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일 조건부 개설허가 당시 허가요건인 병원 인력 134명 갖춰져 있었는지 확인 안 돼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이 조건부로 허가됐던 지난해 12월 5일 당시, 사업자의 허가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가 이뤄진 것일 수도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큰 논란이 일 전망이다.

<뉴스제주>가 제주자치도에 확인해 본 결과, 제주도정이 개설허가 당시 녹지국제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제 의료인력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개설허가를 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
▲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시설에 대한 개설허가를 받으려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사업자가 계획대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짓고 인력을 고용해야만 '개설허가'를 득할 수 있다.

의료법에서 외국인의료병원인 경우는 제주특별법 제307조와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조항 제17조(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요건)에 따라 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종류와 시설규격)이고, 다른 하나는 동법 시행규칙 제38조(의료인 등의 정원)다.

이 두 요건에서 정한 규정에 적합해야만 '개설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다. 즉, 사업계획서대로 건물을 완공하고 인력을 모두 채용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지난 2017년 8월 28일에 이러한 개설허가 요건을 갖추고 제주특별자치도에 개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대로 병원 건물을 짓고 9명의 의사를 포함한 134명의 의료인력을 채용했다고 제주도정에 보고한 것이다.

이러한 개설허가 요건은 실제 개설허가가 이뤄진 지난해 12월 5일까지 유지됐어야 했다. 허나 개설허가 당시 녹지국제병원의 부동산은 가압류 된 상태였고, 녹지국제병원에 채용된 134명의 인력이 그대로 근무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았었음이 드러났다.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시설 현장을 찾아간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지사는 3일 현장방문을 통해 "현실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 3일, 조건부 개설허가를 발표하기 2일 전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시설 현장을 찾아간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부동산이 가압류된 건 허가요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한 뒤 "녹지국제병원 측에 134명의 인력 중 변경된 인원이 있으면 통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녹지 측에선 진료를 개시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며 답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녹지국제병원 측도 건물 구조가 바뀌거나 의료인력에 변경이 생길 경우, 이를 관계기관에 보고해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개설허가를 신청(2017년 8월 28일)한 이후 단 한 번도 제주자치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개설 신청 당시 134명을 채용했다던 녹지국제병원엔 현재 9명의 의사는 전부 그만뒀으며,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67명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정은 정확히 언제 의료인력이 이렇게 감축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67명'이라는 숫자도 들리는 동향으로 파악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때문에 문제는 인력이 줄어든 시점이 개설허가 전인지, 후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도 관계자는 "인력에 변경이 있으면 (녹지 측이)보고를 해야 했지만 이제껏 수차례 관련 공문을 보내 질의했으나 한 차례도 답신이 없어 인력 변경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녹지 측으로부터 답신이 없자 제주도정은 의료인력에 변경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2017년 8월 28일에 제출된 134명의 문서 현황만 보고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채 조건부로 개설허가를 내줬다.

즉, 지난해 12월 5일 허가 당시 녹지국제병원에 실제 134명이 근무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줬다는 얘기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범국민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 건물이 가압류 된 상태에서 원희룡 지사가 개원 허가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제주도정의 해명대로 가압류 된 상태였다는 내용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드러난 바 있다.
▲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범국민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 건물이 가압류 된 상태에서 원희룡 지사가 개원 허가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당연히 현장조사를 통해 근무인력을 확인하고 개설허가를 내주지 않겠느냐"고 했으나 명확히 답변을 하지 못하자 "파악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시 현장조사는 없었으며, 중간에 인력 변경 보고가 없어 행정에선 사업자가 개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개설 허가가 난 이후 3개월 동안 문을 열지 않게 되자 인력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만 할 뿐, 여전히 언제 인력이 빠져나간건지에 대해선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현장조사를 하진 않았지만 개설허가를 내리는 데 있어 '위법'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허나 개설 허가 당시 허가요건인 사업계획서 상의 134명이 실제 근무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제주도정은 관련 규정을 어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설허가 신청이 이뤄지고 난 후 심의에만 1년 4개월여가 걸렸다. 그 사이에 의료인력에 변동이 있을 법했지만 제주도정은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제주도정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녹지그룹이 스스로 개설허가 전 인력감축을 보고했을리가 만무하다. 보고했다면 허가 불허 사유가 되거나 개설허가신청서를 변경해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개설허가 당시 134명이 있었다고 해도, 그 이후에 인력이 줄어든 것에 대해 제주도청에 보고하지 않는 것 또한 '위법'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실제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당시 의사 9명을 포함한 134명의 인력에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을 파악했었다면 제주도정은 관련 법규에 따라 '허가 불허'를 내릴 수 있었다. 이는 공론화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결과로 이어져 지금과 같은 논란을 애초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었기도 했다.

결국 행정의 안이한 대처가 지금의 이 사태를 부른 원흉이 됐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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