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웅 변호사(월정주민 원고 측 대리인)

"월정리 주민과 해녀들의 환경권을 인정한 판결"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건설사업은 엄격한 환경법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 이명웅 변호사(월정주민 원고 측 대리인). ©Newsjeju
▲ 이명웅 변호사(월정주민 원고 측 대리인). ©Newsjeju

금번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판사 박종웅, 판사 강미혜)의 2022구합6387 판결[공공 하수도 설치(변경) 고시 무효확인]은 제주도의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절차에서, 월정리 주민과 해녀들의 환경권을 인정하고, 자연 환경보호를 위하여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2017년도 ‘공공 하수도 설치(변경) 고시’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또는 사업을 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ㆍ평가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 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법률이다. 금번 판결은, 청정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도에서 환경에 악영향일 수 있는 하수도 처리 증설공사 같은 건설사업은 엄격한 환경법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개발사업이 특정 시기의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라 해도, 자연보호는 지역 주민의 대대손손, 그리고 제주도를 사랑하는 전 국민에게 영속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즉, 개발 논리만으로 영구적으로 자연훼손을 하는 것을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지역 주민들은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로 주민들은 “수질 오염 등으로 직접적으로 중대한 환경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들로 보았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환경영향평가를 소규모의 것과 그 밖의 것으로 분류하는데, 이 건은 소규모 환경평가의 대상이었다. 

재판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할 대상사업에 대하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에도 승인 등의 처분이 이루어진다면, 사전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함에 있어 평가 대상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환경부 장관과의 협의내용을 사업계획에 미리 반영시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환경파괴를 미연에 방지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조성하기 위하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둔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 주민들의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게”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 제주도 측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대체하는 ‘사전환경성 검토’를 하였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배척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민들과 해녀들은 해당 고시가 문화재보호법상의 문화재위원회 심의도 받지 않았고, 세계유산협약과 특별법을 위반하였으며, 신뢰 보호 원칙에도 위반되고, 주민들의 권리를 과잉 침해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재판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미필 사유만으로도 고시가 객관적으로 중대한 하자를 구성하므로, 그 외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까지 살필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제주도에 위치한 법원이 자연환경 보호의 취지에서 제주도청의 환경보호 관련법 위반사항을 엄격히, 적극적으로 판단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행정부의 탈법, 위법 행정에 대하여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한 것이다. 헌법상 권력 분립원칙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속적으로 보존되어야 할 자연환경과, 항구적인 주민의 권리와 복리를 도외시하고 특정 시기의 주민 복리 논거로서 행정 편의적인 개발행위를 감행하려는 시도가 없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이 판결에 대하여 상소하면서 증설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나, 종전 시각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청정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항구적인 복지를 도모할 중차대한 책임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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