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26년까지의 상급종합병원 47곳 지정... 예고된대로 제주는 없어
박민수 복지부 차관 "의료지도 마련되면 권역 재분류될 것" 3년 후 기대?

▲제주대병원 ©Newsjeju
▲제주대병원 ©Newsjeju

여전히 서울권역에 묶여 있는 제주가 예상대로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제외됐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29일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제5기 상급종합병원으로 47개 의료기관을 지정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말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가 인력·시설·장비, 진료, 교육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한 병원을 3년마다 지정한다. 

아직까지 제주도 내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의료수준이 타 지역보다 낙후된 이유도 분명히 있지만, 제주는 평가 대상 지역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분류돼 있어 서울 지역의 우수한 의료기관을 결코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제주도민들은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타 지역으로 건너가 외래진료를 받아야 하는 실정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제주에선 서울 권역에서 제주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건의를 계속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나 복지부는 이번 5기 지정을 발표하면서 다음 번 지정 때엔 권역이 재분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주도에서의 간절한 요청이 받아들여진걸까? 정확히 얘기하면 다른 명분에 섞여들어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의료지도 작성되면 전체적인 의료권역 재조정될 것

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가칭 '의료지도'를 작성해 진료권역을 재설정하는 등 현실에 부합하는 개편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지도'는 분만수가에 지역가산을 적용하면서 일부 발생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

이번 5기 지정에선 처음으로 분만수가에 지역가산을 도입했는데, 문제는 지역가산을 적용할 때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적용하다보니 실제 의료 상태와 차이가 발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행정구역에 대한 세밀한 정보가 필요했고, 의료수요와 공급 상태의 지역 데이터를 기본지표로 삼고자 '의료지도'라는 것을 구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역가산'이라는 게 의료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지역일수록 비용도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한 지역에 추가적인 가산을 지급해 전체적으로 지역에 관계없이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고자 하는데에도 필요한 '데이터'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의료지도가 세밀하게 작성되면 권역 분류도 재검토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박민수 2차관은 "예를 들어 제주엔 지금 상급병원이 없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서울권역으로 분류가 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제주에서 별도 권역으로 분류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진료 권역을 분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의료지도'가 작성되면 명확하게 판단될 수 있을거라 본다"면서 "그거에 따라 상급병원의 전체적인 분포도도 달라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의료지도 작성을 위한 연구 수행을 진행하면서 진료 권역의 재분류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를 할 예정"이라며 "제주의 요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별도 권역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추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시점에 답변하겠다"고 부연했다.

▲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관 현황. ©Newsjeju
▲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관 현황. ©Newsjeju

# 권역 분리되면 곧바로 지정? 평가기준 미달하면 무슨 소용....

허나 제주가 서울이 아닌 다른 권역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지정이 확정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건 아니다.

제주가 독자적인 권역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 영남권(전남 및 경남권)이나 타 지역과 묶여 분류될 가능성이 있기에 해당 지역의 의료수준을 뛰어넘어야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제주도 내 의료수준을 보면 현행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번에 5기로 선정한 중증질환 진료지표 기준만 보더라도,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이 최소 34% 이상돼야 한다. 기존 기준이 30%에서 4%p 더 높아진 기준이라 제주대병원이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일반 병상의 입원환자 수가 크게 줄어야만 한다.

게다가 국가감염병 대응 지표도 이번에 추가됐는데, 중환자실 및 음압격리병실 병상 확보율도 보기 때문에 이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47개의 상급종합병원들 중 신규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불과 단 3곳 뿐이다. 경기 남부권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과 충남권의 건양대학교병원, 경남 동부권의 고신대학교복음병원이다. 그 외 43개의 의료기관은 지난 4기 때 지정됐던 상급종합병원들이다.

때문에 다음 6기 지정 때엔 평가기준이 권역별로 '차등화'가 되지 않는 한 제주대학교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그리 높지 않다.

이에 박민수 차관은 "의료수요와 공급 등 지역의 의료현실과 평가체계의 개선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말마따라 평가체계가 권역별로 차등화 되는 등의 방법으로 개선된다면 오는 2027년엔 제주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권역이 분리된다한들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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