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강정평화네트워크·해군기지반대주민회, '구럼비 발파 12주기' 간담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강정... 평화 운동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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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서 일상적으로 평화운동을 이어가는 활동가들. ©Newsjeju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시작된 지 16년 9개월,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된 지 8년이 지난 오늘. 강정마을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도 청년들이 강정에 찾아듭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모여 평화운동을 이어 나갑니다. 강정마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지만, 평화를 향한 우리의 행동과 실천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 강정민군복합항(강정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제주 시민단체와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강정평화네트워크와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7일 오후 제주 인권교육센터에서 '구럼비 발파 12주기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강정'을 주제로 총 3부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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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발표 중인 '강정친구들' 최혜영 사무국장. ©Newsjeju

1부에서는 시민단체 '강정친구들'의 최혜영 사무국장이 '강정이 16년 동안 평화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발표했다.

그는 해군기지가 준공된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동하는 일명 '강정 지킴이'들의 일상 행동을 소개했다.

최 사무국장은 "강정 지킴이들의 일상은 매일 진행되는 평화 100배와 미사, 그리고 인간띠 잇기, 강정댄스, 할망물 식당에서의 식사 그리고 서로를 돌보는 일상형 소통돌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2019년도에는 강정 평화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했다. 준공 이후 강정에 남은 사람들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시작한 것. 절망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다른 현장과는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이점은 내가 나가지 않아도 일상 행동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 행동은 한 명이라고 안 할 때까지 아마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때로는 아침 7시에 정문을 지키는 친구들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 위의 천막에서 카톨릭 미사를 매일 드리는 분들을 보면서 또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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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부 발표를 진행한 인혜, 자리타, 낭. ©Newsjeju

2부는 '지금도 강정에 청년들이 모이는 이유'를 주제로 이어졌다.

발표자는 비건베이커리 '평화로운 식탁'을 운영하는 인혜, 평화활동 '썸띵피스'를 기획한 자리타, 평화단체 '개척자들'에서 발룬티어로 복무중인 낭 3명이다.

인혜는 '다채로운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가는 강정 친구들'을 주제로 강정마을을 알게된 과정, 정착한 뒤 느끼고 있는 공동체의식 등을 전했다.

그는 "2008년도부터 시작된 강정마을 투쟁의 역사를 알게됐고 '왜 해군기지가 완성됐는데도 아직 사람들이 매일 기지 앞으로 모일까?'하는 의문이 생겼다"며 "당시 강정에 거주하는 친구에게서 '강정마을에서의 일상 행동은 단순히 강정마을 안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국가기지와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제서야 20여년 동안 이어져 온 강정의 일상이 과거에 머무르는 어떤 행동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하는 평화 운동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한 자리타는 강정이 '이 시대의 새로운 배움터'라고 명칭했으며, 낭은 '평화롭지 않은 세상에서 내가 만들 평화' 발표를 통해 강정에 오기까지의 과정과 네트워크에서 느끼고 있는 연결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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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발표를 맡은 천주교 제주교구 강정공소 정선녀 회장. ©Newsjeju

3부는 천주교 제주교구 강정공소 정선녀 회장이 이어갔다. 그는 "강정 투쟁을 계속 이어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 회장은 "고작 12년 전 이야기다. 당시에는 강정천에 가득했던 은어떼, 보말, 미역 등이 있었다. 아무리 큰 그릇을 가져가도 넘치는 생물들이 있었다"며 "지금은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해군기지 반대운동할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경찰에게 연행됐고, 핍박받고, 폭행과 폭언에 견뎠다. 인권 탄압은 일상이었다. 오늘날까지 그 후유증을 마을주민과 활동가들이 고스란히 품고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매일 전쟁이 없는 세상, 군대가 없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오늘도 이곳 강정에서 평화를 노래하고, 평화 지킴이의 씨앗을 뿌리고, 평화의 기도를 올라면 살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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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12시 해군기지 앞에서 진행된 '구럼비 발파 12주기' 성명서 낭독. 시민단체 제공. ©Newsjeju

이날 토론회 시작에 앞선 오후 12시에는 강정평화네트워크와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가 제주 해군기지 앞에 모여 구럼비 발파 12주기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운용을 위해 국가가 강정마을에 가한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책임있는 사과와 명예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제주해군기지 폐쇄가 실현될 때까지, 제주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될 때까지, 모든 전쟁 훈련과 전쟁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의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강정의 활동가들은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토요일 오전 7시에는 '평화100배', 11시에는 '평화 거리 미사', 오후 12시에는 '인간띠 잇기'를 이어가며 여전히 투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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