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실태조사 용역 결과 '보호/관리/원형훼손' 지역으로 세분화
전부 보호 대상이어야 할 곶자왈, 왜 굳이 등급화?... 비판 초래

제주도정이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분으로 종전의 조례 개정 추진에 나섰으나 되려 '개발'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비판이 제기된 이유는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결과에서 곶자왈 지역을 '보호', '관리', '원형훼손' 지역으로 구분하면서다. 

한정된 예산으로 곶자왈을 매입해야 하는터라 우선 매입 대상을 명확히 구분짓기 위해 세분화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원형훼손'이라는 용어가 문제였다. 마치 이 곳의 곶자왈은 훼손됐기 때문에 보존해야 할 필요가 없어 개발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가 8일 오후 2시부터 개최한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께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 개정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당시 환경도시위원회가 이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곶자왈 지역 내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 침해 관련 민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음에 따라 보다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한 뒤 심사하겠다면서 보류한 바 있다. 이후 이날 토론회가 개최됐다.

제주 곶자왈 숲.
▲ 제주 곶자왈 숲.

# 곶자왈 전체 면적 10.9㎢ 줄어, 사유지가 76.5%에 달해

지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무려 6년 7개월에 걸쳐 진행된 곶자왈 실태조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곶자왈의 면적은 당초 106㎢에서 10.9㎢가 줄어든 95.1㎢로 조정됐다.

면적이 줄어든 이유는 '어디까지 곶자왈로 볼 것이냐'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곶자왈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새롭게 내리면서 경계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용역에선 기존에 정의된 곶자왈 개념에 '화산분화구에서 발원해 연장성을 가진 암괴우세용암류와 이를 포함한 동일 기원의 용암류 지역'을 첨부해 곶자왈의 경계를 도출했다. 이러면서 암괴보단 대부분 토양으로 형성된 남원읍 지역의 곶자왈이 대거 빠졌다.

기 지정에서 제외된 곶자왈이 43.9㎢가 되며, 새로운 정의로 인해 신규로 편입된 곶자왈이 33㎢이 됐다. 결과적으로 10.9㎢가 줄어든 셈이 됐다.

전체 95.1㎢ 중 사유지는 72.8㎢로 무려 7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곶자왈은 전 세계에서도 아주 드물게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식생 환경이어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 허나 그러한 숲에 대한 보전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질 않다보니 각종 개발사업들에 의해 면적이 줄어들어 현재는 제주도 전체 면적의 5.1%에 불과한 상태가 됐다.

이 때문에 행정에선 곶자왈로 지정돼 있는 사유지를 매입해 나가고는 있으나, 5.1%에 불과한 면적이라 하더라도 2876만 7750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라 빠른 시일 내에 매입하기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제주도정은 우선 매입 대상을 구분짓기 위해 식생보전의 가치와 상태에 따라 곶자왈 지대를 '보호/관리/원형훼손지역'으로 나눴다. 

보호지역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서식지 등 식생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관리지역은 상록활엽수립 저밀지역 등 식생보전 가치가 중간인 지역으로, 원형훼손지역은 나대지나 경작지, 기개발지(허가지 포함) 등 식생보전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으로 명시됐다.

보호지역은 33.7㎢(사유지 22.1㎢, 65.4%), 관리지역은 29.6㎢(사유지 23.6㎢, 79.7%), 원형훼손지역은 31.7㎢(사유지 27.1㎢, 85.4%)으로 집계됐다. 전체 면적 중 각각 35.5%, 31.2%, 33.3%를 차지하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8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8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Newsjeju

