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공무원 익명소통 사이트 '존단이', 3년 만에 실명공개 전환
"조직 비판 봉쇄 수작" VS "악의적인 글들 너무 많아"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도청이 직원들의 불평, 불만과 개선점 등을 익명으로 내세워 함께 발전해가자는 취지로 만든 내부 소통 게시판 '존단이'가 계륵이 되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됐던 게시판이 갑자기 실명 공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조직 비판을 봉쇄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도청은 "연예인 기사 악성 댓글 예방을 위한 똑같은 취지"라고 맞서고 있다. 실명제 변경 첫날 하루 수십 건이 올라오던 내부 게시판은 글이 뚝 끊겼다. 실효성의 문제까지 대두된다. 

2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이하 전공노 제주지부)'는 <다양한 의견수렴과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제주 올래 행정시스템 '존단이' 실명전환을 반대한다>는 제하의 논평을 냈다.

전공노 제주지부는 "원희룡 도지사는 공직내부 좋은 얘기만 듣고 비판은 원천 봉쇄하려는 시대에 역행하는 시도를 즉시 멈추고 '존단이'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상명하복의 공직사회에서 그 누가 실명으로 조직을 비판하고 소신 있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을 가했다. 

'존단이'는 잔소리를 뜻하는 제주어로, 2017년 2월27일부터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공무원 내부 게시판 '존단이'는 직원 복무부터 도정 운영에 대해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소통을 하며 개선점을 찾아가자는 취지로 첫 발을 내딛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던 '존단이' 게시판은 갈수록 악순환으로 변질됐다. 대표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공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반 행정직 직원들이 기능직이나 공모직 사람들을 향한 비방이 갈수록 수위를 넘어 직렬 간 갈등의 온상으로 치닫으며 조직 내 갈등양상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내부 게시판에는 '간부 공무원 000가 밥을 안 산다'부터 '000가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수당을 받아간다', '000은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닌다' 등 개인을 험담하고, 비방하는 글들이 서슴없이 올라온다고 제주도청과 노조 측은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특정인 당사자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져갔고, 결국은 익명이기 때문에 비방 글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결국 지난 23일자로 사전 예고를 했고 24일부터 실명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도청 관계자는 "약 2주간에 걸쳐 '존단이'에 대해 직원들의 설문을 받았는데, 폐지와 유지 의견이 팽팽했다"며 "도내 3곳의 공무원 노조들의 의견 역시 수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익명 게시판으로 올라온 글들은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하고, 얼굴이 불거지는 내용들이 많아 당사자들의 피해는 극심하다"며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악성 댓글을 차단한 것 같은 개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노 제주지부 입장은 다르다. 역시나 소통 차단이 핵심이다.

이들은 "존단이는 공직내부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으로 공무원들이 애환과 잘못된 조직행태에 대하여 가감 없는 의견으로 숨통 역할을 해왔다"며 "물론 운영과정에서 익명성으로 인한 직원들 간 의견충돌, 감정적 대립 등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존단이' 안에서 스스로 중재하고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단순한 일부 부작용을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하여 실명 전환의 구실로 삼는 것은 그동안 눈엣가시로 여겼던 '존단이'를 없애고자 하는 도청의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듣기 싫은 소리가 안 들려서 편하겠지만 결국 공직 내부는 불만들이 쌓여 결국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셈이 될 것"이라며 "당장 실명전환을 중단하고 익명으로 원상복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실명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하고 싶은 소신 발언들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부당한 사안들을 존단이에 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청렴담당관 등 다양한 창구가 열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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