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도민경청회, 한림 지역에서 서부지역 주민 대상으로 개최
지난 1, 2차 경청회 때와 달리 아주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진행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세 번째 도민경청회가 25일 오후 3시부터 서부지역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림수협 다목적어업인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도민경청회는 앞서 진행됐던 1, 2차 때와는 달리 아주 차분히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찬반 양측 모두 욕설이나 고성은 전혀 나오지 않았으며, 발언이 다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반박하거나 방해발언을 하지 않고 '경청'했다.

이는 1, 2차 경청회 때 서로 간의 감정 싸움이 극에 달하면서 파행을 빚었던 데 따른 대책으로 제주도정이 많은 주의를 들인 결과다. 또한 찬반 발언으로 나선 이들도 모두 청중들에게 끝까지 '경청'해 주기를 당부한 효과가 컸다.

▲ 제주 제2공항 찬성 측 대표발언자로 나선 우창범 제2공항성산읍추진위 부위원장(왼쪽)과 홍종훈 관광협회 관광지원분과 위원장. ©Newsjeju
▲ 제주 제2공항 찬성 측 대표 발언자로 나선 우창범 제2공항성산읍추진위 부위원장(왼쪽)과 홍종훈 관광협회 관광지원분과 위원장. ©Newsjeju

# 찬성 측 논리, 관광 및 경제 살려 제주의 미래 발전으로 가야

경청회는 먼저 제2공항을 찬성하는 쪽에서 발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찬성 측 인사들은 주로 제2공항 건립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제주의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우창범 제2공항성산읍추진위 부위원장은 "제주공항이 포화된지 오래다. 제2공항이 성산에 들어서면 한림에서 제2공항까지 1시간 대로 이동이 가능해져 더욱 편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서 1, 2차 때 찬성 측 인사들이 폈던 논리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어 우창범 부위원장은 "반대 측에선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데 이미 원희룡 전 지사가 그건 도지사가 아니라 국토부장관 소관이라 불가하다고 했다"며 "이제 국토부장관이 된 원희룡 전 지사는 주민투표는 안 하겠다고 했고, 제주도의회가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했으니 (주민투표는)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부위원장은 "제2공항으로 3만 8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관광과 건설경기가 살아나게 될 것"이라며 "진정 제주의 미래를 위한다면 백년대계를 위한 선택을 오영훈 지사가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종훈 관광협회 관광지원분과 위원장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2공항이 지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홍종훈 위원장은 "항공편이 턱없이 부족해서 많은 단체 및 개별관광객들이 비싼 항공요금을 내야 하다보니 내륙으로 (관광을)선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제주관광의 경쟁력 하락까지 염려해야 되는 것으로, 제주경제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제주는)지리적 특성상 항공은 절대적인 교통수단이다. 현재도 31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더 큰 불편들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역경제가 크러면 인구가 100만 명은 돼야 한다는데, 제2공항이 지어져야만 제주의 핵심산업인 관광이 제주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 제2공항 반대 측 대표 발언자로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와 여성 농업인 한경례 씨. ©Newsjeju
▲ 제주 제2공항 반대 측 대표 발언자로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와 여성 농업인 한경례 씨. ©Newsjeju

