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연료로 4년간 제주도민을 속여 온 제주시
고형연료로 4년간 제주도민을 속여 온 제주시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9.03.1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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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 후 남은 쓰레기, 고형연료로 생산하려 했으나 실패...
실패 사실 숨긴 채 압축쓰레기를 '고형연료'라고 속여 도외반출 해 와

제주시가 지난 2015년 8월부터 압축쓰레기를 '고형연료(SRF)'라고 속인 채 도외반출 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 윤선홍 청정환경국장이 지난 14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를 했지만, 제주도의원들은 국장 선에서 그칠 게 아니라고 비판하면서 제주시장이나 제주도지사가 직접 도민에게 사과하고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15일 개최된 제370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예정된 현안보고를 뒤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압축폐기물 처리 상황에 대한 특별업무보고를 받았다.

MBC PD수첩이 지난 12일 방송한 내용 때문에 제주시가 부랴부랴 사과 기자회견을 연 데 따른 조치였다. 방송에서도 이미 드러난 내용이었지만, 이날 특별업무보고를 통해 제주시가 지난 4년여 동안 제주도민을 속여왔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

▲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이 제주도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Newsjeju
▲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이 제주도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Newsjeju

# 고형연료의 정체, 처음부터 제주시는 알고 있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제주시는 처음부터 압축쓰레기를 고형연료로 만드는 데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형연료'라고 속이고 업체로 넘겼던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시는 북부광역소각장에서 1일 처리할 수 있는 한계용량보다 70톤이 초과되자 넘쳐나는 쓰레기를 고형연료로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시는 38억 원을 들여 2015년 8월께 SRF(고형연료) 생산시설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박원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SRF 생산시설을 만든 업체의 사업설명서엔 '압축포장시설 기계설비'라고 명시돼 있었다. 고형연료 생산 장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만들어진 고형연료는 환경부 기준(수분함량 25% 미만)을 통과하지 못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인 탓도 있지만, SRF 생산시설에 탈수와 건조 공정을 추가하지 않아서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당연했다. 제주시는 고형연료 생산장비를 만들라고 주문하고 38억 원을 지출했지만, 정작 업체는 고형연료가 아니라 단순 압축장비를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은 "이건 제주시가 사기를 당했거나, 알면서도 묵인해 준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장비 설계 허가가 어떻게 이뤄진건지 의아한 지점이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지난해 제주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이를 '고형연료'라고 보고했고, 실제 업무보고서에서도 고형연료로 만들어 도외반출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더군다나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를 뻔히 알고 있었을텐데도 "공정과정이 하나 빠져서 그렇게 된 것"이라거나 "처음 목적은 그거였지만 지금은 압축포장폐기물 시설이라 부른다"는 식으로 둘러대기에 급급했다.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은 "그러면 처음부터 고형연료를 생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게 아니냐. 그런데도 고형연료라고 보고했다"고 꼬집었다. 윤선홍 국장은 "건축허가 상 증축이 필요한데 용적률이 안 맞아서..."라는 변명으로만 빠져나가려 했다.

즉, 제주시가 처음부터 잘못된 걸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보고를 한 것이다.

▲ 제주시의 압축쓰레기 처리 실태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선 따져 묻고 있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도의원들. 왼쪽부터 강성의, 강연호, 박원철, 이상봉 의원. ©Newsjeju
▲ 제주시의 압축쓰레기 처리 실태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선 따져 묻고 있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도의원들. 왼쪽부터 강성의, 강연호, 박원철, 이상봉 의원. ©Newsjeju

# 2017년 9월에 해운업체로부터 소송 당했으나 숨기기 급급했던 제주시

제주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압축쓰레기를 '고형연료'라고 부른 뒤 재활용업체로 떠넘겼다.

고형연료로 만드는 과정은 제주시가 1년에 100억 원가량을 한불에너지관리(주)에 지불해 맡겼으며,  한불에너지 측은 약 14억 원을 (주)네오그린바이오에 재위탁을 주고 처리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한불에너지는 네오그린바이오와 협약서를 체결할 때 압축쓰레기가 해외로 수출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네오그린바이오는 2016년에 발생한 압축쓰레기 중 2712톤을 2017년 1월 13일께 해운업체를 통해 제주항에서 선적해 필리핀으로 수출했다. 허나 필리핀 세관으로부터 '고형연료'가 아니라 단순 압축쓰레기임이 발각돼 거부당했고, 반송된 압축쓰레기를 실은 배(크리스티나호)는 2개월 동안 공해상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그러다 그 해 5월에야 평택항에 하역됐다.

제주시는 이 때(2017년 5월)서야 해외로 불법 수출된 쓰레기가 제주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된 시점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제주시는 2017년 9월께 해운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게 된다. 공해상에서 2개월 동안 대기하면서 발생한 손해배상을 행정이 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게다가 해운업체는 MBC PD수첩 방송에서 자신들이 실은 물건이 압축쓰레기가 아니라 '고형연료'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제주시와 한불에너지, 네오그린바이오는 2016년과 2017년 두 해 동안 이것이 압축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 해운업체에게 그 정체를 숨기고선 재활용품(고형연료)이라고 속여 도외로 반출시켜 왔던 것이다.

해운업체의 소송은 당연했다.
제주시는 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은 "소송에서 제기된 내용을 보면 해운업체의 주장이 너무나도 타당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이 사실을 여태껏 숨겨오기만 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주시의 압축쓰레기 불법 수출 논란과 관련해 이날 관계 공무원들을 출석시켜 특별업무보고를 하게 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주시의 압축쓰레기 불법 수출 논란과 관련해 이날 관계 공무원들을 출석시켜 특별업무보고를 하게 했다. ©Newsjeju

# 국장 선에서 사과 처리로 끝낼 일 아냐

강연호 의원(무소속, 표선면)은 이게 과연 국장 선에서 처리할 일이냐고 호되게 질책했다. 강 의원은 "2017년 5월에 해외로 나간 걸 알았고, 그 이후 상당시간 제주도민을 속여 온 셈인데 언론에서 보도가 안 됐다면 그대로 지나쳤을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이게 과연 국장 선에서 그칠 문제냐"라며 "행정에서 사안을 너무 침소봉대하는 거 같다.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나와서 대시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꼬집었다.

박원철 위원장은 한불에너지관리(주)의 제주사업소장을 불러세웠다.
박 위원장은 "네오그린바이오가 2015년에 설립됐고 한불에너지 측과는 2016년에 최초 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나선 바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2017년에 2차 계약을 맺었다"며 "대체 정신이 있는 것이냐. 이건 제주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니냐"고 힐난을 쏟아부었다.

이에 김동석 한불에너지관리 제주사업소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박 위원장은 "한불에너지가 제정사업하는 것이냐. 제주도로부터 이윤사업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소장이 "그럴 수 없다"고 답하자, 다시 박 위원장은 "그런데도 제주시는 재위탁하도록 허락했다. 이러니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제주시에선 SRF라고 우겼었고, 이 부분에 대해 박원하 제주자치도 환경보전국장과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 한불에너지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의회에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호통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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