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지법 1심, 사전선거운동 '유죄' 나머지는 증거 부족 '무죄'
정원태·김태형 각각 벌금 500만원, 400만원
사단법인 대표는 징역 6개월에 집유 2년, 컨설팅업체 대표 벌금 300만원

▲ 오영훈 제주지사가 법원 1심 판결 후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기자들의 다른 질문은 일체 받지 않았다. ©Newsjeju
▲ 오영훈 제주지사가 법원 1심 판결 후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기자들의 다른 질문은 일체 받지 않았다. ©Newsjeju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유죄에 대해서는 행사(협약식) 당일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처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단과 합리적인 대처를 잘해야 했다.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 도민의 선택을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제가 도민의 선택을 받은 이상 도민과 함께 제주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하겠다. 감사하다." 

법원 정문을 빠져나가며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렇게 발언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마라톤 재판에 나선 오영훈 제주지사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당선무효형'을 넘는 수준의 실형을 구형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오른 제주도정 정원태 서울본부장은 벌금 500만원을, 김태형 대외협력특보는 벌금 400만원을 받았다. 사단법인 대표 고씨와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이씨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유 2년과 벌금 300만원이다. 

앞서 제주지검은 지난해 11월 29일 결심공판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에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또 사단법인 대표 고씨는 징역 1년, 정원태와 김태형 피고인에게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혐의를 인정한 모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이씨는 벌금 700만원을 검찰은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는 "오영훈 피고인은 간담회 참석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선거 홍보 행사임을 짐작했고, 다른 피고인과 함께 공모를 하진 않았다"며 "협약식 참석 당시 위법성 인식이 강했다고 보긴 힘들고, 선거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2022년 5월 16일 열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간담회, 협약식'에 참석한 사안만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모두 '무죄'를 판단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와 관련된 당선인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을 무효토록 규정됐다. 공무원 역시 공직선거법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연퇴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2022년 5월 30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오영훈 선거캠프와 연루자의 공모 여부를 살펴달라는 고발에서 시작됐다. 관련 수사에 나선 검찰은 2022년 11월23일 오영훈 지사 등 피고인 5명을 기소했다. 

피고인은 오영훈 지사, 제주도정 정원태 서울본부장,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고씨,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이씨 등이다. 

1심 선고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선관위 고발 기준으로 603일이 걸렸다. 검찰 기소부터 선고까지는 426일이 지났다. 

'공직선거법'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본격적인 1심 재판으로 이어졌다.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하면 재판 과정만 1년이 지난 370일의 마라톤 행보였다. 본 재판은 지난해 3월22일 시작됐다. 이날 1심 선고까지 307일 동안 치열한 법리 다툼을 펼쳤다.  

지난해 1월 18일 진행된 첫 번째공판준비기일 당시 오영훈 지사 등 4명의 피고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이씨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선거운동인 점 역시 기본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단법인 대표 고씨는 2022년 5월16일 오영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업 관계자와 기자 등을 동원해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개최했다. 고씨는 도내 7개의 상장기업을 모집했고, 이씨는 도외 지역 4개 기업을 끌어왔다. 

검찰 측은 '상장기업 만들기' 업체들 대부분이 상장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공약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씨는 같은 해 6월 사단법인 자금으로 협약식 개최 비용 550만원을 경영컨설팅 대표 이씨에 전달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오영훈 후보자를 위한 정치자금 제공으로 판단해 오영훈 도지사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제주도정 정원태 서울본부장과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방선거를 위한 초석으로 지지선언을 기획한 혐의다. 

검찰은 2022년 4월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에 대비해 선거캠프 내 '지지선언 관리팀'을 기획·운영하면서 각종 단체 지지를 유도하는 등 허용되지 않는 운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지지선언은 기자회견 후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일련의 과정이 "당내경선 여론 형성을 왜곡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선이다.

구체적으로 검찰 측은 ①제주 모 교직원 3,205명 ②시민단체 ③121개 직능단체 회원·가족 2만210명 ④2030제주 청년 3,661명 ⑤ 모 대학 교수 등의 지지선언 등을 언급했다.

혐의를 인정한 경영컨설팅 대표 이씨를 제외한 오영훈 지사 등은 검찰의 명시한 사전선거 운동과 협약식, 기자회견 등 모든 사안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지지 선언 역시 오영훈 지사는 자발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선거법 위반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검찰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개최한 사단법인 대표 고씨가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지역업체 7곳은 보조금이 얽혀있어 거래상 특수한 지위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인데, 여기에 오영훈 지사가 가담했다는 것이다. 

또 지사를 필두로 피고인들이 사전선거 운동부터 지지선언문까지 서로 복잡하게 특수한 관계로 얽혀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이 대표적으로 내세웠던 법률은 '공직선거법' 제85조(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등 금지)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못 하도록 규정했다. 공무원은 지위를 이용한 운동이 원천 금지로,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구성원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명시됐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이날 제주지법 1심 재판부는  오영훈 지사가 2022년 5월 16일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이 적어도 선거운동 일환이라는 것은 인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전 선거운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여러 사전 선거운동 연루는 검찰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추정'이 아닌 합리적 의심없이 명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치자금법 역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공소사실 중 지지선언은 조작됐다고 했다. 

검찰은 2022년 4월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에 대비해 선거캠프 내 '지지선언 관리팀'을 기획·운영하면서 각종 단체 지지를 유도하는 등 허용되지 않는 운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당내 경선 여론을 왜곡했다는 판단인데, ①제주 모 교직원 3,205명 ②시민단체 ③121개 직능단체 회원·가족 2만210명 ④2030제주 청년 3,661명 ⑤모 대학 교수 등의 지지선언 등이다. 

재판부는 "모 지지 선언 단체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오영훈을 지지하느냐' 물었고, 직접 확인 없이 대충 숫자를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주체도 명확하지 않고, 지지 인원과 선언문 초안 등 존재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오영훈 경선 사무실에서 내부적으로 당시 문대림 후보자의 지지 선언의 대응식으로 자체 응대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선거 운동원 사이에서 지지층이 두텁다는 여론을 형성해서 당선 경선에서 후보로 당선시킬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추진됐다"고 꼬집었다. 

다만, "오영훈 지사는 경선 후보 지지선언과 관련해 알면서도 개입했을 의심이 있다"면서도 "관여했다고 볼 만한 범죄의 증거는 없다"고 했다.

법원 1심 재판부가 9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오영훈 지사는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검찰 '항소'가 전망되면서 대법원까지 치열한 법리 다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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