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곶자왈사람들, 27일 심사 예정인 '곶자왈 조례' 앞두고 환도위에 당부
"효율적 관리방안 핑계로 개발 허용 제도화하기 위한 용역일 뿐" 집행부 질타

곶자왈.
▲ 곶자왈.

제주 곶자왈의 새로운 관리방안을 제시한 제주도정을 향해 민간단체가 재차 강력히 거부하고 나섰다.

(사)곶자왈사람들은 26일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안'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에 이어 똑같이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했다.

이들은 이 조례가 명분 상으론 곶자왈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담고는 있으나, 관리방안으로 제시된 '보전등급 세분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보전해야 할 지역에서의 개발 행위허가를 위한 또 다른 '제도적 장치'일 뿐이라며 이대로 개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로 인해 해당 조례안을 심사하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는 지난해 9월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제주도정은 개정안 내용을 뜯어고치고 의회에 다시 제출했으나 원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0여년 동안의 용역 끝에 도출된 이번 곶자왈 조례 개정안은 (사)곶자왈사람들이 지적한대로 개발행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용역에 따르면, 곶자왈 보호지역은 전체 면적의 35.5%, 관리지역은 31.2%, 원형훼손지역은 33.3%로 분류됐다. 이에 제주도정은 보호지역 내 사유지를 우선 매입대상으로 정하고, 원형훼손지역에 대해선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를 두고 곶자왈사람들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용하는 관리방안을 만든 것이라곤 하나 실상은 개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 위한 용역일 뿐"이라며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곶자왈에 대한 개발 위협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무료 개방한 제주의 자연환경 특수 촬영물. 드론으로 촬영한 곶자왈 모습.
▲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무료 개방한 제주의 자연환경 특수 촬영물. 드론으로 촬영한 곶자왈 모습.

실제, 이미 제주 곶자왈은 전체 면적의 약 1/3이나 파괴된 상태다. 

현재 제주 곶자왈의 면적은 95.1㎢로, 제주 전체 면적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허나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질 않다보니 그간 야금야금 개발행위 허가로 파먹히면서 31.5㎢에 달하는 면적이 훼손됐다. 이 면적이 개정안에서 정한 '원형훼손지역'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제주도정은 실질적으로 예산의 한계로 인해 전체 곶자왈 면적 내 사유지를 전부 매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체 95.1㎢ 중 사유지는 72.8㎢로 무려 7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으로선 곶자왈을 3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보호지역' 내 사유지를 우선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호지역 내 사유지는 22.1㎢이다. 행정 예산으로 매입하기엔 여전히 드넓은 면적이나 상대적으로 매우 줄어든 셈이다.

이러니 남은 2개의 등급인 보전지역과 원형훼손지역에 해당되는 곶자왈은 보호대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개발행위 위험에 노출되는 우려를 안게 된다.

이에 곶자왈사람들은 "이제 원형이 남아있는 곶자왈의 면적은 제주 전체 면적의 3.4%밖에 안 된다"며 "환경도시위원회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곶자왈을 지키기 위한 조례가 될 수 있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곶자왈을 지키지 못하는 조례를 거부하고,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 곶자왈 조례 개정안은 지난해 5월 4일에 제주도의회로 제출됐으나, 환경도시위원회는 두 차례나 '심사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판단을 유보해왔다. 오는 27일에 다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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