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모 아파트 일부 주민 '길고양이 돌봄' 갈등.. 위생·소음 문제
도, 중성화 사업 외 대책 '한계'.. 전문가 "조례 제정 및 상생 필요"

제주시 모 아파트에서 이른바 '캣맘', 길고양이 돌봄 문제를 두고 수년간 주민들의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면서 관련 해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권 단체는 행정 차원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및 보호체계 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19일 제주시 모 아파트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보금자리. ©Newsjeju
▲ 19일 제주시 모 아파트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보금자리. ©Newsjeju

19일 오후 12시 경 찾은 제주시 모 아파트 클린하우스 근처에는 길고양이를 위한 보금자리가 설치돼 있었다. 사람 한명이 들어가기도 빠듯한 계단 옆의 공간은 커다란 분리수거함을 치워야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보금자리엔 일부 주민들이 마련해 놓은 고양이 집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푹신한 깔개가 깔렸고 플라스틱 용기 등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길고양이 겨울 보금자리'라고 적힌 고양이 집 내부에는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경계하듯 눈을 빛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으로 몇 년째 관련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거나, 이른바 '캣맘, 캣대디'들이 놓고 가는 사료가 상하면 악취가 나기도 한다. 단지 내 주차장에서는 고양이들의 배변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위생적인 불만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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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주시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본 고양이 배변. ©Newsjeju

주민 A씨는 해당 아파트로 이사온 3년 전부터 고양이 밥그릇을 치우지 못하게 차단봉을 설치하거나 '치우지 말라'는 쪽지가 붙어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료를 주는 주민을 발견하고 이를 말리면서 한차례 실랑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피해를 겪고 있다며 "겨울에는 주차장 차 밑에 고양이가 들어가 위험할 때도 있고 차 위를 지나다니면 발자국이 생긴다. 여름이나 습할때는 사료가 상하거나 해서 냄새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단지 내 고양이들이 떠나지 않고 번식하면서 개체수가 증가로 인한 안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한 아파트 관계자는 "올해만 아파트에서 죽은 고양이 2마리가 발견됐다. 매년 3-4마리는 단지에서 차에 치여 죽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민 중 한명은 엔진 부분에서 냄새가 나서 카센터를 방문했더니 안에 죽은 고양이가 있었다"며 "고양이가 한번 엔진에 들어가면 스스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전했다.

입주민들의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길고양이 먹이주기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문을 단지마다 부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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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해당 아파트에 부착한 길고양이 먹이주기 자제 안내문. 독자 제공. ©Newsjeju

전문가는 중성화를 통해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을 막고 보호조례 제정으로 기본적인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김란영 상임대표는 "서울 등 도심지 같은 경우는 길고양이 보호조례가 있지만 제주에는 없다"며 "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공공 급식자리나 겨울에 추위방지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리체계가 기본적으로 진행되고 있진 않다"고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에서 중성화 한 고양이 개체 수는 ▲2021년 3100마리 ▲2022년 3800마리 ▲2023년(8월 기준) 2500마리로 꾸준히 중성화 조치는 이뤄지고 있다.

제주지역 양 행정시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중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상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중성화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 한계다.

김 대표는 "오히려 중성화나 보호조례 제정 등 고양이 관련 사업이 체계화 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밥자리를 챙겨주되 중성화를 반드시 시켜야 한다. 중성화 시키면 밤에 울음소리 날 일이 거의 없고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번식 이외의 방법으로 개체수가 늘어날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길고양이 급식소.

김 대표는 또 주민들끼리의 배려를 강조하며 동물권 단체에 민원을 넣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캣맘 같은 경우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불편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며 "무조건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 피해는 고양이들이 본다. 다툼이 더 심해지는 것은 공동체에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 "이런 문제는 주민 자체적으로 해결이 안된다. 도나 시에 민원을 넣으면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양이를 무조건 없애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며 "동물단체에 민원을 넣으면 양측 입장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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