# 반대 측 논리, 인구유입으로 인한 환경부담... 주민들이 평생 감당해야 할 몫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인사들은 이러한 찬성 측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구유입으로 인해 늘어만 가는 환경부담에 대한 문제해결 몫을 관광객들이 아닌 도민들이 져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우선 "경청이라면 제주도정이나 국토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이 자리에 와서 이런 얘기를 직접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홍영철 공동대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라는 게 계획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따져 묻는 절차인데 지난 3년간 협의에 실패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그간 변화된 게 없는데도 통과됐다"고 비판하면서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기존 제주공항과 제2공항 간의 역할 분담방안을 후속조치로 미뤄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에 제2공항엔 국제선 전부를, 국내선을 50% 배정하겠다고 했다가 2017년 전환평에선 제주공항에 이를 적용하더니 이번엔 실시계획 단계에서 결정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홍 대표는 "이건 어떤 집을 짓겠다는건지 정하지도 않고 설계도를 그리겠다는 말이자 도민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네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제주공항보다 더 큰 공항을 지으면 대체 뭐에 쓰겠나.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결과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홍 대표는 제주의 지질 및 하천 분포도 자료들을 보여준 뒤 "제주 동부지역에 왜 하천이 없는 줄 아나. 많은 동굴들이 분포해 있어 빗물이 땅 속으로 다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곳에 숨골이 한가득 있다. 이곳을 막아버리면 지하수 함양량이 부족해져 결국 바닷물이 거꾸로 솟아오르게 될 거고, 그 때엔 성산만이 아니라 제주 전체의 문제로 재앙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 농업인이라는 한경례 씨는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온 결과 하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고, 폐기물 처리도 제대로 안 되는데다가 쓰레기를 수출하는 도시가 돼 버렸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로 인한 모든 부작용이 다 도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한경례 씨는 "군산공항이 4월부터 8월까지 폐쇄됐다. 주한미군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2공항을 제주공항보다 왜 1.5배나 크게 짓겠나. 공군기지로 들어서면 제주는 바다 위에 떠 다니는 항공모함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씨는 "국토부가 합리적이고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의견 제출하면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진행됐는데 어찌됐나. 이미 결과는 나왔다"며 "이 갈등을 다시 강정처럼 끌고 가선 안 된다. 자기결정권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주 제2공항 제3차 도민경청회 현장. ©Newsjeju
▲ 제주 제2공항 제3차 도민경청회 현장. ©Newsjeju

# 청중 발언... 논리 실종된 찬성 측, 이에 철저한 논리로 맞선 반대 측

찬성과 반대 양 측 의견이 두 차례씩 주고 받은 뒤엔 청중에서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한림읍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상혜 씨는 "제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데, 그 폐기물은 마을주민들이 만들어 낸 게 아니고, 여기가 관광객들이 많은 곳도 아니"라며 "그런데 폐기물 처리를 왜 이 지역에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김 씨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인구유입이 많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마을사람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오폐수와 폐기물들을 (이곳처럼)마을사람들에게 전가하게 될텐데, 이것도 (제2공항)기본계획에 있는건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인구유입으로 인한 환경부담은 지역주민들에게 일회적인 보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죽을 때까지 평생 동안 감당해야 할 삶의 변화이자 몫"이라면서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다"고 물었다. 

이에 국토부는 즉답에 나서지 않았으며, 의견으로만 접수됐다.

표선에서 감귤농사를 하고 있다는 주민은 뜬금없이 박정희 정부 시절 '경부고속도로' 얘기를 꺼내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3분의 발언시간이 끝났는데도 계속 발언을 이어가자 마이크가 꺼졌고, 그럼에도 앉은 자리에서 계속 얘기해대 주변에서 말려야 했다.

윤지애 씨는 "기후위기 시대다. 이제 모든 사업은 가장 먼저 지속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며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 위해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지금의 환경 문제엔 대안이 없다. 과연 정부가 기후위기 관점에서 제2공항을 평가하고 있는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2공항을 찬성한다는 이영근 씨는 홍영철 공동대표가 언급한 지하수 부족 우려 사태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하수를 거론한 부분에 대해선 공감이 많이 됐다"면서 "지하수 이용엔 농업용수가 가장 많은데, 빗물 저장수를 조성해 농업용수를 빗물로 대체해 쓰면 지하수 고갈 문제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나 빗물을 이용한 농업용수 대체 공급 사업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진행돼 온 상태다.

성산 주민이라는 채호진 씨는 "공황이 포화라고 하는데 그보단 제주 자체가 포화 상태"라며 "문제의 모든 해결은 도민들이 지고 있는데, 지역공동체와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채 씨는 "그 자리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파괴될까봐 발버둥치면서 막아내고 있다"며 "찬성하는 분들은 과연 그들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공항이 과연 필요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공항 부지 안에만 25만 평의 농지가 있다. 제2공항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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