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바쁜 일정 다 물리고 부푼 마음으로 제주에 왔는데...결국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우신 노모는 몸이 아프지만 자식들이 걱정할 것 같아 꾹 참으시고, 어린 애들은 차가운 바닥의 냉기로 온몸에 열이 불덩이고...그런데 제주도나 공항공사는 모른 척 하다가 언론에 비판이 나오니 그때야 모포며 물을 나눠주는(울음)...다시는 제주에 올 일도 없고 오지도 않으렵니다.”
2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체류객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에 사는 A씨의 분노에 찬 목소리다.
이뿐만 아니다.
김 모 씨 말고도 몇몇 체류객들은 인터뷰에서 큰 목소리로 “이런 비상사태에 대한 매뉴얼이 없이 혼란만 가중한 상태에서 제2공항 건설이 가능하겠느냐”며 “있는 것부터 잘하는 것이 기본이요 원칙”이라며 격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것이 이번 폭설과 한파가 지나간 이후 제주국제공항이 여론에 드러난 상처...바로 현재의 모습이다.
일부 제주도민 개개인들이 SNS 등을 통해 불편을 겪고 있는 공항 내 체류객들을 위해 자신들의 방을 내주는 등의 훈훈한 이야기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름진 배를 채우겠다며 나선 이기적 작태로 묻히고 말았다.
이번 제주공항폐쇄로 피해본 이들은 최대 9만 명에 이를 정도다.
이들 모두가 이번 제주도와 공항공사의 미흡한 대처능력에 분노를 넘어 패닉상태에 있다.
특히,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언론을 통해 홍보했던 제주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들 9만 명의 향후 구전효과는 엄청난 반향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공항폐쇄로 인해 제주에 강제로 남게 된 체류객들은 공항 맨 바닥에 잠을 청하게 되고, 1만원에 구입한 박스나 가지고 온 옷가지를 깔고 차가운 냉기를 이겨내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또한, 먹고 마시는 물품들마저 공급이 제대로 안되면서 굶어야 했으며 이러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숙소를 찾는 길도 몇 배의 돈을 요금으로 지불해야 나설 수 있는...지옥이 따로 없는 형국이다.
이에 체류객들 일부는 제주공항측과 제주도에 이번 사태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SNS를 타고 점차 확산되자 공항공사는 박스판매를 중단하면서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2002년 생물권보존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을 인증 받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의 3관왕을 차지한 제주도.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동, 식물이 존재하고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인 제주도.
그런 제주도가 실상은 ‘종이 박스 만 원 판매’, ‘기본거리 택시비 10만 원’, ‘체류객 차량에 불법 주차 딱지’, ‘채류객들을 외면한 제주도와 공항공사 간 책임 넘기기’ 등 등...
제주라는 우리 뇌리 속에 가졌던 자랑스러운 고유의 브랜드가 이러한 오명으로 멍들고 있어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뭐라 말씀드리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