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현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 제주도 관광분야 업종별 생활폐기물 발생량 도표. ©Newsjeju
▲ 제주도 관광분야 업종별 생활폐기물 발생량 도표. ©Newsjeju

# 예상 밖 결과

관광객이 늘면 전체 쓰레기량이 불어나고, 반대로 줄어들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와 당혹감이 안겨지고 있다.

제주는 지난 2019년에 약 1500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하루 1인당 1.77kg의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허나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1000만 명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지만, 정작 1일 1인 쓰레기 발생량은 오히려 1.89kg로 늘었다.

이를 보고 '관광객 수와 쓰레기 발생량 간에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한 결과라고도 파악해 볼 순 있으나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이 '1.89kg/1일/1인'이라는 수치가 제주에 주민등록이 된 인구수 69만 7476명으로 나눈 평균 수치일 뿐, 관광객 수가 따로 포함돼 나온 결과 값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여기에 하루 관광객 수(약 11만 6000명)를 포함해 산출하면 1인 1.63kg으로 계산된다. 관광객 수가 더해졌는데 오히려 1인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더 줄어든 결과다. 이러다보니 더더욱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는 관광객에 의해 분자에 더해진 쓰레기량 대비 분모에 더해진 인원수가 너무 많아져서 빚어진 일종의 '통계의 함정'이다. 때문에 이 결과값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

제주도심 전경.
▲ 제주도심 전경.

# 이럴려고 연구용역 한 게 아닌데... '당황'

제주특별자치도가 22일 오전에 이 내용들을 브리핑할 때, 기자단으로부터 질문이 쏟아지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자치도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에 따른 논리 개발을 위해 최근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전국 최초로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현황 및 처리현황 조사와 자원순환 프로그램 개발'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은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수행됐으며, 한국환경연구원과 충남대학교가 공동으로 맡았다.

조사는 공항과 항만, 관광 숙박업, 이용·유원·편의시설업, 카지노업, 렌터카업, 국제회의시설업, 공공관광지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768개의 대상 사업체 중 폐기물 발생량이 많고 규모가 큰 업체 85곳을 선정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우선 제주지역 주요 관광산업을 통해 발생되는 폐기물은 연간 약 6만 7670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제주도 내 생활폐기물 전체 발생량(48만 3274톤)의 약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결과에서 의문은 이 '14%'의 발생량이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는 데 있다. 또한 이 통계는 관광객 1인에 의한 쓰레기 발생량이 아니라, 제주도 내 관광사업체에서 이용자와 종사자들에 의해 발생한 쓰레기량이라는 점이다.

관광사업체에서 발생한 '6만 7660톤'는 85개 사업체에서 집계된 쓰레기량을 전체 사업군 수로 환산하고 다시 이를 연 단위로 환산했을 때 뽑혀진 수치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값을 하루 1인 원단위로 추산해보니 '0.63kg'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제주도민 1명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량이 '1.89kg'였는데, 관광객은 '0.63kg'만을 버리고 있었다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에 허문정 환경보전국장은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위해 국회 대정부 설득 논리 자료로 쓸 수 있도록 조사했던 것"이라며 "개별관광객들에 의한 쓰레기량이 분석되지 않아 전체 관광객드로 인한 발생량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내 관광업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량을 산출한 결과일 뿐이라, 추후에 그룹별로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의 논거로 쓰기엔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 이 '0.63kg'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일반 음식점(식당 및 카페)에서의 쓰레기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6만 7660톤'으로 산출된 관광업계 전체 쓰레기 배출량에서 연간 수천만 명의 이용객들이 오가는 공항이 차지하는 부분은 3.7%(2491톤)에 불과하다는 것도 의문이다.

4일 오전 한림항 내에 쌓여있는 불법쓰레기 / 올레길 15코스를 찾는 사람들과 주변생활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2월 4일 오전 한림항 내에 쌓여있는 불법쓰레기.

# 각종 의문만 낳게 한 통계 결과...

더 의문이 발생하는 지점은, 1.89kg이라는 하루 1인 쓰레기 발생량은 전국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전국 평균의 2배를 넘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줄곧 제주나 중앙정부에선 '제주로 가는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늘 잠정 결론지어왔다. 허나, 정작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결과값이 정반대이다보니 결국엔 '과연 이 통계 수치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부호까지 달리게 된다.

그렇다면 왜 제주에선 이렇게 하루 배출 쓰레기량이 그 어느 다른 지역보다 많은걸까. 그 이유 역시 통계의 함정에 기인한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한국연구원의 이소라 연구원은 서울에서 집계되는 쓰레기량의 경우, 하루 배출되는 양의 55%가 재활용 쓰레기인데 이것이 쓰레기로 분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재활용 업체가 수거해가는 통에 이를 집계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제주에서 쓰레기 발생량 수치가 높은 건, 통계가 아주 잘 잡히고 있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한 답변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만일 서울이나 타 지자체에서도 제주에서처럼 통계가 잘 잡혀지고 있을 경우, 지금보다 수치가 2배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주의 생활폐기물이 전국 평균보다 2배 넘게 잡히는 건, 제주의 산업구조 상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전체 발생 쓰레기량의 14%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그래서 더욱 많은 의문부호를 낳게 한다.

결국, 이날 '관광분야 생활폐기물 현황 통계' 발표는 제주도정이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도입하고자 내세우려던 논리가 '관광객 수와 쓰레기 발생량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처럼 비춰지는 이번 용역결과로 인해 스스로 뒤집어버리는 꼴을 자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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