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물어뜯은 불체자, 제주도민 '실형' 판단
공무원 물어뜯은 불체자, 제주도민 '실형' 판단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2.09.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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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주지법, 국민참여재판 진행 
불법체류 중국인, 공무원 귀 물어 뜯어 절단···피고인 "정당방위" 주장
국참 배심원 총 7명(예비 2명 포함) 참석
검찰 징역 11년 구형···배심원 판단은 징역 5년~2년
재판부 "배심원 판결 존중"···최종 징역 4년 선고
▲ 9월26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불법체류자 중국인이 출입국청 직원 귀를 물어 뜯은 사건이다. 피고인은 "국민 정서에 판단해 보자"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Newsjeju
▲ 9월26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불법체류자 중국인이 출입국청 직원 귀를 물어 뜯은 사건이다. 피고인은 "국민 정서에 판단해 보자"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Newsjeju

"피고인이 죄인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말고, 혐의가 나기 전까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사건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은 인정합니다. 배심원 여러분은 보강증거를 살펴보고, 형량을 정해야 합니다. 법원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재판부의 발언에 법정 안에 자리한 시민 7명의 눈빛이 반짝였다. 일부는 의자에서 허리를 바짝 세우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중 5명은 배심원이고, 2명은 예비 배심원 자격이다. 적막한 법정 탓에 통역관 목소리만 우렁차게 부각됐다. 

배심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판부는 대형 모니터에 사건 관련 기록을 띄웠다. 국참 특성상 동석한 3명의 검사와 2명의 국선변호인은 배심원에게 자신들의 논리 설명에 공을 들였다.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용어는 알기 쉽게 풀었다. 검찰과 변호사는 모두 TV 모니터를 활용했다. 흡사 프로젝트가 채택되기 위해 관련자에게 열정적으로 PPT 설명을 하는 모습 같았다.  

팔짱을 낀 배심원부터 턱을 만지는 사람 모습 등 습관은 달랐지만, 진지함은 동일했다. 성별과 나이, 직업군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피고인 한 사람의 형량 기준을 정하기 위한 고심의 집중력은 지속됐다. 평소 법정 분위기와 공기가 달랐다. 배심원과 재판부, 검찰, 변호사의 열정은 방청석에 자리한 사람들에게도 전염됐다. 

피고인이 중국인이라 통역으로 곱절의 시간이 할애됐다. 재판 소요 시간은 총 6시간 20분이 걸렸다. 예비 배심원 포함 총 7명의 시민은 최후 변론까지 함께 했다. 배심원들로 선정된 5명은 마라톤 재판 끝에 징역 5년에서 2년 사이 '실형'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26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중상해', '상해', '공용물건손상', '공무집행방해', 출입국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31. 남)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원은 피고인 A씨에 징역 4년 형량을 최종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무비자로 제주도 입도 후 기간을 어기고 계속 머물렀다가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올해 4월28일 붙잡혔다. 같은 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인계된 A씨는 청사 내부 천장 에어컨 등 물건을 부수고, 계속 행패를 부렸다.

지속된 공용물건 파손 행위에 A씨는 수갑을 찬 상태로 다른 호실로 옮겨가게 됐다. 다른 방 이감 후 직원이 수갑을 풀어주자 A씨는 곧바로 출입국청 직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출입국청 공무원의 귀를 물어뜯었다. 

해당 사건으로 공무원 B씨는 귀 절반이 절단되는 중상해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B씨는 봉합 수술이 실패해 현재는 여러 차례 수술 끝에 피부 이식으로 뜯긴 귀와 유사한 형태로 재건하고 여전히 치료 중이다. 

A씨는 출입국청 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4월30일 A씨는 유치장에서 경찰관의 팔 부위를 강하게 깨문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관 팔에는 선명하게 물린 자국이 남았다. 5월12일 구속기소 된 A씨는 같은 달 제주교도소 내부 화장실 변기와 바닥, CCTV 등 2000만원 상당의 공용물품을 손상한 혐의도 더해져 법정에 섰다. 

