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공직선거법 핵심, '상장기업 협약식'
사단법인 추진단장 A씨 "주최자, 컨설팅업체 대표라고 생각"
검찰 "1인 커피숍 업체 등이 상장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나"
변호인과 A씨 "협약식과 선거캠프는 무관"
재판부 "바쁜 일정 후보자, 협약식 오게 된 배경 있지 않나"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오영훈 제주도지사 등의 일곱 번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열렸다. 지난해 5월16일 오영훈 당시 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간담회가 열리게 된 배경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네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증인은 협약식과 오영훈 선거캠프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더디게 흐르던 재판은 "바쁜 후보자 신분이 무슨 이유로 간담회에 갑자기 참석하게 됐는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긴장감이 흘렀다. 증인은 결국 발언을 거부했다. 

28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 정원태 서울본부장,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A씨, 컨설팅대표 B씨 재판을 속행했다. 

이날 증인석은 사단법인 대표 A씨가 자리했다. 오영훈 지사와 학연 관계로도 얽힌 A씨는 교수이자 2022년 3월부터 모 사단법인 추진단장을 역임했다. 또 같은 달부터 제주도지사 오영훈 경선캠프에 합류했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행사는 중요 쟁점이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A씨가 모 사단법인 추진단장 직위를 이용해 협약식을 진행하면서 '컨설팅' 명분으로 업체를 모아 오영훈 지사 공약과 연계한 것으로 직시했다. 실체는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에게 오영훈 후보자의 성과처럼 보이도록 사전 공모를 통해 행사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압수수색을 통해 분석한 A씨 휴대폰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사무실에서 나온 서류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피고인이자 증인은 본인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선거 관련 자료 작성자가 누구냐는 검찰의 추궁에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휴대전화에서 나온 자료 역시 주로 "내용을 모른다"라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선거캠프에 몸담으면서 관련 내용은 정원태 본부장과만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오영훈 지사 변호인단은 '상장기업 만들기' 행사는 A씨와 컨설팅대표 B씨가 주도한 것이지 선거캠프에서 주도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져나갔다. 

"협약식 주최는 누가했느냐"는 변호인 측의 물음에 A씨는 "B씨가 제안했기에 컨설팅업체에서 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늘어놨다. 

이와 함께 지난 재판(6월14일)에 나선 컨설팅 대표 B씨가 증언한 "'A씨가 참 의심이 많네. 내가 하는 말은 후보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돼'라고말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A씨는 강조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재판에서는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간담회가 실속 없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정황도 드러났다.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추진 배경은 모 사단법인이 관리하는 제주도내 향토기업 등이 서울권에 있는 기업들과 연결을 맺어 서로 상생하고, 발전하는 내용이 토대다. 해당 사단법인은 농림부 예산 70%와 지자체 예산 30%로 운영된다. 예산만 7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참석한 향토기업 중에는 1인 업체거나 커피숍을 운영하는 업체가 포함됐다. 과연 상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냐"고 반문하면서, "결국 행사는 후보자를 위한 보여주기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에 배포됐던 협약식·간담회 보도자료를 보면, '제주기업 상장기업 만들기 1차 협약'이라고 됐다. 1차 협약이란 말은 2차 협약도 진행돼야 하는데 왜 실적이 없나"고 언급했다. 

A씨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재판부도 고개를 저었다. 재판부는 "참석한 도내 업체는 소규모 업체로 보인다"며 "제주 업체를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서울권 업체와 업무적 유사성이나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의문을 표했다.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이 효과가 있었나"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A씨는 "(공직선거법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추진단장 자리에 있는 A씨가 제주 향토기업과 서울권 기업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상생 기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느냐는 취지다. 

돌아온 답변은 당시 오영훈 후보자와 미팅날짜를 잡는 간담회 역할과 향토기업 참여 업체를 모았다는 발언이 전부였다. 

검찰과 변호인이 A씨에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지지부진하게 흐르던 재판은 재판부의 추가 질문에 공기가 달라졌다.

2022년 5월 16일 열린 행사를 위해 정원태 피고인과 어느 정도 내용을 공유했는지 재판부는 물었고, A씨는 "협약식과 간담회가 있으니 후보자 미팅을 잡아달라 정도만 말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질문 방향을 바꿨다. "선거기간 도지사 후보자의 일정은 매우 바쁘게 흘러갈 텐데, 행사 간담회도 참석하고 선거캠프 장소도 대여해 줄 정도면 어떻게 과연 설득을 했는가"라는 것이다. 

"특별히 딱히 설득하진 않았다"는 A씨 답변에 재판부는 "납득이 안 간다. 행사 전날인 5월 15일까지 후보자가 불참을 통보했다가 하루 만에 일정이 바뀌었다. 어떤 이야기나 설득하는 과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A씨 대답은 변함없었다. 

피고인이자 증인 신분인 A씨에 법원은 "진술을 거부해도 좋지만, 허위 증언은 안 된다"면서 허위 증언의 예시를 열거했다. 

잠시 뜸을 들인 A씨는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법원은 오는 7월12일 다섯 명의 새로운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 '공직선거법' 속행을 예고했다. 그 기간 안에 검찰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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