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발전소라는 태양광 발전의 그늘, 재테크? 사기?
연금발전소라는 태양광 발전의 그늘, 재테크? 사기?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9.06.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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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추적60분, 제주 비롯 전국의 태양광 발전사업 피해사례 방영
국가사업으로 태양광 발전사업 권장해 온 정부, 피해사례 집계조차 안 돼
▲ 지난 14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영된 KBS1 '추적60분'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 지난 14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영된 KBS1 '추적60분'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태양광 발전사업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홍보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부터 태양광 발전사업을 적극 권장해왔던 정부는 그간 사업규모를 늘리기만 할 뿐,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보전해주기는커녕 피해사례를 제대로 집계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밤 KBS1의 <추적 60분>에서는 '환상의 재테크? 태양광 발전의 그늘'이 방영됐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많은 피해사례와 편법적으로 개발된 사례들이 즐비했다.

'추적60분'의 PD가 제주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 시공사 대표를 찾아가봤다. 대구광역시 소재의 C시공사 대표는 사진을 합성해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내걸어 놓기도 했다.

C시공사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위해 분양하려던 곳은 제주시 금악리의 4만 6000㎡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 허나 제주시청에 확인한 결과, 이곳은 초지법에 걸려 개발조차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그런데도 C시공사 대표는 "조만간 건축허가를 득할 것"이라며 거짓말로 회유했다. 그러자 PD가 관련부서에 문의해보겠다는 말에 "지금 민감한 시기"라며 전화를 못하게 막아서는 장면이 나왔다.

▲ '추적60분' 취재팀이 찾아간 제주시 금악리의 한 초지. C시공사는 초지법에 묶여 개발허가가 이뤄질 수 없는 이곳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며 투자자를 꾀고 있었다. ©Newsjeju
▲ '추적60분' 취재팀이 찾아간 제주시 금악리의 한 초지. C시공사는 초지법에 묶여 개발허가가 이뤄질 수 없는 이곳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며 투자자를 꾀고 있었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 제주시 금악리의 한 초지. 일반 투자자들이 해당 기관관청에 자세히 알아보지 않으면 시공사들의 꾀에 속아 넘어갈 우려가 많다. ©Newsjeju
▲ 제주시 금악리의 한 초지. 일반 투자자들이 해당 기관관청에 자세히 알아보지 않으면 시공사들의 꾀에 속아 넘어갈 우려가 많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실제 제주에서 20년간 감귤농사를 짓던 A씨의 피해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A씨는 지난 2016년에 원희룡 지사까지 나서 '태양광 농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노후자금을 투자해 연금개념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신청 접수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시작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던 111곳의 농장 중 4년이 흐른 지금 현재 가동되고 있는 곳은 55곳에 불과했다. 35곳은 포기했고, 나머지 21곳은 아직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추적60분' 측은 정식으로 원희룡 지사에게 인터뷰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제주도정은 마침 원희룡 지사가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데다가 '2019 제주포럼' 행사로 인해 바쁘다는 핑계를 들어 거절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 시책으로 추진돼 온 사업이기 때문에 한 번 운영해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한 후 지속하다보면 발전적인 부분이 나올 것"이라는 말로 대신할 뿐이었다.

이에 취재진은 5000평을 매입했다는 또 다른 투자자를 찾아갔다. B씨는 "사업부지만 마련하면 될 줄 알았는데 개발행위허가 문제도 아니었다. 한국전력으로 생산전력을 이송시킬 선로가 없다는 이유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도 없었다고 했다.

▲ 선로 개통이 힘든 지역인데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능한 지역으로 호도돼 애꿎은 피해자들만 늘고 있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 선로 개통이 힘든 지역인데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능한 지역으로 호도돼 애꿎은 피해자들만 늘고 있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제주에서의 피해사례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양반 수준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경기도 여주시로 귀농한 B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34억 원을 대출받아 37억 원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자신의 농장에 구축했다. 한 달에 25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단지를 보고 이를 결심했다는 B씨.

시공사는 B씨가 고액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알고 월 발전수익으로 1000만 원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꾀었다. 지난해 3월에 완공됐으나 3개월이 지난 그해 6월에 500만 원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이제까지 입금된 금액은 겨우 2000만 원. 알고보니 이 금액은 발전수익이 아니라 토지 임대료일 뿐이었다.

