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의회-강정마을, 31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크루즈항서 상생화합식 가져

▲ 원희룡 지사(가운데)와 좌남수 의장(왼쪽),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31일 개최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치켜 올렸다. ©Newsjeju
▲ 원희룡 지사(가운데)와 좌남수 의장(왼쪽),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31일 개최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치켜 올렸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정마을회가 그간 오랜 갈등의 종식을 선언하는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을 31일 개최했다.

이날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은 오전 10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개최됐으며, 제주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강정마을에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과정으로 인한 지난 날의 과오를 사과하고 마을상생 화합을 위해 손을 맞잡아 강정마을의 완전한 갈등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공동선언식은 강정마을회가 행정의 사과를 공식적으로 수용하는 자리다. 그간 제주도정에선 몇 차례의 사과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전하긴 했었으나 강정마을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왔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강정마을회에서 도정과 의정의 사과를 받아들임에 따라 상생을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입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제주도정의 지난 과오에 대한 사과를 다시 건넸으며, 향후 강정마을과의 상생협력 협약 체결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 왼쪽부터 좌남수 의장과 원희룡 지사,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Newsjeju
▲ 왼쪽부터 좌남수 의장과 원희룡 지사,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Newsjeju

원희룡 지사는 "상처를 입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주도정이 불공정하게 개입했고, 주민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한 일이었다"고 시인했다.

이어 원 지사는 "제주도정의 지난 과오를 이해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는 용단을 내려 준 마을주민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강정마을이 예전처럼 화목하고 풍요로운 마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공언했다.

원 지사는 "250억 원의 기금이 편성됐고, 9625억 원 규모의 지역발전계획 사업도 정부 부처와 협력해 기간 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 되도록 하겠다"며 "오늘 선언이 갈등해소의 끝이 아니라 완전한 해결을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정부에서도 구상권을 철회하고 행정대집행 비용 청구도 직권 취소하는 등 갈등해소 의지를 꾸준히 보여줬지만 여전히 강정주민에겐 고통과 고민이 남아있다"며 "추가 사면 절차가 적극 진행되도록 정부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오늘 선언은 평화로운 강정마을 공동체를 재건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다시 한 번 그간의 아픔에 대해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한 켠에선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가 행사를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외치며 선언식 개최 자체를 반대했다. ©Newsjeju
▲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한 켠에선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가 행사를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외치며 선언식 개최 자체를 반대했다. ©Newsjeju

좌남수 의장도 오늘 행사가 서로의 아픔을 씻고 다시 평화로운 강정마을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좌남수 의장은 "여기만 오면 여러 복잡한 마음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지난 2009년에 제주도의회에서 절대보전지역변경 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처리됐기 때문에 도의회에서도 갈등 촉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의회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좌 의장은 "저 역시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너그럽게 받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좌 의장은 "완전한 치유는 용서로부터 비롯될테지만 강요될 수 없다. 그간 쌓인 아픔과 한을 내려놓고 화합과 상생의 길을 열어 손을 내밀어 준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좌 의장은 "오늘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계기로 갈등과 대립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며 "이젠 주민공동체를 회복시키는데 주력하고, 국책사업에 따른 각종 지원에 힘을 실어드릴 수 있도록 의회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31일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인사말을 낭독한 뒤 '제일강정 만세'라고 외치고 있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31일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인사말을 낭독한 뒤 '제일강정 만세'라고 외치고 있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두 기관의 사과를 공식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강희봉 회장은 "진심어린 사과에 강정주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과거 국가 공권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되고 구럼비 바위가 산산조각이 날 때 심장도 같이 부서지는 것 같아 피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강 회장은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했던 많은 주민들이 범법자가 됐고 그로 인한 고통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며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고 다음 세대도 반드시 기억해야 될 일이지만 갈등과 반목까지 후손에게 물려줄 순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지사가 처음 강정마을을 방문했을 때 한 약속들에 의심이 든 것이 사실이었으나,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며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평했다.

또한 강 회장은 좌남수 의장을 비롯해 위성곤 국회의원과 제주도의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강 회장은 "오늘 같은 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다"며 "지사와 의장의 용기있는 결단과 주민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 주심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공동체회복사업들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돼 완전히 회복된 제일강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다시는 '갈등'이라는 단어가 자리잡을 수 없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은 식전 행사로 아메리카 원주민과 영국 정착민들 사이의 갈등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영상을 배경으로 샌드아트 및 어린이 합창,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및 낙관식 등으로 진행됐다.

▲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축하공연으로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한 원희룡 지사. ©Newsjeju
▲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축하공연으로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한 원희룡 지사. ©Newsjeju
▲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Newsjeju
▲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Newsjeju
▲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강정마을과 제주도정, 제주도의회의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기념하는 캘리그라피 작품 위에 낙관식을 찍고 있다. ©Newsjeju
▲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강정마을과 제주도정, 제주도의회의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기념하는 캘리그라피 작품 위에 낙관식을 찍고 있다.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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