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도 학교시설물 안전점검도 "나 혼자 한다"
채점도 학교시설물 안전점검도 "나 혼자 한다"
  • 박길홍 기자
  • 승인 2020.02.28 10:0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설관리직렬 결원 누적 여전...학생들 안전마저 우려

학교 시설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설직 공무원들이 여전히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요지부동이다. 시설관리직렬에 대한 결원 누적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안전마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도교육청 교육시설과 내 기술직 근무 인원을 살펴보면 건축·토목직 11명, 기계·전기직 6명이다. 제주시 및 서귀포시교육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주시교육청 교육시설지원과는 건축·토목직 12명, 기계·전기직 6명, 서귀포시교육청 재정시설지원과의 경우 건축·토목직 8명, 기계·전기직 5명이다.

전년도에 비해 2명이 충원되긴 했으나 이듬해 2명이 휴직하면서 인력의 변동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인력은 여전한 데 반해 업무량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94건에 머물던 제주도교육청의 2016년 공사(건축·토목·기계·전기) 발주 건수는 이듬해인 2017년 159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인 2019년에는 230건으로 급증했다. 3년새 무려 2배나 증가한 셈이다.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Newsjeju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은 이미 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안전시설 관리기준에 따라 연 1회 이상 도내 각급 학교를 돌며 안전시설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학교 안전시설 정비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등 관리 감독 업무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시설물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2월 26일까지 단 한 차례도 학교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제주도감사위원회는 "학교시설 안전점검 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제주도교육청에 시정 통보를 내렸다.

그렇다면 왜 2년간 학교시설물을 점검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던 것일까. 그 이면에는 '업무 소홀' 보다 '업무 과중'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숨겨져 있었다. 이 업무를 맡은 담당자는 단 1명으로 혼자서 도내 모든 학교를 일일이 방문해 시설물을 점검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직원이 맡은 업무는 학교 시설물 안전점검(관리) 업무 뿐만 아니라, 정밀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용역 추진 업무, 교육시설 안전인증제 관련 업무, 재난위험시설 관리 및 심의위원회 운영, 건물개축심의위원회 운영, 담당학교(기관) 건축공사 사업 추진 관련 업무, 담당학교(기관) 건축분야 안전 및 하자점검 업무도 맡고 있다.

혼자서 이 모든 업무를 도맡다 보니 2년간 학교 현장을 찾지 못한 것이다. 물론 업무 과중이 책무의 핑계가 되서는 안 되겠지만 분명한 건 결원 누적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2020년 2월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규칙'에 의한 시설관리직렬 정원은 총 262명이지만 실제 정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50여 명이 현재 결원된 상태다.

인력 부족은 비단 시설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불거진 '뒤바뀐 중등교사 합격자'와 관련해서도 인력 부족의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해당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6급)의 실수로 '체육교과' 합격자가 2번이나 번복됐는데 알고 보니 이 업무 역시 혼자 도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격의 당락을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업무를 직원 혼자서 처리하다 보니 실수가 빚어진 것인데, 만일 이 업무를 여러명이 함께 맡아 재검, 삼검 과정을 거쳤다면 분명 실수는 최소화됐을 것이고, 합격자(체육교과)가 2번이나 번복되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시설물 안전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책임지는 인력에 대해선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등 여전히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류지훈 제주도교육청공무원노조 위원장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류지훈 위원장은 "제주도교육청이 시설관리직렬 채용에 손을 놓으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시설관리직렬의 결원으로 인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대체인력은 시설관리에 대한 책임의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은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시설관리에 대해 고도의 관리체계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이를 책임질 인력은 결원인 상태로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교육시설 안전관리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즉각 시설관리직렬을 채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시설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각급 학교시설의 안전을 도맡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들의 업무는 곧 학생들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듯, 학생들에게 보다 안전한 학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시설관리직렬의 결원 문제는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ㅇㅇ 2020-03-03 15:47:32 IP 117.111
결원이 수십 명인데 언제까지 채용 없이 단기계약직으로 폭탄돌리기나 할지 궁금
인력운용을 이렇게나 대책없이 하나?

유미 2020-02-28 11:03:17 IP 220.124
좋은기사 잘봤습니다. 인력은 그대론데 업무는 과중되니 이런 결과가 생겼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몇해 전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던걸로 아는데 별로 변한게 없어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