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감사위원회, 지난해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특정감사 결과 발표
제주에너지공사 블라인드 채용 '모범사례' 선정... "해당 부서 표창해 사기 높여야"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

제주도 내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특정감사 결과 기관 주의와 경고, 징계 요구 등의 지적사항이 속출한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에너지공사에서 '모범사례'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번 특정감사는 제주도 내 2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의 채용 업무 전반을 살펴봤다. 감사는 올해 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 시행됐다.

감사 결과, 총 20개 공공기관 중 14곳이 지적 받았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문책과 주의요구, 권고 등 4관왕 타이틀을 차지해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직원 채용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과정과 비상임 임원 선정도 부적정했고, 인사규정 개정에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 제주경제통상진흥원과 제주관광공사, 제주테크노파크,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각각 3건씩 지적받았으며,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 제주도개발공사,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체육회 및 장애인체육회, 제주연구원, 제주한의학연구원 등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 32건의 비리가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제주도감사위원회는 2명에게 징계를 요구하고 8명(관련자 주의 3명, 경고 및 훈계 5명)에겐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기관 주의가 18건, 시정요구 사항이 1건 도출됐다.

제주에너지공사.
제주에너지공사.

# 무더기 채용 비리 적발 불구, 모범사례 보인 제주에너지공사

특히 채용비리 지적을 받지 않은 나머지 6곳 중 제주에너지공사에선 유일하게 모범사례가 나왔다. 지난 2018년 6월에 도입한 '도민 참여 모니터링을 통한 블라인드 채용'이 투명성 제고를 인정받았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이미 2017년 9월부터 정규직과 청년인턴 등 모든 채용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018년 6월엔 블라인드 채용에 일반인들도 심사 과정에 참여하게 한 것이다. 이는 지방공기업 중에선 최초의 시도다.

도민 모니터링단은 직원 공개채용 진행 중 블라인드 입사지원서와 서류 및 면접 과정을 확인해 블라인드 채용이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임무를 맡았다. 구체적으론, 면접관 교육이 실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면접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적사항 언급 시 제재를 하거나 총평 및 개선의견 제시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 2018년부터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각 1명이 도민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해 면접 전형을 참관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모니터링단의 개선의견을 다음 번 채용전형에 반영해 채용업무를 개선시켜 나갔다. 

제주자치도 총무과는 이러한 제주에너지공사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지난 2019년 6월부터 시행한 공공기관 통합 채용 때부터 도민 면접참관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2개 기관이, 하반기엔 7개 기관에서 이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도감사위는 "이 결과,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도민들이 검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공공기관 채용 전반에 투명성 제고 방안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며 제주도지사에게 이러한 모범사례를 널리 알리고 해당 부서에 대해선 표창 등을 수여해 사기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제주에너지공사는 지난해엔 지방공공기관 최초로 자치감사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반면, 제주테크노파크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소홀히 해 이번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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