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횡령 사실 숨기기 위해 회사 태운 50대

2023년 4월2일 새벽, 봉개동에 위치한 모 가공공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제공 - 제주소방안전본부
2023년 4월2일 새벽, 봉개동에 위치한 모 가공공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제공 - 제주소방안전본부

억대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에 불을 지른 50대 남성에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문모(56. 남)씨 결심공판을 열었다.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문씨는 올해 4월2일 0시3분쯤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가공공장에 의도적으로 불을 내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출동한 소방당국은 불길을 잡기 위해 굴삭기까지 동원하는 등 사투를 벌였다. 화재는 약 4시간 20여 분 만에 완진됐다. 연면적 580m2가량의 창고 1개 동이 모두 불탔다. 재산 피해만 수 억원 가량이다. 검찰은 피해액을 7억5천만원으로 공소장에 기록했다. 

완진 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분석에 나서 화재 원인이 방화에서 비롯된 정황을 발견했다. 주변 CCTV는 불특정 남성이 건물 창문을 통해 불씨를 던지는 모습도 담겼다.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경찰은 용의자 행방을 쫓았다. 방화 현장 주변 반경 1km 이내 CCTV와 주차된 차들의 블랙박스를 모두 수거했다. 결국 화재가 발생한 가공공장은 방화로 드러났고, 용의자는 직원 신분으로 밝혀졌다. 

문씨는 방화 전 마트에 들려 범행 당일 착용한 모자도 구입했던 사실도 나왔다. 피고인은 사건 발생 20여 일만인 4월23일 붙잡혀 구속인 신분으로 재판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문씨가 거래처 돈을 빼돌려 2억원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은 2022년 5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다. 방화 동기는 횡령 은페로, 관련 자료가 있는 공장 창고에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징역 4년 형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문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잘못을 가리고자 범행을 한 것은 잘못했다"면서도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던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선처를 구했다. 

피고인은 "저 때문에 고통받은 모든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제주지법은 오는 10월 선고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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