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개관 앞두고 행정-주민 마찰
주민지원사업으로 만든 도서관인데... 제주시, 전문가 운영 이유로 주민의견 배제

▲ 이달(6월) 준공 예정인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Newsjeju
▲ 이달(6월) 준공 예정인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Newsjeju

제주시 용담3동에 들어설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의 운영 주체 선정을 두고 제주시와 용담주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시는 해당 도서관의 특수성 때문에 기존에 역량이 입증된 비영리 법인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공모를 거쳐 청소년 단체를 수탁 기관으로 지정했다.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은 기적의도서관보다 규모가 큰데다 '방음' 시설을 갖췄고, 장서 관리와 순회 사서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이에 용담주민들은 해당 도서관 건립 사업이 공항소음피해지역을 위한 주민지원사업으로 추진된 것이니 만큼 주민들이 원하는 주체가 사업을 맡아야 한다며 제주시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주민유치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고충민) 외 11개 단체 관계자들은 2일 공사 중인 도서관 앞에 모여 입장문을 내고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들은 제주시가 민간위탁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용담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작은도서관 진흥법 제6조 1항에선 주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건립사업은 용담지역에 위치해 있어 '공항소음대책지역'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돼야 하는 사입인데도 주민들에 대한 평가기준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제주시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주민지원사업인데도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고 있지 않아서다.

▲ 김황국 제주도의원(국민의힘, 용담동). ©Newsjeju
▲ 김황국 제주도의원(국민의힘, 용담동). ©Newsjeju

용담을 지역구로 둔 김황국 제주도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제395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 제2차 회의에서 이상헌 제주시 부시장을 불러내 이 사업의 본래 취지를 따져 물었다.

김황국 의원이 "부시장 이전에 공항확충지원추진단장을 맡았으니 잘 알 것이다. 이 도서관이 만들어진 취지가 뭐냐"고 묻자, 이상헌 부시장은 "용담이 공항소음피해지역이라 주민지원사업으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맞다. 그런데 문제는 행정재산으로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근거해 위임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하는데 제주시에선 이 사업을 사무의 위임이 아니라 시설물로 보고 있더라"며 "나중에 법적인 판단에 대해선 제주도 본청을 통해 받아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 부시장은 "현재 이의신청이 두 곳에서 들어와 있다. 심의과정에서 시설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무로 볼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선 제주도정과 충분히 협의해보겠다"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도서관 운영에 지역주민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으로 논란을 진화시키려 했다.

김 의원은 "도서관 설립 취지에 맞게만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문제의 해결책을 명확히 했다.

현재 용담주민들은 "도서관 부지 매입부터 기본용역 및 설계용역 작업, 주민간담회까지 수많은 대화 기회에서도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사업자는 용담2동에 필요없다"며 "민간위탁 공고문에서 고지된 '지역사회와 협력적 관계 조성 능력을 갖춘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 당위성을 잃었다"고 꼬집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하늘길방음도서관이 다시 마을주민들의 품으로 돌려받을 때까지 비상대책에 나서겠다며 특단의 대응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 용담 주민들이 2일 제주시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공항소음피해지역 주민지원사업으로 추진된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을 주민들에게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Newsjeju
▲ 용담 주민들이 2일 제주시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공항소음피해지역 주민지원사업으로 추진된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을 주민들에게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Newsjeju

한편,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은 제주시 용담3동 581-15번지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5월 11일 대지 748㎡, 지상 3층 918㎡ 면적으로 착공해 올해 6월 중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탁 기관은 '독서문화 향상, 문화예술 활동, 운영 및 지역주민의 발전' 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에 한정해 자격조건을 뒀다. 최종 선정된 법인 또는 단체는 준공일로부터 오는 2023년까지 운영을 맡게 된다.

제주시 이도2동 1128-1에 위치한 기적의도서관은 728㎡의 규모에 지상 2층 건물이다. 지난 2004년 5월 5일에 개관했으며, 현재 사서직 공무원 3명과 공무직 3명 등 6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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