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학생문화원 인근에 설치할 것 제안
유족 측 "애초 약속했던 대로..." 교육청 내에 설치할 것 요구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4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교육청 내 추모비 건립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4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교육청 내 추모비 건립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말 제이크리에이션 공장에 현장실습에 나섰던 이민호 군이 사망한 후, 이에 따른 추모비 건립을 두고 유족 측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간 갈등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故 이민호 군의 유족 측은 제주도교육청 내에 추모비가 건립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도교육청에선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도교육청은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문화원 인근에 설치하는 것을 유족 측에 제안했다. 허나 유족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4월 1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논란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도교육청에게 유족 측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도교육청의 현장실습 운영지침 상 현장실습은 원칙적으로 3학년 2학기 때부터 시작돼야 하지만 실제 학교에선 3학년 1학기 종료 시점부터 이뤄져 왔다"며 "2학기부터 현장실습을 나갔다면 민호 군이 더운 날 폭염 속에서 시달리며 고군분투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대위는 "게다가 교육청은 단 한 번도 지도·점검을 하지 않았고, 민호 학생의 사고가 일어난 후인 11월에야 각급 학교에 점검을 위한 공문을 보냈다"며 "만일 산과고에서 연장휴일근무 사실을 확인한 직후 갈비뼈를 다친 재해를 지도점검했다면 학생들을 복교 조치시켜 사망까진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제주도교육청이 현장실습에 대한 지도 감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난해 말 故 이민호 군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제주도교육청이 현장실습에 대한 지도 감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난해 말 故 이민호 군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공대위는 교육청에게 간호사와 해기사 등 법률상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요한 실습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산업체 현장실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허나 도교육청은 공대위의 요구보단 교육부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현장실습 안대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정부기관에서 인증하는 선도기업에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학생들이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사고가 터졌던 제이크리에이션 역시 제주도정이 인정하는 선도기업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정영조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말만 파견형 현장실습이지, 사실상 기숙사에 들어가 일하러 가는 것"이라며 "해마다 사고가 발생하는 직업교육 기관이 아예 없는 것이 낫다. 직업교육은 말 그대로 교육일 뿐인데, 학생들이 그 일을 평생 직업을 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덕종 공대위 공동대표(민주노총 제주본부장)는 "이제 곧 학생들의 현장실습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또 다시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에 떠 밀려야 하는 시기인데 교육청은 개선 논의에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공대위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서 조속히 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도 촉구했다. 공대위는 "교육부의 조사결과가 올해 1월 24일자로 道감사위에 이송됐지만 아직도 심의위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경기도교육청 내 추모비(세월호) 건립 사례를 들며 제주도교육청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경기도교육청 내 추모비(세월호) 건립 사례를 들며 제주도교육청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엔 故 이민호 군의 아버지도 자리했다.

그는 "제가 먼저 요구했던 것도 아니고 교육청에서 먼저 제안해서 받아들인 건데, 이제와서 저보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하는 교육청이 맞는 것이냐"라며 교육청 내 추모비 건립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의 행태를 질타했다.

이어 그는 "지난 9일에도 이석문 교육감을 만나러 교육청에 갔지만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교육부 장관 앞에서 약속했던 것을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는 "학생보고 근로자라고 말하는 교육청이다. 교육청 내에 추모비를 설치하라는 요구는 교육당국의 잘못을 바로 보고 더 노력하고 반성하라는 차원"이라며 "허나 사고 날 때마다 추모비를 세우면 교육청이 비석거리가 된다고 항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교육청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도교육청 측에 ▲현장실습 협의체 구성 ▲추모 조형물 교육청 내에 설치 ▲교육청에 대한 도감사위원회의 신속한 감사 촉구 등을 요구하면서 이석문 교육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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