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일주일된 성인 남녀 제주여행···올해 5월24일 모 펜션서 피해자 질식사
피고인 측 "성관계 거부하자 홧김에 우발적으로 살인 저질렀다"
'무기징역' 구형한 검찰···'살인 범죄' 양형 기준 토대로 재판부 고심 선고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제주 여행을 함께 온 뒤 일행을 숙박업소에서 살해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살인 범죄 양형 기준에 준하는 형량을 내렸다. 

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송모(44. 남. 대구)씨에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송씨는 지인 피해자 A씨와 함께 올해 5월22일 항공편으로 제주에 입도했다. 범행 장소는 서귀포시 안덕면 인근 펜션으로, 이튿날인 23일 투숙했다. 

범행 일시는 5월24일 오전이다. 당일 숙박업소 업주는 "투숙객 남녀가 쓰러져 있다"고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나게 됐다. 119구급대 등이 출동했을 때 이미 A씨는 숨져 있었고, 송씨는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피고인 측은 재판과정에서 살인 동기를 '우발적'으로 주장해왔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만난 지 일주일 정도 된 피해자와 모든 경비 부담을 약속 후 제주도로 여행을 왔고, 이후 성관계를 거부하자 술을 마신 상태에서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잠정 결론 났다.

검찰은 8월9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사건 범행이 우발적인 범행이고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을 참작할 수 있다"면서도 "수사 단계에서 녹음된 파일을 들어보면 진지한 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이 언급한 녹음파일은 7월12일 첫 공판 법정에서 한 차례 재생됐다. 진술 녹음은 수사관에게 웃음을 던진 피고인의 음성이 담겼다. 

당시 송씨는 범행 동기를 진술하면서 "순간 너무 짜증나니까… 몇 초 사이에 (상황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또 자해 방법에 대해서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수사관에게 언급했다. 

이날 선고공판에 재판부는 선고의 형량을 정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재판부는 범죄의 유무죄를 다룰 때 수사기관과 변호사의 공방 속 제출된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판단한다. 또 형량은 법률로 정해진 기준을 근거로 결정한다. 

살인 범죄의 양형기준 유형은 ①참작 동기 살인 ②보통 동기 살인 ③비난 동기 살인 ④중대범죄 결합 살인 ⑤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보통 동기 살인'으로 판단했다. 즉, 원한 관계에 기인한 살인이라는 것이다. 포괄적 사례로는 애인의 변심이나 관계 청산 요구에 앙심을 품거나, 말다툼 몸싸움 등 시비 끝에 격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안 등이 해당한다. 기본 형량은 10년~16년 사이로 정해져 있다. 감경이나 가중처벌 요소는 없었다는 판단도 내렸다. 

징역 15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가장 존엄하나 피고인은 하찮은 동기로 만난 지 일주일 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처음부터 살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점 등 여러 사안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교도소에) 복역한다고 해도, 숨진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자신의 애정을 준 만큼 상대방도 애정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이번 일을 만든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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