# 식생보전 가치 떨어지면 매입 안 해도 되나

문제는 이렇게 구분지어지다보니 원형훼손지역은 식생보전 가치가 떨어지기에 매입하지 않아도 되는, 나중엔 개발될 수도 있는 지역으로 인식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금의 곶자왈 보전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2014년)했던 강경식 전 제주도의원이 이 문제를 짚었다. 강경식 전 의원은 "원형훼손이라는 용어가 개발이 가능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해당 용어를 '준관리지역' 등으로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전 의원은 "조례에선 5년마다 도지사가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는데, 매입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5~10년 단위로 예산 편성계획도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강 전 의원은 "조례가 제정된 지 거의 10여 년이 됐는데 아직도 경계구역 지정이 안 됐다는 게 유감"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지정고시가 이뤄져 곶자왈이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될 수 있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역시 이 문제를 강하게 짚었다. 김효철 대표는 "보호 지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따로 떼 놓게 되면 매입해야 할 곳이 35%밖에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나머지는 개발 가능성의 여지에 놓이게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표는 "관리지역이라는 용어 역시 '앞으로 보전 가치가 있다'라고 규정하면 현재로선 보전 가치가 없다는 말과도 같지 않느냐"고도 지적했다. 특히 원형훼손지역에 대해 김 대표는 "이미 개발된 곳들 중에서도 30%만 개발되고 나머지 70%가 곶자왈인 곳도 있는데, 이 70% 전체가 모두 훼손지역이 돼 버리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양제윤 기후환경국장은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3개 구분 지역 모두 보존해야하는 게 맞다. 혼선이 없도록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렇게 3개로 구분짓지 말고 곶자왈 모든 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사유지 전량을 매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8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송창권 환경도시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8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송창권 환경도시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Newsjeju

#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 토지매수 청구권 부여로 해소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번 곶자왈 전부개정조례안의 가장 큰 핵심은 사유지를 어떻게 매입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미 매입은 조금씩 이뤄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매입해야 할 부지가 워낙 광범위하고, 사유지이기 때문에 재산권을 행사하려는 토지주들이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분쟁요소여서다.

제주도정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워킹그룹 운영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왔으며, 전부개정조례안에 토지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조항과 행정이 이를 매입하기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할 수 있는 사항을 넣었다. 또한 토지주나 곶자왈이 속해 있는 마을이 보전 증진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주민 지원사업에 관한 것이나 자연휴식지 지정 및 관리,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계약에 관한 사항들에 따른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이 가운데 토지매수 청구권은 토지주가 행정에 매수 청구를 하면 행정이 4년 이내에 이를 매입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번 조례안이 통과되면 특별회계를 5년 동안 조성할 수 있고, 필요 시 연장도 가능하기에 예산이 쌓여가면 청구 순으로 매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발표에 고상봉 서광동리 이장은 마을 대대로 관리되어 온 '마을목장'들 대부분이 곶자왈 지대여서 가축을 키워 나무를 훼손하게 되면 산지관리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 축산업자들이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상봉 이장은 "동네의 사유지 60~70만 평만 매입하려해도 최소 600억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게 될텐데 과연 토지 매수를 청구하면 4년 이내에 모두 매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고 이장은 "보존하겠다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라며 "곶자왈로 지정하더라도 지정된 곳의 10% 정도는 주민편익이나 마을 소득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서 마을에서 환영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효철 공동대표는 "매수 대상을 정의할 때 '보호지역 등'이라고 해버리면 보호지역 이외에 관리지역이나 원형훼손지역이 매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조례 상에 확실시 매수 대상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8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양제윤 기후환경국장이 개정조례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8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양제윤 기후환경국장이 개정조례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Newsjeju

# 곶자왈 보전 조례만으론 안 돼... 관리보전지역 조례 역시 같이 개정돼야

강주영 제주대학교 교수(로스쿨)는 이번 개정안에서 곶자왈을 새롭게 정의하는 부분이 제주특별법에서 정한 부분과 충돌해 상위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보호지역 지정을 도지사가 하지만 의회에서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양제윤 국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선 이미 문제가 없다고 법률적 자문을 받았다"고 답해 우려를 해소시켰다.

이 외에도 김효철 대표는 "곶자왈 공유화 사업의 추진 주체를 민간에게 맡겨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끔 하면서도 동시에 제주도지사가 사업을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이번 조례 개정은 관리보전조례의 개정과도 같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관련 법 상 생태계 2등급 지역은 원형훼손이 불가능하나, 초지법 때문에 사라진 경우도 있고, 농림축산업으로 목적으로 할 경우엔 2등급 지역이라도 훼손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보전조례도 보조를 맞춰 같이 개정돼야만 이번 곶자왈 보전 조례 개정안이 실효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곶자왈 지역은 지난 2003년에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지적한 사례 등으로 골프장이나 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의해 잠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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