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26일 곶자왈 보전 인식조사 결과 발표

도민이 선택한 제주환경의 대표가치는 '곶자왈'이라면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3개 차등관리계획에 방문객 "99%가 동의했다"며 홍보
심사보류 돼 있는 곶자왈 보전 조례 전부개정안에 정당성 부여하려는 의도?

곶자왈.
▲ 곶자왈.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로부터 두 차례나 심사보류되면서 아직 협의 중인 '곶자왈 보전 조례 전부개정안'을 두고 쟁점이 됐던 부분에 대해 대다수의 도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전을 펼쳐 논란의 불씨를 낳게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의 핵심 환경자산인 곶자왈 보전을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3일간 '곶자왈 보전 관련 도민 및 방문객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제주도민 1000명(ARS 전화), 곶자왈 방문객 312명(대다수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대다수가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도민이나 관광객들 대부분이 제주에서의 환경적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자원으로 '곶자왈'을 꼽았다. 곶자왈이 제주도의 환경적 가치를 대표하는 자원의 될 수 있다고 답한 도민은 96%, 방문객 97.8%로 높은 공감을 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민과 방문객 모두 곶자왈의 가장 중요한 환경적 가치로 '생물다양성 보고'를 택했으며, 그 다음으로 도민은 '생태계 서비스 제공'을, 방문객은 '산림 휴양기능'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곶자왈 보호지역을 3개(보호지역, 준보호지역, 관리지역)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려는 계획에 대해선 도민 96.8%, 방문객 99.4%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 곶자왈 보전 관련 인식조사 결과. 사진 문서자료=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 곶자왈 보전 관련 인식조사 결과. 사진 문서자료=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허나, 3개 지역으로 구분하겠다는 제주도정의 이 계획은 아직 제주도의회와 협의되지 않은 사항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 제주자치도가 '곶자왈 보전 조례 전부개정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으나 두 차례나 '심사보류'를 받으며 진통을 겪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심사보류된 사유는 곶자왈을 차등관리하겠다는 제주도정의 발상 때문이다. 3개로 나누면 보호지역 내 사유지만 매입 우선 대상이 되며, 다른 관리지역 내 곶자왈은 개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문제의 원인은 제주도정의 재정여건 상, 현재 95.1㎢로 정의돼 있는 곶자왈 부지 내 사유지가 76.5%에 달해 이를 모두 매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서 기인한다.

때문에 제주자치도는 3개 구역으로 나눠 우선 매입 대상 곶자왈 부지를 '보호지역'으로 한정했다. 보호지역은 33.7㎢이며, 이 가운데 사유지는 65.4%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곳의 사유지를 우선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나머지 관리지역에선 개발행위를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면서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도 이를 문제삼고 심사를 연이어 두 차례나 보류시켰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이 구분 방식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다만, 당초엔 3개 구분지역의 명칭을 '보전/관리/원형훼손'으로 정했다가 이마저도 지적을 받자 이를 '보전/준보전/관리' 지역으로 변경했을 뿐이다.

때문에 이러한 배경내용을 전혀 설명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이렇게 하겠다. 찬성하느냐"고 물어본 것일 뿐이어서 설문조사의 의도가 매우 불순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정의 차등관리계획에 "도민 96.8%, 방문객 99.4%가 찬성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현재 심사보류된 사안을 돌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황당한 설문 결과다.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에서 약 4만4천평의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 완료 했다.
▲곶자왈.

실제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단으로부터 이러한 지적이 가해지자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그렇게 의심할 순 있겠다"고 인정하면서도 "조사 목적이 곶자왈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하고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려 했다.

이와 함께 설문조사의 질문 내용이 너무 단순하다보니 "대체 이런 질문을 받고 어느 누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겠느냐"는 지적도 가해졌다. 곶자왈의 환경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사실을 묻고 "도민 96%, 방문객 97.8%가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을 설문조사 결과라고 내놨다.

추가 이어진 질문에서도 곶자왈 보전을 위한 정책으로 도민과 방문객 모두 '곶자왈 개발 제한을 위한 규제 강화'를, 우선 필요사항으로는 '곶자왈 원형보전'을 1순위로 봤다. 굳이 설문조사를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과 답변이다.

이어 사유지 곶자왈 매입 추진 정책에 대해 도민 93.3%, 방문객 95.2%가 찬성했으며, 보전을 위해 기부에 참여하겠다는 의향도 도민 65.2%, 방문객 74.7%로 조사됐다. 방문객의 97.4%가 곶자왈을 재방문하겠다고 답했으며, 가장 많이 찾은 곳은 도민은 교래곶자왈, 방문객은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었다. 

이러다보니 브리핑 내내 기자단에선 이번 설문조사의 의도가 무언지를 캐물을 수밖에 없었고,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이번 인식조사를 통해 곶자왈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도민과 방문객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며 "곶자왈 보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원론적인 해명으로 대신하는 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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