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사태, 이미 2015년에 예견된 일
영리병원 사태, 이미 2015년에 예견된 일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12.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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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승인은 보건복지부가 개설허가는 제주도지사로 '이원화'돼 있는 게 근본적 문제

사업승인 받으면 사업자가 시설 준공 마치고 인력 충원해야만 개설허가 신청 가능 
불허 결정은 곧 손해배상, 사실상 해결책 없어 → 정부정책 결정이 곧 제주도 부담으로 작용... 이는 '특별자치도'의 폐해...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으로 조건부 허가로 영리병원을 승인했지만, 정작 녹지국제병원 측은 '내국인 제한 진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으로 조건부 허가로 영리병원을 승인했지만, 정작 녹지국제병원 측은 '내국인 제한 진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이 된 녹지국제병원의 허가 후폭풍 사태는 애초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가 사업을 승인해 준 지난 2015년 때 이미 예견된 일이다. 

사업승인과 개설허가의 주체가 서로 다른 상태에서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18일에 제주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바 있다.

허나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5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해주면서 애초 이 문제가 '노무현 정부' 당시 때 촉발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전형적인 물타기 발언이다.

사실 원희룡 지사의 발언대로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5년 11월 21일에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국내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도입할 수 있게 한 건 맞다. 그렇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비영리법인이 설립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녹지그룹이 중국 공기업이기에 설립조건에 해당된다.)

이후 제주특별자치도법이 2006년 2월 21일에 제정되면서 제주에 설립할 수 있는 외국의료기관은 제주특별법이 정하는 조례에 의거해 제주도지사 허가로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2월 27일에 최초로 외국의료기관 설립 사업계획서 승인 요청이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승인을 잠정보류했고 '싼얼병원'이 언급됐지만 흐지부지 됐다. 이후 그린랜드헬스케어(주)라는 사업자가 2015년 3월 31일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2달여 만에 자진철회했고, 현재의 제주녹지헬스케어타운(유)으로 사업자가 변경된 후 다시 사업계획서 승인을 제주도에 요청했다.

이 때가 2015년 6월 11일이었으며, 6월 15일에 보건복지부로 넘어간 이 사업계획서는 같은 해 12월 18일에 최종 사업승인 처리됐다. 사업허가를 받은 녹지그룹은 서귀포시 토평동 2974번지 일대에 건물을 짓기 시작해 2017년 7월 28일에 준공했다. 준공 한 달 후인 그 해 8월 28일에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시설 현장을 찾아간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지사는 3일 현장방문을 통해 "현실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시설 현장을 찾아간 원희룡 제주도지사.

여기까지가 일련의 과정을 최대한 요약해 본 내용이다. 과정을 살펴보면 사업계획서 승인은 보건복지부가, 개설허가 신청은 제주자치도가 관할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만일 사업승인과 개설허가 주체가 (보건복지부로)단일화 돼 있었다면 제주도가 이 문제를 안을 필요가 애초에 없었다. 

게다가 황당한 건 현행 의료법에 의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사업자가 계획대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짓고 인력을 고용해야만 '개설허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개설허가를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의료법에서 외국인의료병원인 경우는 제주특별법 제307조와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조항 제17조(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요건)에 따라 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종류와 시설규격)이고 다른 하나는 동법 시행규칙 제38조(의료인 등의 정원)다.

이 두 요건에서 정한 규정에 적합해야만 '개설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다. 즉, 건물을 모두 짓고 인력을 모두 채용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는 점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이렇게 갖춰놓고도 개설허가를 받지 못하면 투자한 비용을 모두 잃게 된다. 때문에 개설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지사가 '불허'할 경우, 제주도정은 자연스레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관계자도 "그래서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만 할 뿐, 사실상 불허에 따른 대책이 없음을 시인했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 승인 발표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받은 질의에 답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영리병원 개설 허가 승인 발표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받은 질의에 답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래서 이 사태의 근원적 책임은 '노무현 정부' 때 제정한 법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승인과 허가가 이원화 돼 있는 시스템 그 자체에도 있다. 애초 사업계획을 승인해 준 보건복지부가 감내해야 할 몫을 제주자치도가 떠 안고 있어서다.

이는 다시 고스란히 '특별자치도'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선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허가권자도 보건복지부장관이어서다. 

원희룡 지사의 발언대로 관련 법이 제정된 시점부터가 문제라면 지난 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노무현 정부'라는 단어만 언급할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와 제주특별자치도의 탄생 배경인 '제주특별법' 제정(2006년)도 탓해야 한다.

당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일임을 강조했던 원희룡 지사는 자신이 개설허가를 승인해줌으로써 발생하고 있는 이 후폭풍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고찰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자치도가 특별자치도여서 타 지자체에 비해 누리는 혜택도 많겠지만 동시에 이번 사안처럼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특별자치도'라는 미명 아래 제주도가 이번 영리병원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나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 정부의 각종 정책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는 측면도 돌이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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