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손해배상 소송 원고 패소 판결
2020년 3월30일 제주도정 소송···약 2년 만에 1심 패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여행을 강행하고 서울로 돌아간 뒤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에 대해 최대한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여행을 강행하고 서울로 돌아간 뒤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에 대해 최대한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기자회견에 나서며 법적 책임을 강조한 원희룡 도정의 코로나 방역 수칙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가 나왔다. 코로나19 유증상 기간에 제주여행을 왔다가 서울 강남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인데, 패소했다.

2020년 3월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접수한 지 약 2년 만의 선고다. 제주도정 측은 1심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항소 여부를 고심하겠다고 했다. 

28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부장판사 송현경)은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관련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제주도정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당시 정부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잡지 않은 시점에서 빚어진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었다. 

소송 원고는 제주도정과 피해 영업장 및 자가격리 대상자 등 5명이고, 피고는 코로나 확진자인 서울시 강남 모녀다. 도정은 청구액을 약 1억3,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일명 강남모녀로 알려진 A씨(20)는 2020년 3월15일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유학생이다.

지난해 입국 후 A씨는 같은해 3월20일 모친 B씨(53)등 4명과 제주도 여행을 왔다. A씨는 제주도에 내려온 당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다. 

3월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코로나19 유증상을 보였다고 제주도정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4박5일 간 제주도내 곳곳을 둘러본 후 서울로 돌아가 곧장 강남구보건소를 찾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 곳곳을 누비다 떠난 강남 모녀 사태에 원희룡 지사는 "도민들은 일상을 희생해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등 일부 이기적인 입도객과 보호자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하며 소송전 서막을 알렸다. 

특히 제주도정은 ①귀국 후 5일 만에 제주로 여행을 온 점 ②입도 후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발현되었음에도 4박5일 동안의 관광 일정을 모두 강행한 점 ③호흡기 질환이 있었음에도 해외 입국 이력을 밝히지 않고 현지에서 의료기관을 이용한 점 ④서울 도착하자마자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바로 강남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고의 내지 중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정은 2020년 3월30일 제주지법을 찾아 유학생과 부모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소송전은 '고의성 여부' 시선 차이가 쟁점이었다. 

당시 제주도정은 소장에 A씨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할 정도의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면서도 위험지역에서 입국, 당연히 지켜야 할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모친 B씨(52)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등 A씨의 불법행위에 공동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또 제주여행 시 코로나 유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었던 점 등도 주목했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우선 A씨 등이 입국 후 제주여행을 온 시점은 정부가 코로나 자가격리 여부를 '권고사항' 정도로 유지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자가격리'를 의무화 한 시기는 2020년 4월1일이다.

권고사항 수준 기간 제주여행 중에도 코로나 유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 방문 사유는 복통이었고, 부비동염 처방이 전부였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제주도정 법률대리인 이정언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주드림)는 "선례가 없던 소송에 재판부는 법정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코로나 초창기 피고들의 주의의무 등 고의성 여부가 쟁점으로, 추후 판결문을 받아보고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현재도 제주를 찾고 있다"며 "판결 여부를 떠나 코로나 시국 속 개개인의 행위가 어떤 영향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