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대법원, 상고 기각 결정
2022년 12월 16일 발생한 청부 살인 사건
금전 이득에 '눈' 먼 욕망이 비극 시작
주범 '무기징역', 실행범 징역 35년 등 선고

제주 오라동 청부 살인 사건 피의자들이 28일 오후 1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됐다. 사진 왼쪽부터) 주범 박씨, 실행범 김씨와 아내 이씨
제주 오라동 청부 살인 사건 피의자들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됐다. 사진 왼쪽부터) 주범 박씨, 실행범 김씨와 아내 이씨

제주에서 2022년 발생한 유명 음식점 대표 살인사건 피고인들에게 무기징역 등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8일 오전 대법원 제1부는 '살인' 혐의 등이 적용된 주범 박모(58. 남)씨, 실행범 김모(53. 남)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결정으로 주범 박씨는 '무기징역'을, 실행범 김씨는 징역 35년 형량이 유지됐다. 김씨의 아내 이모(48. 여)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된 징역 5년 형량이다. 

이번 사건은 2022년 12월16일 오후 발생했다. 실행범 김씨가 제주도내 피해자 집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귀가한 A씨(50대. 여)를 아령으로 내리쳐 살해 후 도주했다. 김씨 부부는 12월 19일 경남 양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주범 박씨는 같은 날 제주에서 잡혔다. 

주범 박씨는 피해자 식당의 전 관리 이사로, 살인을 지시했다. 김씨는 살인 행위자고, 그의 아내 이씨는 조력 행위에 가담했다. 

사건은 피해자 A씨와 박씨 사이가 틀어지면서 살인으로 번졌다. 둘은 2018년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알게 돼 친분을 쌓아왔다. 당시 박씨는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다른 여성에 접근해 금원을 착복해 왔으나, 우연히 알게 된 피해자의 재산을 알게 된 후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그 무렵, 피해자 A씨는 유명 음식점 인수를 위한 돈이 필요했다. 박씨는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처럼 접근해 호감을 샀다. 실제로 돈이 없던 박씨는 여러 내연녀에게 돈을 빌려 제공하는 등 피해자에게 신뢰를 쌓았다. 

거짓된 신뢰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업 관련 갈등이 생기자 A씨는 2022년부터 박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관계 단절의 문제는 '돈'이었다. 박씨는 A씨로부터 억대 채무 변제를 요구받았다. 재력가 행세로 이곳저곳에서 빌리거나 속인 금원 해결까지 불어나자 박씨는 타개책으로 피해자의 식당 운영권 장악을 꿈꿨다.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악한 마음을 품은 박씨는 경남 양산을 고향으로 둔 김씨 부부에 유혹을 던졌다. 피해자에 위협을 가할 '손'이 필요했다. 

건설업 쪽에 종사하는 김씨는 불경기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고, 2억원 채무도 떠안았다. 박씨는 김씨 부부에게 "채무 해결과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재력가 행세는 김씨 부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나는 학교 재단 이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씨는, 피해자와의 관계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내 재산을 가로채려 하는 꽃뱀이다"고 말을 하면서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김씨 부부에게 심어줬다. 

김씨 부부와 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범행 공모에 나섰다. 2022년 12월16일 발생한 살인까지 총 7회 범행을 시도했다. 

첫 시작은 교통사고였다. 9월18일부터 이틀간 피의자들은 A씨가 운영하는 식당 주변에서 사고를 가장한 사건을 모의했으나 실패했다. 9월 말과 10월 초에도 계속 교통사고를 내려고 했지만, 상황상 미수에 그쳤다. 계획이 잇따라 틀어지자 이들은 피해자 집을 찾아 살인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사건 발생일 12월16일 오후, 김씨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A씨 주거지에 몰래 침입해 2~3시간가량 귀가를 기다렸다. 경찰은 CCTV에 찍힌 피해자 귀가 시간을 토대로 범행 시각을 16일 오후 3시2분부터 19분 사이로 추정한다. 

같은 날 아내 이씨는 피해자 뒤를 몰래 밟으면서 이동 동선을 남편에게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 연락으로 A씨 귀가 임박을 알고 있던 김씨는 집 안에 있는 둔기(아령)로 피해자 머리 등을 내리쳐 살해했다. 

살해 과정도 잔혹했다. 실행범 김씨는 아령으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등 부위를 약 20회 내리쳤다. 살인 후에는 집 안에 있는 현금 491만원과 귀금속, 명품가방 3개(1,800만원 상당)도 챙겼다.

재판과정에서 주범 박씨 측은 "살인 사건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발뺌했고, 김씨 부부 측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의 변호를 했다. 제주지법 1심 재판부는 2023년 7월 박씨에 무기징역을, 김씨와 아내 이씨에 각각 징역 35년과 10년 형량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양형 부당 등 사유로 항소에 나섰다. 광주고법 재판부는 이씨 형량만 10년에서 5년으로 감형하고, 두 명의 피고인 형량은 유지했다. 대법원의 상고 결정으로 피고들은 죗값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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