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공청회'라 쓰고, '갈등'이라 읽는다
'제주 제2공항 공청회'라 쓰고, '갈등'이라 읽는다
  • 이감사 기자
  • 승인 2019.05.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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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 23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도민의견 공청회’
도민의견 담기지 않은 채 마무리···욕설과 고성, 몸싸움만 등장 
제주 제2공항 사업, 갈등만 재확인···반대 측 얼굴에 PPT 영상 투영 광경도 연출 
▲ 제주도정이 '제2공항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찬반 양측의 과열 공방으로 이상하게 흘러갔다. 난처해하고 있는 현학수 도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 제주도정이 '제2공항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찬반 양측의 과열 공방으로 취지와 다르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난처해하고 있는 현학수 도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을 위한 도민 의견을 듣겠다'는 공청회 취지는 무색했다. 제2공항 사업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갈등만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내내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빚어졌다.

PPT 자료 화면도 보이지 않았고, 반영 과제 설명도 들리지 않는 '아수라장' 이었지만 제주도정은 강행했다. 국토연구원 측의 설명이 끝나서야 도민의견 청취도 없이 공청회는 결국 종료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3일 오후 2시 도체육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도민공청회>를 개최했다.

도민공청회 시작 전 오후 1시30분쯤부터 '제주 제2공항 반대범도민행동'과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민주노총 제주본부'등은 체육회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주도민들의 제2공항 공론화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원희룡 지사가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는 공청회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유감표명이었다. 이들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공청회' 추진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제주 제2공항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공청회 단상 위로 올라가 시위에 나섰다. ©Newsjeju
▲ 제주 제2공항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공청회 단상 위로 올라가 시위에 나섰다. ©Newsjeju
▲ 이날 공청회는 갈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제주 제2공항에서 시작된 갈등 양상은 급기야 지역 간 갈등으로 치닫기도 했다. ©Newsjeju
▲ 이날 공청회는 갈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제주 제2공항에서 시작된 갈등 양상은 급기야 지역 간 갈등으로 치닫기도 했다. ©Newsjeju

오후 1시44분. 기자회견을 마친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공청회 자리 참석을 위해 도체육회관 세미나실로 입장했다. 반대 측 일부는 피켓을 들고 세미나 단상 위로 올라섰다. 

이들은 "어떻게 이 공청회가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는 것이냐"는 내용을 외쳤다. 메아리는 찬성 측 사람들의 욕설과 고성으로 돌아왔다. 급기야 공방전이 펼쳐졌다. 세미나실 안 곳곳에서 제2공항 찬성 측과 반대 측 사람들이 뒤엉킨 신체접촉과 고함이 울렸다. 

제주 제2공항 사업 관련 팽팽한 찬·반 신경전은 지역갈등으로까지 치달았다. 공교롭게도 큰 고성과 욕설이 빚어진 양측 관계자들은 제주어(사투리)가 아닌 타 지역 방언이 다수였다. 서로 각자 지역을 비방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제주 원주민 이해관계자들은 "타 지역민들이 왜 끼어드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공청회 예정 시간인 오후 2시가 넘어섰지만 충돌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대 측 일부는 단상에서 계속 피켓을 들고, 제2공항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제주도정 관계자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 국토연구원 이범현 박사가 '제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설명'에 나섰는데, 욕설과 고함 등에 흡수돼 버려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Newsjeju
▲ 국토연구원 이범현 박사가 '제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설명'에 나섰는데, 욕설과 고함 등에 흡수돼 버려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Newsjeju
▲ 제주도정이 개최한 '제주 제2공항 공청회' 자리가 찬반 단체의 피켓 문구 단합대회로 변모해 버렸다. ©Newsjeju
▲ 제주도정이 개최한 '제주 제2공항 공청회' 자리가 찬반 단체의 피켓 문구 단합대회로 변모해 버렸다. ©Newsjeju

오후 2시9분. 국토연구원 이범현 박사는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설명>을 시작했다. 단상을 향해 빔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PPT 자료는 반대 측 사람들의 얼굴과 옷, 피켓에 투영됐다. 이 박사의 목소리는 찬·반 고성에 흡수됐다. 설명은 유명무실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설명>은 11분 만에 중단됐다. 마이크마저 말썽이었다. 이때를 맞춰 제2공항 사업 찬성 측 사람들도 피켓을 들고 단상 위로 올라왔다. 반대 측과 얽혀 서로 자신의 피켓과 목소리를 높였다. 단합대회처럼 비춰졌다. 

▲ 경찰이 공청회 현장 녹화에 나서자 찬반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가치관을 경찰에 요구했다. ©Newsjeju
▲ 경찰이 공청회 현장 녹화에 나서자 찬반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가치관을 경찰에 요구했다. ©Newsjeju

제주도정은 꿋꿋했다. 난장판 속에서도 자신들이 추진한 공청회를 중단하지 않았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경찰들도 속속 등장했다. 경찰은 캠코더를 들고 단상을 점거한 반대 측 관계자를 촬영했다. 몇몇 사람들은 촬영을 막아섰고, 또다른 사람들은 "연행해 가라"고 소리쳤다. 

공청회는 이범현 박사가 준비한 내용의 유인물을 다 읽어내려 간 후에야 종료됐다. 오후 2시40분이었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과제 도민 의견'은 수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제기는 없었다. 찬성 측 박수갈채만 터져 나왔다. 취지는 무색한 형식적인 흐름이었다.

두 차례 공청회를 통해 수합한 과제들을 제주도정은 국토교통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2회차는 사업 예정지 성산에서 오는 6월 추진될 일정이다. 

수합된 과제들이 전혀 없는 취지가 무색해져버린 공청회 내용을 제주도정은 어떻게 국토부에 전달할 수 있을지 물음표다. 이날 공청회에서 드러난 명확한 주제는 '갈등'이란 단어의 재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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