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부터 네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 마무리
재판부 '국참' 불허···"공소사실 너무 방대하고, 증인 많아"
변호인 "즉시항고 할 것", 재판부 7월 첫 재판 예고

12월19일 오전 국가정보원이 제주시 노형동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자택을 찾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해 12월1국가정보원이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자택을 찾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첩' 혐의가 적용된 제주 도내 3명의 공판준비기일이 네 차례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너무 방대하다"는 등의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본격적인 첫 재판은 오는 7월로 예고됐다. 

19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고창건(53. 남) 전국농민회 총연맹 사무총장, 박현우(48. 남)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강은주(53. 여)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와 변호인이 희망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렸다. 

사유는 국민참여재판(이하 국참)에 배심원 자격으로 나서야 할 국민들이 사건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내내 법정에 동석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08년부터 시행된 '국참'은 국민들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칭한다. 

배심원이 된 국민은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결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을 참고해 판결을 선고에 나서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통상적으로 1~3일 안에 재판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의 결정 사항은 법원의 판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가 배심원과 다른 판결을 한다면,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은 2017년 7월 캄보디아로 가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고 입국한 혐의다. 또 같은 해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북한으로부터 13회가량 지령문을 받고, 총 14회 보고서를 북으로 보낸 혐의도 적용됐다. 

강 전 위원장은 고창건 사무총장과 박현우 위원장과 공모해 2018년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 결성을 준비했고, 지난해 8월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 결성 지침을 전달받아 노동, 농민, 여성 등 부문 조직을 만든 혐의도 더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부터 북한 대남공작원 활동을 칭찬하고 찬양하는 혐의도 추가됐다. 강은주 전 위원장에게 더해진 혐의만 '특수잠입', '탈출', '회합', '이적 단체구성', '통신', '간첩', '찬양·고무', '편의 제공' 등이다.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과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이적단체 'ㅎㄱㅎ' 결성을 함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국참 여부를 놓고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 3명에게 적용된 혐의가 '잠입·탈출', '다수의 회합·통신'. '편의제공'. '찬양·고무', '이적단체 구성', '이적 동조' 등 광범위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즉, 공소사실 법리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논리와 쟁점 다툼 호흡을 법률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이 따라잡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통상적으로 국참은 1~3일 안에 재판을 마쳐야 하는데, 제주 '국가보안법' 재판 경우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40명 이상으로 신문과 서증 조사 등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우려를 법원은 두루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올해 4월5일 공소장이 접수됐고, 변호인 측은 같은 달 21일 국민참여재판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국참과 쟁점 정리 등을 준비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은 아니다. 재판이 복잡한 경우 사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 등을 하는 단계를 말한다. 준비 기일은 검사와 변호인이 출석하고,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제주지법은 '국가보안법' 재판을 위해 ▲4월 24일 ▲5월 15일 ▲6월 5일 ▲6월 19일 총 네 차례 준비 기일을 가졌다. 이 시간 동안 원활한 쟁점 정리가 되지 않아 재판부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변호인은 '국참' 요청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금일 재판부는 결국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변호인 측은 "국민참여재판 취지에 어긋난 결정"이라며 즉시항고 입장을 내비쳤다. 

실제로도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국가보안법을 겨냥하는 시선도 현실과 맞지 않다"며 "이 연장선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2023년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판단을 들어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 

제주지법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공식적인 첫 재판을 오는 7월10일 열기로 예고했다. 변호인이 즉시항고에 나선다면,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한편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지난해 9월26일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재판 피고인은 불법체류자 중국인으로 2022년 4월 폭행으로 붙잡혔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인계된 피고는 공용기물을 파손하고, 직원의 귀를 물어뜯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간단한 사건임에도 국참 소요 시간은 6시간 20분이 걸렸다. 검찰은 징역 11년을 구형했고, 배심원은 징역 2년에서 5년 사이 '실형' 결정을 내렸다.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한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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