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이 있었으나 그에 따른 제주자체 조례 없어 그간 소극행정 펼쳐와
조례 마련으로 구매실적 의회 보고하고 기술개발제품 우선 구매 촉진할 수 있게 돼

제주의 척박한 2차산업을 이끌어야 할 도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이 이제서야 제대로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18일 제37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해당 조례안은 전체 출석의원 37명 중 36명이 찬성하고 1명이 기권함에 따라 무리없이 가결됐다.

이 조례안은 문경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대표발의하고 고용호 의원 등 7명의 도의원이 공동발의한 것으로, 도내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공공구매기관 협의회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 문경운 제주도의원의 대표발의로 부의된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이 18일 가결됐다. ©Newsjeju
▲ 문경운 제주도의원의 대표발의로 부의된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이 18일 가결됐다. ©Newsjeju

주된 내용은 상위법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내용을 대부분 다루고 있다.

우선 제주도지사는 중소기업이 자사의 제품이나 공사에 관한 조달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 수주 기회가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제주자치도의 출자·출연기관이 중소기업의 제품을 적극 구매하도록 권장하는 책무를 지닌다.

또한 도지사는 상위법 5조에 따라 중소기업제품의 구매계획을 목표비율 이상이 되도록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중소기업들이 알 수 있도록 제주자치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그 내용을 제주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농수축경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전년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실적도 마찬가지로 도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농수위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조례안이 다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 하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개발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함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물품 총 구매액의 10% 이상을 기술개발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 ©Newsjeju

허나 이는 이미 상위법에서 정해놓고 있는 사항이다.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자치단체는 물품이나 각종 공사, 용역 등 총 구매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제품으로 구매해야 하며, 기술개발제품에 대해선 중소기업물품 구매액의 10%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그간 제주에선 공무원들이 소극행정을 해온 탓에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제품을 생산해도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개발제품은 그 특성상 조달청으로부터 성능이나 품질을 인증받은 것이기 때문에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수의계약'은 사업자들에겐 손쉬운 판로확대이나, 이 업무를 담당해야 할 공직자들에겐 민원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제품을 내놓은 중소기업은 이 수의계약으로 인해 물품 조달이 수월해지는 반면, 공무원들은 동종업체들로부터 "왜 경쟁입찰을 하지 않는 것이냐. 특정업체를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불만을 들어야 하고, 이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또한 억 단위의 수의계약은 감사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겐 일거리가 늘어나는 행정행위여서 이를 기피해 왔다. 이러다보니 중소기업들은 판로망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개발제품 생산 자체를 꺼리게 되고, 이는 결국 제주의 2차산업 발전에 악영향 고리로 이어져왔다.

제주도정도 이 문제를 잘 알고는 있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 2017년에 기술개발제품을 적극 구매한 부서를 파악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면서 적극 행정을 유도하겠다고도 했었다. 

허나 도지사의 방침만 있었을 뿐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이거나 세부적인 사항을 명시해 놓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이에 평소 2차 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던 문경운 제주도의원이 나서서야 도 조례로 제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문경운 의원은 강창일 국회의원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할 즈음에 그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으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 문경운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Newsjeju
▲ 문경운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Newsjeju

문 의원은 "농수축경제위에서 활동하다보니 아무래도 제주에선 1차 산업 쪽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저라도 경제 쪽, 2차산업에 관심을 둬야겠다해서 살펴보는 도중에 이 문제를 알게됐다"며 조례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문 의원은 "중소기업이 여러 가지로 아직도 어렵다. 정부에선 여러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구매하도록 법령도 고치고 했지만 여전히 대기업 위주의 행정행위가 많다"며 "중소기업에도 좋은 제품이 많다.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문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조례안은 이번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 분야에선 의욕적이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제주도 내 5인 미만의 사업장이 83%에 이르고, 10인 미만 사업장도 92∼93%에 달한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촉진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문 의원은 상반기 중에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고도 약속했다. 장애인기업, 여성기업, 사회적기업, 기술개발기업 등 중소기업에서도 분야별 간담회 자리도 개최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의 윤형석 정책자문위원은 "산업구조가 편중돼 있는 제주에선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많아지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조례안에는 이 내용 외에도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기관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활성화하고 판로지원 확산 등에 공로가 인정되는 공직자에겐 '제주특별자치도 포상 조례'에 따라 포상할 수 있는 규정도 담아냈다.

제주도정은 이번 조례안의 타당성을 모두 인정하고 수용했다. 공포 시점은 제주도정이 결정할 사안이나 통상 본회의 통과일로부터 15∼20일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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