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권 위원장 "도민사회 공감대 형성 선행돼야 할 과제"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무료 개방한 제주의 자연환경 특수 촬영물. 드론으로 촬영한 곶자왈 모습.
▲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무료 개방한 제주의 자연환경 특수 촬영물. 드론으로 촬영한 곶자왈 모습.

8년여간의 연구용역 끝에 겨우 마련됐던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안'이 결국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는 27일 해당 곶자왈 보전조례 개정안을 포함한 14개의 안건을 심사했다. 환도위 대다수의 도의원들은 이날 오전에 대부분 이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낱낱이 짚으며 지난해 두 차례 '심사보류'에 이어 이번에도 가시밭길이 될 것을 예고했고, 결국 송창권 위원장이 '부결' 결정을 내렸다.

송창권 위원장은 "위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이번 개정안은 제주특별법에 따른 위임 범위와 관련한 문제와 곶자왈 토지 매수청구권의 법률적 근거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도민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공감대 형성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해당 개정 조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곶자왈 보전조례안 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5년 8월부터 추진해 8년여만에 도출된 법안이다. 용역은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하면서 6년 7개월이나 걸렸다. 겨우 개정안을 도출해 낸 뒤 제주도의회 심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무려 8년이나 소요됐다.

이후 심사에만 1년 넘게 걸렸지만 '부결'처리 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부결된 사유는 명백하다. 개정안에 담겨 있는 '문제'들을 해소시킬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부결된 개정안은 지난 2014년에 제정된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련됐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련된 개정안조차도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얘기다.

종전의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는 곶자왈에 대한 정의와 경계기준을 명확히 담고있지 않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곶자왈이냐'는 문제의식이 빚어져 사유재산권에 대한 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아왔고, 개발허용 범위 역시 불분명해 야금야금 곶자왈 지대가 훼손돼 왔다.

▲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 ©Newsjeju
▲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 ©Newsjeju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당한 기간을 소요하는 용역이 진행됐고, 그 결과 곶자왈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에 따라 곶자왈의 규모를 재산정했다. 여기까진 합리성이 있었으나, 이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제주도정으로선 곶자왈을 보호해야 하기에 매해 혈세를 들여 곶자왈 지대 내 사유지를 매입하고 있다. 문제는 매입 범위가 워낙 넓어 구체적인 매입 우선순위를 정하고자, 현행 곶자왈을 '보호/관리/원형훼손'의 3개 등급으로 나누고 '보호지역 내 사유지 곶자왈'을 우선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데 있다.

나머지 관리지역이나 원형훼손지역은 자연스레 매입 우선 대상에서 제외되며, 특히 원형훼손지역은 향후 개발행위 허용기준에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주도 내 여러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지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으며, 환도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두 차례 심사에서 모두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었고, 올해 들어서도 제주도정이 개정안을 손본다고는 했으나 여전히 이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 결국 '부결'처리하게 됐다.

이 문제 외에도 토지매수청구권을 '신청권'으로 수정하려 한 점도 환도위 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 대상이 됐다. '청구권'은 제주도정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강제성을 띠는 반면 '신청'은 토지주가 매수신청을 해야만 하는 수동적인 권한이라, 이럴 경우 곶자왈 내 사유지를 제대로 매입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도 야기시켰다.

이날 환도위 심사 도중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제주도정은 '토지매수청구권'으로 돌려놓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뒤늦게야 제주도정이 의회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였으나, 곶자왈 정의에 대한 상위법 충돌 가능성 문제도 여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고도 자신들이 원하지 않은 내용은 빼고 일부 해석만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것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곶자왈 지대를 '보호/관리/원형훼손' 등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법제처는 현행법 상 불가하다고 봤으나, 제주도정은 별도의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라며 나눌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려 했다.

결국, 의원들의 지적에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제주도정은 스스로 그 문제를 풀 수 없는 입장임을 고집하는 태도를 보이고 말았고, 이에 환도위는 '부결'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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