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루방의 쓴소리/단소리]

 
예전 필자가 육지부 언론사 근무할 당시 많이 본 모습이 바로 얼마 전까지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선배들이 어느 날 갑자기 국회의원 혹은 주요 의원 보좌관으로 변하는 모습에 충격 받아 이러한 당혹스러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때 정의감에 넘친 동기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던 적이 있다.

기자들 세계에서 말하는 관계, 즉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원칙이 존재는 한다.
다만 이를 머리로만 받아들이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만......

다시 돌아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원칙, 즉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는 말이 적용되는 것은 바로 기자의 핵심부서인 정치부다.

정치부 소속 기자들은 편집부를 거쳐 문화부, 사회부, 경제부 등을 두루 거치면서 어느 정도 기자내공을 쌓게 되면 본격적인 정치부 생활이 시작된다.

정치부 생활이 길어지면서 흔히 요즘 친구들이 말하는 정치인과 출입 기자들 간 ‘썸’이라는 것이 부득이하게(?) 흐르게 된다.

정치라는 속성이 ‘사람을 이용해 정보를 얻어 판세를 분석해 나에게 이롭게 하는 일종의 고차원적 장사’라 볼 수 있다.

이를 접하는 정치인들이나 정치기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흐름을 캐취해 조사하고 향후 일어날 사항에 대해 분석해 내기 위해 서로 간에 ‘악어와 악어새’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하루하루가 전쟁터를 방불할 만큼의 치열한 판세 분석이 오가는 정치에서는 정치인과 정치 기자들 간의 ‘알 수 없는 위험한 줄타기’는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리고 내일도 반복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

국회 출입 당시 모 언론 선배는 후배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정치부에 들어가면 선수가 될 건지, 아니면 견제자로 남을 건지 빨리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고 전제 한 후 “대다수 언론인들이 견제자로 남아 선수(정치인)가 반칙하는 지 여부를 감시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들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게 되면 과감히 펜을 접고 선수로 나서야 한다”며 “자신이 믿을 수 있다는 자부심은 바로 기자의 양심이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자신의 작성한 기사라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몇 번씩 알코올에 기대어 후배들에게 ‘기자의 양심’을 부르짖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기자의 양심에 목소리를 높였던 선배는 어느 날 자신과 반대성향의 유력 대선후보를 돕는 핵심 선수로 나서면서 후배 기자들을 ‘패닉’으로 몰고 간 기억이 난다.

이글을 읽으면서 왜 갑자기 과거 기자들 이야기를 끄집어 내놓느냐라는 의아심이 들 것이다.

현재 제주지역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러한 멍석을 깔기 위해 너무 많은 서두를 나열했나 보다.

다시 돌아와서, 6,4지방선거 당시 제주지역 내 수많은 언론인들의 선거 캠프행 러시가 이어졌다.

특히, 다른 선거와 격이 다른 제주도지사 캠프에는 많은 언론인들이 감시자가 아닌 선수를 돕는 자격으로 합류했다.

무엇보다도 당선이 유력하다고 평을 받았던 원희룡 후보 캠프에 10여명 이상의 전, 현직 언론인 출신들이 대거 쏟아져 들어갔다.

원희룡 당선인의 ‘죽마고우(竹馬故友)인 강홍균 중앙언론 제주 주재 기자를 비롯하여 양원찬 예비후보의 언론총괄을 맡았던 양해석 전 편집국장, 그리고 언론인 출신인 김대희 전 공보관, 지역기자와 통신기자를 거친 김원삼 전 기자, 일간지와 방송쪽에서 근무했던 김형섭 전 기자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그리고 진보언론 창립멤버이면서 제주지역 내 산적한 현안에 대해 과감한 비난과 대안방안을 주문해 왔던 이재홍 이사의 참여도 선거의 최고의 이슈였었다.

그리고 이들의 도움을 받은 원희룡 후보가 예상대로 도민 지지율 60%안팎을 기록하며 민선6기 제주도 행정 수장 자리에 앉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캠프에서 흐름분석, 대응방안, 장책기획 등 원희룡 당선인의 입과 눈, 그리고 손과 발을 담당했던 그들의 운명이다.

현재 언론인 출신 A, B, C, D씨의 향후 행보에 지역 언론인들을 포함해 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A씨와 B씨는 민선 6기 제주도정 핵심 보직을, C씨와 D씨는 제주도개발공사 혹은 관광공사의 주요 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외에도 남은 언론인들은 작은 기관으로 보직을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제주정가에 마치 시살인양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항이 현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과거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과거 도지사 선거에서는 말할 것도 없으며, 근래에 들어 김태환 도정이나 우근민 도정에서도 선거에 적극 나서면서 당선에 힘을 보탠 언론인들에게 도정 주요 보직이나 지방공기업, 아니면 도청 산하 기관 크고 작은 보직으로 꿰차 왔었다.

필자가 장문의 글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일각에서 부는 정치참여에 대한 언론인들에 대한 색안경 풍조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언론인이 회사를 나와 자연인으로 선거에 직접 임하던지, 혹은 지원에 나서는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를 가로막거나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와 언론인과의 정신적 유대를 통한 정치적 이해가 동일하다면, 그리고 그러한 철학이 올바른 정책에 반영되어 사회 내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형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향후 정치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즉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면 올바른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취재현장에서 땀 흘리는 이들에게 큰 누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것이다.
언론인이라는 과거의 발자취는 그대로 따라갈 것이기에 자신들의 앞으로 행보에, 현재 냉철한 이성으로 감시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현직 기자들을 적으로 만들지 아니면 동지가 될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