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으러 나갔다 실종... 미국 입양돼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 이용 극적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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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갔던 박동수 씨와 가족들이 18일 상봉했다. 제주경찰청 제공. ©Newsjeju

5살 때 실종으로 부모와 헤어져 미국에 입양됐던 아들이 40여년만에 가족과 상봉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18일 약 2년 5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39년 전 실종된 박동수 씨(44세)와 가족들이 만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수 씨는 경남 김해의 큰집에 잠시 맡겨졌던 1980년 "어머니를 찾으러 나가겠다"며 집을 나가 실종된 뒤1985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미국의 대학교 3학년이던 2001년 한국을 처음 방문해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찾아갔으나 아무런 기록을 발견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 뒤 10여년이 지난 2012년, 가족과의 재회를 꿈꾸며 한국으로 다시 입국했다. 계명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며 대구 성서경찰서에 찾아가 유전자를 채취했지만 당시에는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2016년 미국으로 귀국했다.

그러던 2021년 10월 동수 씨의 친형 박진수 씨가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고 실종신고 했다.

당시 모친 이애연 씨(현 83세)의 DNA를 채취하고 이듬해 2022년 8월 박 씨와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지만,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정밀한 2차 분석 작업이 필요했다.

국내에 거주 중인 친모와 달리 동수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데다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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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만에 아들을 상봉한 이애연 씨(왼쪽에서 세번째). 제주경찰청 제공. ©Newsjeju

이에 제주경찰청은 장기실종 중인 동수 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제주경찰청 소속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동수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했고, 경찰청을 통해 이후 주 시카고 총영사관과의 공조를 통한 미국 현지 조사로 동수 씨와 연락이 닿았다.

지난해 12월 동수 씨가 주 시카고 총영사관에서 유전자를 다시 채취한 끝에 올해 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이애연 씨의 친자임이 최종 확인됐다.

동수 씨는 18일 친모 이 씨 등 한국의 가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당장 입국이 불가능했지만 어머니를 빨리 보고싶은 동수 씨의 부탁이었다. 

경찰은 이같은 만남이 경찰청과 재외동포청, 아동권리보장원이 지난 2020년부터 합동으로 시행중인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상봉은 해외입양인과 한국의 가족이 상봉하는 다섯 번째 사례다.

동수 씨는 “친가족과 재회한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도와주신 경찰과 대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형 진수 씨도 "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분석 제도 덕분에 결국 찾을 수 있었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 77년생)도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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