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쓰레기 대란에 행정은 뭘했나
제주시 쓰레기 대란에 행정은 뭘했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9.08.1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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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봉개동 주민들 "행정이 약속 안 지키고 있다"며 입구 틀어막아
음식물 쓰레기 수거 모든 차량, 쓰레기매립장 문 앞에서 줄지어 대기 중
제주시청, 주민들과 협상 돌입했으나 마땅한 방법 없어 '제자리 걸음'
▲ 봉개동 주민들이 8월 19일 오전 6시부터 봉개·회천 쓰레기 매립장 입구를 막아섰다. ©Newsjeju
▲ 봉개동 주민들이 8월 19일 오전 6시부터 봉개·회천 쓰레기 매립장 입구를 막아섰다. ©Newsjeju

제주시 동지역에서의 쓰레기 대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제주시 봉개동 지역주민들은 며칠 전 예고한대로 19일 오전 6시부터 봉개·회천 쓰레기매립장의 입구를 틀어막아 쓰레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막아섰다.

주민들이 입구를 막아선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청)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은 1992년 8월부터 가동돼 왔는데, 현재까지 총 3번(2011년, 2016년, 2018년)의 연장계약을 통해 운영돼 왔다.

주민들은 지역의 발전을 약속한 행정만 믿고 지난 27년여간 온갖 악취 발생을 참아왔다. 허나 약속은 제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건, 제주시가 오는 2021년 10월께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을 색달동에 지어 이곳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었으나 이게 1년 반 더 늦어진 2023년 상반기로 늦춰져서다.

제주시의 이 발표로 봉개동 주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면서 8월 19일부터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했던 것이다.

현재 주민들은 원래 계획대로 이행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제주시는 정해진 행정절차가 있어 불가능하다면서 입구를 열어달라고만 호소하는 상태다.

이에 주민들은 "행정에선 같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결단코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고희범 시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자처해 죄송하고 현재 달리 방법이 없으니 반입을 막지 말아달라고 읍소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의 입구가 막히면서 24대의 음식물 쓰레기 차량과 8대의 대형폐기물 차량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길가에 길게 주차돼 있는 상태다. ©Newsjeju
▲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의 입구가 막히면서 24대의 음식물 쓰레기 차량과 8대의 대형폐기물 차량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길가에 길게 주차돼 있는 상태다. ©Newsjeju

# 예고된 쓰레기 대란인데 무능한 행정...

제주시 동지역에서 발생하는 1일 음식물 쓰레기량은 약 140톤이다. 24대의 차량이 하루 두 번 돌면서 처리하고 있다. 

이 24대 전부가 이날 매립장 입구부터 줄지어 서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싣고 온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장에 버리고 돌아가야 클린하우스 내 RFID에 담겨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수거할 수 있으나, 이곳에 묶이게 되면서 수거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RFID가 가득 차 버리면 입구가 열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각 동지역 사무소에선 관할 주민들에게 음식물과 재활용품의 쓰레기 배출을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보내고만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 가정과 사업장에선 쓰레기를 안고 있어야 한다. 사업장이 가장 심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언제까지 보관해 둘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하필 현재 한창 더운 여름철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몇 겹의 비닐로 싸 놓더라도 부패하기 시작한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주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을 게 당연하다.

여기에 폐기물 및 재활용품 수거차량까지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목재 외 불에 타지 않는 매트리스 등 대형 폐기물을 처리하는 청소차량은 8대. 이들 차량들도 음식물 쓰레기 차량들과 함께 줄지어 서 있는 상태다.

쓰레기 대란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봉개동 주민들은 지난 8월 14일에 19일부터 막겠다고 예고하고 나섰고, 이에 앞서 제주시는 봉개동 주민들에게 약속한 '광역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주민들을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했다.

설득해내지 못한 이유는 전력이 있어서다. 매번 약속해 놓은 주민숙원 사업들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말로만 주민들에게 "이해해달라"고만 하고 있으니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 음식물 쓰레기 차량뿐만 아니라 대형페기물 차량까지 진입이 막히면서 제주시 동지역에 쓰레기 대란이 예고됐다. ©Newsjeju
▲ 음식물 쓰레기 차량뿐만 아니라 대형페기물 차량까지 진입이 막히면서 제주시 동지역에 쓰레기 대란이 예고됐다. ©Newsjeju

한편, 이번 제주시 동지역 쓰레기 대란 문제는 제주시 읍면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읍면지역의 쓰레기들은 모두 소각장으로 이동되고 있어 이번 쓰레기 대란은 다행히 제주시 동지역에만 국한돼 있는 문제다. 한경면과 애월읍 등 서부 지역의 쓰레기들은 남부소각장으로, 구좌와 조천읍 등 동부 지역의 쓰레기들은 북부광역소각장으로 옮겨져 처리되고 있어 읍면지역에선 별 탈이 없다.

허나 동지역의 쓰레기 대란은 올해 10월까지 읍면지역에도 RFID를 설치하기로 한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RFID를 설치하면 읍면지역 음식물 쓰레기도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읍면지역에선 아직도 음식물 쓰레기를 노란색의 음식물 전용 봉투에 담아 일반 가연성 쓰레기와 함께 혼합 배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클린하우스의 청결 상태는 늘 최악이다. 밤새 들고양들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물어 뜯어 버리면서 악취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시는 이미 읍면지역 내 RFID 설치에 대한 용역 발주를 마쳤으나, 봉개동 주민들과의 협의대상에 꺼내지도 못하면서 무한정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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