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예래단지 해법, 왜 아직도 답보 상태인가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으면서 도내 각종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해진 상황이 도래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판결은 지난달 20일에 나왔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선 여전히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유와 그 사태 전말에 대해 짚어봤다.

 

▲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감도. 사업허가 무효 판결이 내려지면서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준공하려던 높이 240m의 초고층 빌딩 계획은 무산됐다. ⓒ뉴스제주

# 이제 어떻게 되나

대법원 판결에 따라 JDC와 이 사업에 직접 투자한 버자야 그룹, 사업을 허가한 서귀포시, 토지수용을 담당했던 제주도 등 여러 관계 부처와 기업들 간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법을 고치던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JDC나 행정 모두 소송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떨어지면 사업 중단은 명백해진다. 그리하면 버자야 그룹은 제주도와 JDC를 상대로 막대한 투자금 손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 당연하다. 사업자는 JDC에 따질 거고, JDC는 다시 사업 허가를 내 준 서귀포시에 따지게 된다. 허나 이제 서귀포시에겐 행정권한이 없어 도청에서 짊어져야 한다.

사업자뿐만 아니다.
이경용 도의원(새누리당)의 설명에 따르면 토지 강제수용재결처분을 받은 토지주는 유원지 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과 유원지실시계획승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해배상액으로 당시 처분받은 토지 감정가의 4.2배를 챙길 수 있어서다.

소송을 제기하면 거의 100% 승소한다. 대법원의 판례였던 토지를 매매한 부분에 대해 공익적 목적에 사용하지 않았음을 이유를 들면 행정은 대응책이 없다. 이에 토지주들은 환매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토지는 JDC에서 버자야로 넘어갔으니 환매권을 청구할 수가 없게 됐으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해배상 신청자는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4명에 준하지 않는다. 강제수용 당한 토지주와 협의매수에 응한 토지주까지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업허가 자체가 원인무효됐기 때문이다. 당초 108명 토지주의 167필지에 대한 보상비는 176억 7700만 원이었다. 이 의원의 설명에 따라 4.2배로 인상된 감정가로 책정해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JDC는 토지주들에게 약 600여억 원을 추가로 더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래단지와 유사한 절차를 거친 유원지 개발사업들에까지 소송전이 전개가 된다고 감안하면 손해배상 규모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현재 도내 유원지 개발사업 중 예래단지와 비슷한 사례는 송악산 유원지뿐이다.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토지수용재결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원 지사의 이러한 발언은 두 사업장 모두 ‘유원지’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원 지사는 지난 17일 개회된 제32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해서만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 지사의 생각 또는 판단일 뿐이다. 물론 자체적으로 법리 검토를 마쳤기에 그렇게 말한 것일 수 있겠으나, 신화역사공원이나 헬스케어타운 사업에 속해 있던 원 토지주들이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해당 사업이 유원지 성격대로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신화역사공원과 헬스케어타운이 과연 ‘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공공적 시설’인지의 판가름 여부는 결국 또 법관들이 하게 될 터다.

결국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 계획도 유원지 성격에 맞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고, 절차 이행 중인 분마이호랜드와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 계획 역시 다시 수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러다 보면 투자자들은 유원지 개발사업을 꺼리게 될 것이다. 수익구조가 확실히 보여야 투자할텐데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곶자왈빌리지 조감도. ⓒ뉴스제주

# 예래단지, 이대로 물거품? 대안은...

아직 제주도정이나 JDC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내부에서 법리 검토를 거치면서 궁리 중이겠지만 이경용 의원이 제시했던 2가지 묘안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2가지 대안 중 하나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을 유원지가 아닌 도시개발법에 의한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법 개정 대안은 ‘유원지’에 대한 정의가 담긴 국토계획법을 고쳐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58조 1항에 정의된 유원지의 성격을 바꾸면 된다. 그게 안 된다면 같은 법 5항에 적시된 특례규정을 참고해 제주에 적합한 유원지 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법령을 개정하면 된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58조 5항>
유원지 중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한 개발사업으로 조성하는 유원지에 대하여는 제1항 제4호, 제5호 및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법 개정만 된다면 예래단지 문제뿐만 아니라 유원지에 얽힌 개발사업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 허나 이는 현실 불가능한 ‘꿈’일 뿐이다. 법 개정은 제주도 능력 밖의 일이고,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설득한다 해도 족히 수년은 걸린다.

사업주 입장에선 법이 개정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를 멈췄을 때 발생하는 손실금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더군다나 법 개정이 확실히 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당연 사업주는 손 털고 투자를 포기하게 된다.

허나 다른 대안인 도시개발법에 의한 사업추진 역시 비현실적에 가깝다.
대법원의 지적을 피하려면 사업자가 유원지 개발사업을 포기하고 도시개발사업으로 재신청하고 사업허가를 새로 득해야 한다. 현재 토지소유주가 버자야 그룹이기 때문에 JDC가 나설 수 없다.

게다가 유원지 지정을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유원지 개발사업으로 혜택받아 설계했던 사업계획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경우, 숙박시설이 포함돼 있으면 상업지역으로 변경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유원지 지정으로 혜택을 봤던 건축물 고도완화 적용을 못 받게 된다.

버자야 그룹은 예래단지 사업 안에 240m 짜리 호텔과 146m 높이의 카지노 호텔, 170m 리조트 호텔을 구상했었다. 초고층 빌딩으로 논란이 많았던 ‘드림타워’를 훌쩍 넘어서는 높이다.

이 계획은 김태환 전 지사가 대폭 고도완화를 해주면서 2009년 1월에 승인됐다. 그 이후 우근민 전 지사가 2011년 수립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서 고도완화 예외규정을 없애버렸다. 이 때문에 유원지 지정을 해제하고 도시개발사업에 의해 추진할 경우, 해당 초고층 건축물들은 전부 도시계획시설에 따라 30m 이하로 내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진흥지구로 재지정 받아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는데, 도시개발사업으로 숙박시설이 대부분인 예래단지 사업은 사실상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기 힘들다. 이렇게 될 경우, 버자야는 감면받았던 세액을 토해내야 한다.

많은 혜택을 포기하고 과연 버자야 그룹이 도시개발사업으로 사업을 재신청할지 의문이다. 만일 행정에서 이를 고려해 감면세액 환수에 대해 묻지 않기로 한다면 다른 사업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게 된다. 이래저래 뾰족한 대안이 없지만, 법 개정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두 번째 대안에서 보완점을 찾아 나가면서 일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공사현장. 준공 55% 단계 시점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허나 아직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이 제기된 상태는 아니어서 공사는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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