B씨의 발전수익은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시공사와 대출을 갚아야 하는 금융권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즉, 발전수익으로 B씨가 얻은 건 0원. 34억 원의 대출금을 꼬박 다 갚고 유지보수 비용도 지불하고 남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노예계약 구조였던 것이다. 그 기간이 무려 17년이었다.

결국, 투자자만 돈을 못 벌고 시공사와 금융권만 돈을 버는 구조였던 셈이다.

충주에 거주하는 김 씨는 위암 판정을 받자 지난해 1월에 사업을 접고 노후대책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에 투자했다. 시공사가 소개한 임야를 매입했으나, 길조차 없는 무성한 숲속의 가파른 산비탈이었다.

알고보니 시공사는 태양광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업체이긴 하나 청주시에 개발행위 허가 신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추적60분'의 취재과정에 이 사실이 드러나자, 3자 대면에 나섰던 시공사 대표는 되레 김 씨에게 화를 낸 뒤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고 한 후 잠적했다.

청주 지역에선 태양광 발전 사업이 최종 착공에 들어가기 위해선 무려 12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시공사는 4단계까지만 진행한 후 마치 사업허가를 따낸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투자금을 채가는 수법이었다.

▲ 태양광 발전시설에 투자한 이들의 실제 발전수익 회수 요약도. 대출금 금융권과 시공사에 유지보수 비용 등을 다 제외하고 나서야 발전수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Newsjeju
▲ 태양광 발전시설에 투자한 이들의 실제 발전수익 회수 요약도. 대출금 금융권과 시공사에 유지보수 비용 등을 다 제외하고 나서야 발전수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이렇게 복잡한 최종 개발허가 때문에 일부 시공사들은 꼼수를 부렸다. 토끼나, 염소, 버섯 등을 재배한다며 축사를 짓고 그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편법이었다.

염소 사육 시설 8개 동을 지어놓고 1∼2개 동에 몇 마리만 집어 넣어 사육하는 것처럼 위장한 후, 축사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가축사육시설 설치 허가가 훨씬 쉽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관할 지자체에선 이러한 편법에 대해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건물 위에 태양광을 짓는 방법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시공사 측에선 현장점검을 피하는 방법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10개 사업 중 3개 정도가 이렇게 편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시인했다. 편법을 확인하려면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힘들다는 변명으로 대신했다. 

'추적60분'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가려 했으나 인터뷰에 실패해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다. 산자부는 여러 문제 해소를 위해 부작용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태양광 발전이 재테크 수단으로 홍보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러한 피해사례를 집계하고 있냐는 질문엔 제대로 답하지도 못했다.

▲ 원희룡 제주도정 역시 지난 2016년에 태양광 발전농사가 일종의 '연금'이라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정 역시 지난 2016년에 태양광 발전농사가 일종의 '연금'이라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사진='추적60분' 방송화면. ©Newsjeju

이러다보니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신청했다가 취소하거나 반납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전남 지역에서만 미착공된 곳이 1만여 곳에 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임재규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홍보 자체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이 고수익을 보장한다거나 노후대책의 비전으로 제시해 투자자들을 유혹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임재규 연구원은 "불로소득으로 돈을 번다는 발상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태양광 발전을 하는 건 나름 깨끗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그 와중에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를 한다고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고수익 위주의 홍보는 자칫 매우 큰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해선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정부가 지자체가 관련 기업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원희룡 제주도정은 지난 2016년에 태양광 농사를 지으면 연 5100만 원의 수익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 바 있다. 그 홍보의 결과가 시공사들의 편법 개발로 이어지면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더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부정적 효과에 대한 제도보완과 대비책 강구 없이 일단 추진해보겠다는 발상은 인프라 확충 없이 추진되는 초기 전기차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제주자치도는 나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강구해왔다. 제주도정은 지난해 12월 4일에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지 내 개발행위허가에 대한 지목변경을 불허키로 했다. 또한 임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20년 후에 나무를 심어 다시 복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태양광 패널 설치 기준 역시 강화했다. 경사도 허용기준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하고, 면제됐던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전액 부과하도록 변경했다. 이에 따라 올해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나 줄었다.

이와 함께 시공사가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받기 전에 먼저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절차를 변경했다. 전체 절차는 6단계에서 5단계로 간소화하는 동시에 애초 사업허가 없이는 태양광을 한다고 명함을 못 내밀게 한 것이다.

한편, <뉴스제주>는 이번 사안과 맞물려 주택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서도 지키지 못할 과대광고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례를 취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후속기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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