올해 6월23일 첫 재판에서부터 피고인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줄곧 희망했다. 자신의 행위를 국민 정서에 맡겨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사유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경찰과 출입국·외국인청에서 무력을 겪었다는 취지다. 또 분노조절 장애로 심신 미약 사안 등 참작 여건이 있기에 국민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방어권을 A씨는 강조해왔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국민참여재판 쟁점은 피고인의 형량으로 흘렀다. 공소사실은 변호인과 피고인 모두 시인했기 때문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사건 관련자들은 중국인 피고인이 주장하는 무력이나 위협은 일절 없었다고 진술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 B씨는 청사 내 보호 외국인이 워낙 많기에 위협할 이유도 시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A씨가 지속적인 흥분상태에 있다가 갑작스럽게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자신의 귀가 뜯긴 상황도 몰랐다고 했다. 혈흔이 쏟아지고 나서야 인지했고 피고인은 뜯긴 귀 조직 일부를 스스로 뱉어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귀를 뜯긴 시점은 피고인 난동 제압을 목적으로 수갑을 다시 채우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언급했다. 

피해자 B씨는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위험에 노출돼 일하는 공무원이 많다"며 "이번 사건도 언론에 노출이 돼서야 부각이 됐다. 판결이 잘 나와서 공무원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배심원을 향해 호소했다. 

두 번째 증인 C씨는 경찰관으로, 피고인에게 유치장에서 팔을 물린 또 다른 피해자다. 

C씨 진술에 따르면 동부경찰서 일반 유치실로 이동된 피고의 소란은 계속됐고 결국 보호 유치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도 피고인은 옷을 다 벗고 난동 행위를 이었다. 형사와 유치실 당직자 등 8명이 투입되고 나서야 제압이 이뤄졌다. C씨는 포승을 위해 무릎을 꿇고 A씨의 다리를 잡고 있다가 팔을 물렸다. 착용한 옷 위로 물렸지만, 피부에 선명한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피고인은 깨문 팔을 놓지 않아 강제로 떼어냈다. 

변호인 측은 5월2일 찍은 피고인의 얼굴 등 상처를 토대로 물리력 행사가 있었는지 추궁했다. 경찰의 무리한 제압 과정에서 빚어진 피고인의 정당 행위 여부를 묻기 위함이다. 

증인 출석 경찰관은 "경찰 8명이 투입돼서야 겨우 제압이 될 정도로 어려웠다고 분명히 말을 한다"고 답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피고인 A씨는 모든 행위에 대한 계기가 부당한 대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출입국청 관계자가 자신에게 욕설했고, 밖에 나가서 먹을 것을 사와 달라고 하자 '내일 가능하다'며 거절했다고 발언했다. 물을 달라는 요청에는 짜증을 내면서 전달해줬다고 진술했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들었던 불쾌감은 출입국청,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 입감까지 지속돼 소란을 피우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출입국청 직원의 귀를 물어뜯은 사안도 한국인 공무원들이 중국인인 자신을 끌고 가 때릴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 이뤄진 행위라고 했다. 만일 공무원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줬다면 중상해 혐의 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A씨는 과거 중국에서 '분노 조절'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자신이 유발한 사건들은 인정하나 과거 치료 전력을 양형 감경 요소로 참작해 달라는 것이다. 

검찰 측은 배심원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고, 변호인은 외국인이 겪었을 당시 상황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피고인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했다. 

#. 검찰 

"피고인은 자신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부당 대우를 받아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합니다. 공무원에게 폭행당한 영상도 없습니다. 오히려 피고인은 출입국청 이송부터 시종일관 난동을 부렸습니다. 아무런 사유도 없는 직원 귀를 물어뜯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은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공무원입니다. 이런 사건을 겪은 공무원들은 무력감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기도 합니다. 불법체류자 신분 역시 피고인 스스로 선택한 사안입니다. 배심원들의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며 징역 11년을 구형합니다."

