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주지방법원, '살인' 혐의 기소된 70대 남편에 중형 선고
아내 외도 의심한 남편, 결국 살인 사건으로 번져
"사람 생명 존엄한 가치,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 불문 중대 범죄"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제주 서귀포시에서 아내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남편에 중형이 선고됐다. 

1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성모(78. 남)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성씨는 올해 4월13일 밤 서귀포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아내 A씨(76)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51년을 함께 살아왔던 부부의 파국은 의심에서 비롯됐다. 성씨는 아내가 외도를 하면서 약 1억5,000만원의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의심은 언어적 마찰과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고, 결국 아내는 2020년 10월 집을 나가게 된다. 

범행 시기(2021년 4월13일) 일주일 전인 4월6일 아내는 "반찬을 만들어서 가지고 오라"고 집으로 불렀다. 남편은 외도 및 재산 문제를 거론하며 폭행을 행사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이 현장 출동했고, 피고인은 기회가 오면 아내를 죽이기로 결심하게 됐다. 사건 당일인 4월13일, 반찬을 핑계로 아내를 부른 남편은 둔기로 내리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7월5일 속행된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재판과정에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살인이 아닌, '우발적 범행' 임을 강조했다. 아내가 피고인을 향해 "감옥으로 보낼 것"이라고 하자 격분에 순간적인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또 피고인은 치매 등으로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성씨가 검찰 조사에서 공소사실 내용을 이해했고, 범행 직후 등의 행적 등을 살펴보면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발적인 범행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피고인은 약 51년간 혼인관계인 아내를 둔기로 죽였다.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사건은 이유를 불문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숨진 아내는 '반찬이 떨어졌으니 오라'는 요구에 집으로 갔다가 변을 당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자녀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 여러 사안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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