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주지방법원, 억울한 옥살이 재심 결정
"애초에 제주 4.3 사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불법재판으로 제주 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생존 수형인들이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약 70여 년간 인고의 시간을 지내서야 이룬 역사 바로잡기다. 

8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김묘생(93. 여. 난산리) 어르신 등 4.3 당시 수형인 8명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결정이 난 수형인은  김묘생 어르신을 필두로 김영숙(91. 이도1동)·김정추(90. 부산시)·故 변연옥(92. 안양시)·송순희(96. 인천시) 할머니와 故 송석진(95. 일본 동경시)·장병식(91. 서울시) 할아버지 등이다. 이들 모두는 제주 4.3 당시 군법회의(군사재판)에 의해 희생당했었다. 

김두황(93) 할아버지 경우는 일반재판(법령 19호 내란죄) 관련 생존자이자 첫 청구이기도 하다. 김 어르신은 4.3수형 생존자 재심과정의 유일한 일반재판 관련자로, 일반재판 수형희생자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김 할아버지는 1948년 11월16일 집에서 경찰에 체포돼 이듬해 4월11일 내란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2개월 감형돼 목포형무소에서 복역, 1950년 2월 출소한 바 있다. 

▲ 김두황 어르신이 재판부의 재심결정을 듣고, 밖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Newsjeju
▲ 김두황 어르신이 재판부의 재심결정을 듣고, 밖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Newsjeju

이날 재심 결정이 난 김묘생 할머니 등 8명은 지난해 10월22일 재심청구에 나섰고, 1년 만에 재판을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일반재판에 의한 재심 청구자 김두황 어르신에 대해 "판결문이 존재하고, 어르신의 진술 등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나머지 군법재판을 받았던 김묘생 할머니 등에게는 "(재판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형인명부에는 청구인의 이름과 나이, 직업, 본적지, 항변, 형량까지 적시돼 있다"며 "이를 조작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재심 청구 요건을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제주 4.3은 70년이 넘은 사건으로, 과거의 일에 대해서만 재심개시 사유를 엄격하게 따져버린다면 자칫 '재심제도'가 갖고 있는 의의가 변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부질없는 생각이긴 합니다만 '애초에 제주 4.3이라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법원을 나서면서 김두황 할아버지는 "당시 나는 '죄가 없다'고 해도 고민을 하고, 조사도 없이 죄명도 모르고 목표형무소로 끌려갔었다"며 "지금까지 70여년 간의 응어리가 풀려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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