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미관 해치고 보행자 불편 초래하는 전동 킥보드
무헬멧·무면허 벌금있지만...지킬만한 여건은 아직

▲ 보행자가 지나다니는 길 중앙을 막고있는 전동 킥보드. ©Newsjeju
▲ 보행자가 지나다니는 길 중앙을 막고있는 전동 킥보드. ©Newsjeju

제주에서 전동 킥보드가 급속히 늘면서, 보행하는 도민이나 관광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021년 초부터 제주도에서 급격히 퍼지기 시작된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 10월 기준 약 3000대까지 늘었다.

전국에서 킥보드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2021년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이후 8개월간 사고 건수는 269건으로 밝혀지면서 큰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동 킥보드는 미성년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도로와 인도를 오가는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

또, 별다른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지않아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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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연동 곳곳에 주차된 전동 킥보드. ©Newsjeju

취재진이 16일 방문한 제주시 연동에서는 인도나 골목 곳곳에서 전동 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중앙중학교에서 600m 떨어진 연동주민센터까지 쭉 보행했을 때 30~40걸음에 1대 꼴로 전동 킥보드가 주차돼 있었다.

대부분 길 구석에 한 두대씩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자칫 지나가다 부딪히거나 골목 풍경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지 않는 보행자들에게 불편감을 줄 여지가 있었다. 

제주시 일도이동도 학교와 학원가가 몰려있어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곳곳에서 전동 킥보드를 볼 수 있었다.

일도이동에 거주하는 임모씨(28)는 "동네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두 명씩 킥보드를 타고가는 모습을 많이 봐서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며 "운전 연습을 할 때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전동 킥보드에 놀란 적이 많다. 오죽하면 '킥라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전동 킥보드 운행자를 이르는 말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킥라니'를 검색하면 갑자기 튀어나온 킥보드에 놀란 운전자들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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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에 모여있는 22대 중 1대만 안전모가 걸려있다. ©Newsjeju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후 지난해 말까지 1년 6개월동안 전동킥보드 위법운행 단속 건수는 22만 6천여 건에 이른다.

이 중 안전모 미착용으로 단속된 건수는 18만 5천 304건으로 전체의 약 82%에 이른다. 정원초과 운행은 1597건이 단속됐다.

학교에서 하교할 때 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했다는 김양(20)은 "두 명씩 한 킥보드에 타는 경우가 많다. 네 명까지 본 적 있다"며 "보통 킥보드를 빌릴 때 헬멧이 없기 때문에 따로 들고다니기도 번거로워서 헬멧은 거의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은 전동 킥보드 수요가 많은 제주대학교를 찾았다. 모여있는 22대의 킥보드 중 단 한 대의 킥보드에만 헬멧이 걸려있었다.

킥보드 주행 중 헬멧 미착용시 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벌금을 피하기위해 헬멧을 쓰고싶어도 따로 구비하고 다니지 않는 한 사실상 쓸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주행하면 1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운전면허 취득은 1년간 금지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여전히 면허가 없어도 손쉽게 대여할 수 있었다.

취재진이 제주서 가장 유명한 모 킥보드 회사의 어플을 다운받아 실제 시도해 본 결과, 면허증을 등록하라는 안내가 나왔지만 '다음에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면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 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다.

현재 전동 킥보드 업체의 면허 인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업체들도 사고 책임이 있지만 이용자만 무면허 금지 의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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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업체 어플에서 면허증을 등록하지 않아도 킥보드 주행이 가능하다.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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