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26일 성명

최근 교육부가 '늘봄학교'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제주지역 교사들이 "대책없는 늘봄은 교육의 질을 높일 수고 없고 아동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늘봄학교는 학부모가 원하면 자녀를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최대 13시간 동안 학교에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 시간 동안 다양한 방과후 수업도 제공한다. 

교육부가 지난 24일 낸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00여곳 중 2000여곳에서 오는 3월부터 늘봄학교를 우선 도입한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1·2학년, 2026년까지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당장 1학기부터 늘봄학교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제주지역 교사들은 "맞벌이 부부를 위해 돌봄을 책임진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돌봄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 제주는 "교육부는 당장 3월부터 시범학교를 2000여개 운영하겠다고 하였지만 1월말이 돼서야 계획을 확정했다는 것은 교육부의 의지와 별개로 늘봄학교 정책이 깜깜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방과후 및 돌봄 업무 전체를 교사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히고 있지만 제주교육청은 늘봄 업무를 담당할 기간제교원을 채용할 때 야간돌봄 근무나 방학 중 돌봄근무 관련해 미리 확인하겠다는 말로 기간제교원을 사실상 늘봄업무담당자로 보고 있다"며 "저녁 8시까지 돌봄 아동 관리와 방학중 돌봄, 방과후업무를 기간제교원이 담당해야 한다면 누가 선뜻 기간제교원으로 나설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미 학교마다 무작정 늘려놓은 각종 프로그램으로, 학교 현장은 만성적인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도 운영해야 할 활동 수가 늘었으니 각종 행정업무는 전혀 줄지 않았고,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쑤셔 넣은 덕분에 활동 공간도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 함께 "결국 늘봄은 돌봄의 질을 높일 수도 없고, 아동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할 수 없으며,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교육여건마저 악화시킬 것"이라며 "늘봄학교가 국가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라면 최소한 돌봄교실이라도 번듯하게 마련해놓고 돌봄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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