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정치 연관성 있다고 하더라"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정치 연관성 있다고 하더라"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1.12.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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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제 사건, 이승용 변호사 살인 3차 공판
증인들 "피고인 흉기 소지하고 다녔다"···방송에서 묘사된 그림과 유사점 
"리플리 증후군? 평소 그냥 거짓말 잘 치는 유형일 뿐"
피고인 "검찰이 채택한 증인 일부 발언 신뢰성 없어"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제주판 미제 사건으로 약 20년간 잠들었던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세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첫 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을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환자라고 주장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이승용 변호사를 죽인 범인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라는 주장의 진술과 스스로 공소시효가 끝났음을 언급한 내용, 정치계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발언과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당시 그림을 그리며 설명한 것과 유사한 흉기를 평소 소지하고 다녔다는 말까지 언급됐다. 

8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된 김모(55. 남. 전직 조직폭력원)씨 재판을 진행했다. 

세 번째 공판은 증인 5명이 출석해 진술이 이뤄졌는데, 2명은 비공개 증언을 요청했다. 증인들은 피고인이 없는 자리에서 진술을 원했다. 재판부는 신문 후 각각 발언들을 피고인에게 따로 요약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속행됐다. 5시간 이상 걸린 마라톤 재판이었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은 모두 피고인 김씨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A증인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제주도 변호사 살인사건' 편을 보고, 제주경찰청에 관련 제보 전화를 한 사람이다. 

해당 증인은 피고인이 한국을 벗어나 마카오에 있을 무렵 교제를 했던 여성과 아는 지인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과 교제를 한 여성에게 전해 들을 이야기를 법정에서 진술했다. 

A증인은 "피고인은 당시 교제를 하던 연인에게 '제주도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을 갔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며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방송을 시청한 후 제주경찰청에 관련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마카오에서 연인 관계로 있던 여성과 제주에 내려와서 경찰을 만나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다른 증인은 피고인에 총 4차례 흉기 등 협박을 당했던 당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외국에 있을 때 피고인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도 했다. 

B증인은 "피고인은 스스로 '제주에서 사고를 친 것이 있어서 고향으로 갈 수 없다. 정치 쪽에 관련된 엄청난 이야기로 언젠가는 책으로 쓸 수도 있고, TV로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본인에게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언제 이런 말을 했느냐"고 물었고, B씨는 "시간이 좀 많이 흘러서 기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피고인에게 직접 들은 말"이라고 했다.

"그런 말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증인은 "자신이 제주도에서 그만큼 잘나갔다고 이야기를 하는 취지 같았다"며 "고향인 제주에 못 가게 된 이유를 말하면서 했고, 조직원 동료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말도 함께 했다"는 발언을 늘어놨다. 

최근 법정에서 피고인이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변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늘 자기가 살기 위해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스스로도 자신이 하는 말이 거짓말임을 인식하고 있고, 절대 증후군을 갖고 있지 않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흉기에 대한 증언도 계속됐다. <그것이 알고싶다>방송에서 피고인은 제작진을 만나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 당시 흉기 그림을 그리며 자세히 설명했다. 흉기로 변호사를 살해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조직폭력원이라는 취지도 강조한 바 있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이 피고인이 지니고 다녔다고 진술한 흉기는 방송에서 직접 그린 그림과 유사한 형태였다. 

B증인은 "피고인이 흉기로 저를 협박했었는데, 반짝반짝한 칼날이 마치 은갈치를 연상하게 했다"며 "손잡이는 검정색 바탕으로, 칼날은 삼다수 작은 물병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였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협박을 가할 때 사용한 흉기는 평소에는 본 적이 없는 칼이고, 크기는 과도보다는 컸고 일반 주방 식칼보다는 작았다고 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갈무리 ©Newsjeju
▲ 사진 출처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갈무리 ©Newsjeju

재판부와 검찰 측도 흉기 부분에 대해서 증인들에게 자세히 재차 물었고, 다른 증인도 비슷한 형태의 흉기를 묘사했다. 

C증인은 "예전에 피고인이 다른 사람과 싸움을 하는 것을 봤는데 그 당시 흉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C증인은 경찰 측에 당시 사용된 흉기를 그림으로도 그려놨는데, 방송 당시 피고인이 그린 그림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C증인은 "손잡이가 짙은 검정색에 가까운 색깔로, 칼은 반짝반짝 거렸고, 예리했다"며 "칼날 폭이 좁고, 일반적인 칼과는 달랐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이 술을 함께 마시면, 자신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말을 몇 차례 이야기했다"며 "조직폭력원 친구가 사람을 죽였고, 자신도 연루가 됐다는 취지었다"고 덧붙였다. 

약 5시간30분 가량의 마라톤 재판 후 피고인은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 변호했다.

피고인은 "일부 증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을 안하겠지만 다른 증인들의 발언은 신뢰성이 없다"며 "흉기는 일부 증인에 과거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호신용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2월23일 오후 2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네 번째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대검 분석 관계자 등 4명과 이날 출석한 증인의 발언 중 "제보를 위해 경찰과 만났다"는 내용에 대해 신뢰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당시 동석한 경찰관 2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김씨는 1999년 당시 제주 유탁파 조직폭력배 행동조직 격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해 8월~9월 사이 성명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으니 이승용 변호사를 손 봐줘야겠다"는 지시를 받은 피고인은 현금 3,000만원을 받고, 범행 결정권을 이임 받았다. 

이후 같은 조직폭력배 친구인 A씨(2014년 8월 사망)와 공모에 나선 피고인은, 이승용 변호사가 검찰 출신으로 상해만 입힐 경우 자신들의 범행 은폐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살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1999년 11월5일 새벽 3시15분에서 오전 6시20분 사이, 이승용 변호사는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가슴과 복부를 A씨 흉기에 3회 찔려 숨졌다. 검찰은 김씨에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살인죄 혐의가 성립된다고 했다.

살인 용의자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2019년 10월 피고인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접촉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송국 측은 2020년 피고인 김씨의 인터뷰 내용을 내보냈다. 내용은 김씨가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조폭 두목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 중 한 명에게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경은 지난해 7월1일 자로 김씨를 입건하고, 올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올해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추방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결국 구속기소 돼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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