#. 변호인 

"공소사실을 인정한 피고인이 국참을 신청한 것은 일반 국민들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상식을 믿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의 시각에서 바라봐 주길 바랍니다. 
 경찰은 중국인 국적 피고인을 고려하지 않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습니다. 목이 마르다는 말에 출입국청 직원은 욕설하면서 물을 주는 등 모멸감을 줬습니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사달라는 제안도 거절당했습니다. 체포 과정부터 쌓인 화를 참지 못하고 사건에 이르게 됐습니다. 귀를 물어뜯은 행위도 어딘가로 끌려가서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기반된 행위입니다.
 경찰 유치장에서는 1시간 넘게 포승 당한 상태로 있어 직무집행이 과도했습니다. 피고인이 정신 상태가 원만하지 못했던 점도 참작해야 할 것입니다."

피고인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당시 너무 두려운 상황에서 경황이 없어 사건에 이르게 됐다"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까지 약 5시간이 소요됐다. 7명의 시민 중 배심원으로 선정된 5명은 평의를 위해 잠시 휴정 시간을 가졌다. 

배심원들은 평의 시간 중 유무죄 여부를 가려야 하지만,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한 사건으로 양형에 관한 토론이 주된 요소로 작용했다. 

6시간20분 재판 끝에 배심원들은 모두 실형 의견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배심원 2명은 징역 5년을 결정했다. 나머지 배심원들은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6개월, 징역 2년이다.

제주지법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을 적극 존중하고, 참작했다"며 선고 형량을 결정했다.

#. 재판부 

"사건은 직무 담당 공무원에게 반항하는 과정에서 귀를 깨물어 절단을 냈습니다. 사건 직전 피고인은 경찰 혹은 공무원에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주장하나 정황을 인정할 증거는 없습니다. 
설령 그런 사정이 있어도 죄 없는 공무원을 가해한 사건은 용납되기 힘듭니다. 피고인의 몸에 든 멍 사진은 확인됐지만, 정당한 직무집행에 반항하는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피고인은 평소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질병이 있다고 말하지만,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죄를 짓는 경우는 일반인에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도의 문제일 뿐입니다. 여러 사안을 감안해 징역 4년을 선고합니다."

마라톤 재판 후 배심원으로 선정돼 국민참여재판에 나선 한 시민은 "재판을 참여하고 싶은 제 버킷리스트가 실현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막상 경험해보니 재판부가 얼마나 고심하고 치열한 결정 끝에 판결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소감을 뒤로 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한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08년부터 시행된 '국참'은 국민들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칭한다. 

국민참여재판의 흐름은 크게 ①배심원 선정 절차 ②공판 절차 ③평의 절차 ④판결선고 등 네 단계로 나뉜다.

배심원이 된 국민은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결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을 참고해 판결을 선고에 나서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1~3일 안에 재판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의 결정 사항은 법원의 판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가 배심원과 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배심원 선정은 각급 법원별로 작성된 '배심원 후보 예정자 명부'에서 일정 수의 배심원 후보자를 무작위로 선정한다. 이후 법원에 출석한 후보자에게 질문해 자격을 확인하고, 배심원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 배심원을 둔다. 

자격은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배심원이 될 수 있다. 다만 일정한 범죄 전력이 있거나 재판에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배제 대상이다. 

제주지법 경우 마지막 국민참여재판은 2020년 1월 '특수상해' 사건 관련이다. 이후 코로나 여파 등으로 국참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재판에 나선 피고인도 국참을 희망하긴 했지만, 결국 성사되진 않았다. 

이날 진행된 제주지법 국민참여재판은 약 2년8개월 만에 열렸다. 26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국참은 공개였지만, 오전 배심원 선정 절차 등은 개인 신상정보 등 우려로 비공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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