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9월 1일부터 가락시장 하차경매로 전환 밝히자
상품성 저하와 비용 증가 우려 제기... 2020년 현대화사업 완료시까지만이라도 유예 '촉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현대화사업이 완공될 때까지만이라도 하차경매를 유예해달라"고 22일 촉구했다.

허창옥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하차경매' 실시 결정에 대해 "일방적인 갑질 처사"라고 맹비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의 하차경매 실시 유예를 요청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의 하차경매 실시 유예를 요청했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는 연간 320만 톤의 농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제주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농산품들이 서울시 가락시장 등으로 몰려들어 경매를 벌인다. 특히 양배추나 월동무의 거래량 중 70∼90%가량은 제주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이 상황에서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가 오는 9월 1일부터 '하차경매'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을 허 의원이 지적하고 나섰다.

허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종전의 경매 방식은 콘테나(농산물을 싣는 플라스틱 박스, 비표준어. 일본어에서 유래)에 실은 상태에서 이뤄진다. 양배추는 망에 담기고, 월동무는 세척된 뒤 비닐에 담긴 후 콘테나에 실려진다.

허나 '하차경매'는 파렛트(지게차로 물건을 안정적으로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구조물, 비표준어)에 농산물을 쌓아 올린 후 비닐 랩으로 포장해 지게차로 이동시키면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허 의원은 하차경매로 할 경우 농산물의 상품성이 저하되고 물류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콘테나 경매로 하면 추운 겨울날 경매를 위해 꺼낸 농산물들이 콘테나에 의지해 어느 정도 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차경매로 하게 되면 영상 8℃의 기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상품성이 훼손될 여지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매 현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을 시 콘테나 경매는 하차경매보다 다른 경매장으로의 이동이 자유롭다. 파렛트에 담긴 농산물은 지게차를 다시 불러 실어 올려야 하는 단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하차경매를 하려는 걸까.
가락시장 인근 주민들이 제기하는 악취 민원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허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서울시가 가락시장 등을 현대화시설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에 허 의원은 "경매가 이뤄지는 곳의 온도가 영상 15℃ 정도만 되도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이하로 내려가는 추운 겨울날에 꺼내 놓은 채소가 한 번 얼었다가 풀리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때문에 현대화시설이 완공되기 이전까지만이라도 하차경매 실시를 유예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오는 23일 서울로 상경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자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당초 오는 23일 서울로 상경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자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특히 허 의원은 하차경매가 출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이라고도 비판했다.

허 의원은 "경락가가 결정되면 생산자는 그걸 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하차경매로 하면 이미 얼어버린 채소를 다른 곳으로 이동해 경매를 진행할 수 없는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오영훈 국회의원과 몇 차례 연락을 취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오는 23일 오영훈 의원과 강성균 의원, 애월조합장, 이우철 농축산식품국장 등과 함께 방문키로 했었다. 허나 태풍 북상으로 인해 올라가지 못하게 되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오영훈 의원이 대신 전달키로 했다.

공개서한엔 김태석 의장 등 27명의 제주도의원이 서명했다.

허 의원은 "연간 처리량이 320만 톤이나 되는 농수산식품공사는 대기업이나 다름 없다.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해서 전달하는 건 농업인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오는 2020년에 현대화시설이 완공된다고 하니 그때까지만이라도 현재 경매 방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동무.
월동무.

아래는 제주도의회 의원들(27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달할 서한문.

박원순 서울시장님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시민들의 삶의 문제 해결에 전념하고 계시는 박원순 시장님의 노고에 찬사를 드리며, 농업인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건의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서울은 농업인들의 농산물 소비하는 주요 소비처로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 농수산물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공사를 설립하여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해서 농업인의 한사람으로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화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는 하차경매에 대해 모든 농업인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추진하는 ‘불통’의 모습을 보며, 박원순 시장님이 계신 서울시 산하기관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농업인의 입장에서 더 좋은 상품을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최적의 상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출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농업인의 피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하차경매 추진은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대화 시설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하차경매를 추진하여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을 더위와 한파에 고스란히 노출 시키게 되는 공사의 불합리한 조치에 대해 모든 농업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원순 시장님 

가락시장의 하차경매 이야기를 들은 한 농민은 평생 농업에만 종사해서 몰랐는데,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이란 것이 어떤 건지 이해를 했다고 합니다. 

연간 320만톤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공사의 위치는 농업인들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며, 그 요구가 불합리하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 시장님께서 발표하신 골목경제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무너진 골목경제를 살리고, 지역 선순환 경제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이해를 합니다. 

우리 지방의 농업인에 대해서도 대기업으로의 굴림이 아닌, 상호 협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단순하게 공사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고려하여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고되게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인들의 입장도 고려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공사의 현대화 사업 추진에 따른 하차경매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최소한 시설이 완공된 상태에서 하차경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고, 현대화사업추진에 따른 경매방식에 대해서도 농업인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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