사복을 입은 원숭이'라는 추적자란 드라마에서의 조롱을 피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상득·정두언 두 정권 창업공신들의 검찰소환이 먼지떨이 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선자금수사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검찰이 '검사복을 입은 원숭이'라는 조롱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변인의 '추적자' 따라잡기는 계속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받은 거액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실토한 지난 17일, 박 대변인은 다시금 추적자 속 대사를 인용했다.

박 대변인은 "TV드라마에서 '검찰은 바람 불면 풀보다 빨리 눕는다'는 비아냥거림이 등장하고 있다"며 "불법대선자금이라는 거악을 앞에 두고 검찰은 지금 권력이라는 미풍에도 납작 엎드리려 하지만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할 때가 됐다"고 이명박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를 꺼리는 검찰을 비난했다.

이어 "진실은 언제까지 숨기거나 은폐할 수 없다. 바람보다 먼저 누우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강직한 일선 검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이 대통령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재촉했다.

박 대변인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탓에 드라마 내용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1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최근 TV드라마 '추적자'가 국민드라마가 됐다고 한다"며 "선량한 사람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자가 검찰을 한통속으로 만들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억장이 무너졌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야 했다"고 드라마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그 아버지처럼 지금 저의 마음도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제1야당 원내대표인 저를 겨냥한 정치검찰의 짜 맞추기 공작수사가 펼쳐지고 있다"고 자신의 처지를 드라마 속 백홍석에 빗댔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수사행태를 비판하는 데도 추적자를 활용했다.

그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드라마 추적자에는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법은 침묵한다. 검사는 나쁜 사람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잡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며 "바로 이것이 정치검찰의 현실"이라고 검찰의 친정부 성향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검찰을 위해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검찰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추적자 따라잡기에 새누리당은 탐탁찮다는 반응이다.

박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고 난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 의혹을 해명하는 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검찰을 공격하며 텔레비전 드라마도 언급하더라"며 "재밌게 본 것으로 그칠 것이지 드라마를 자신의 의혹을 해소하고 검찰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까지 활용하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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