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직 마을이장 총 2,570만원 금전적 이득···사업자 측에서 제공"
변호인 측 "전직 이장에 빌려준 돈이다, 청탁과 무관"
이장 증인신문 "경제적 사정 어려워 빌린 돈"···검찰 "빌린 돈을 왜 아들 명의 통장으로?"
선흘2리 마을회, 사업 찬·반 임시총회 과정도 허술 '도마'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과정에서 금전이 오간 혐의로 전직 이장과 사업자 대표 등이 재판대에 올랐다. 전직 이장은 부정한 돈이 아닌, 순수한 개인 채무를 갚기 위해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판사 강민수)은 '배임수재'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마을이장 정모(53. 남)씨와 '배임증재'가 적용된 테마파크 대표 서모(44. 여)씨·사내이사 서모(이하 S씨. 52. 남)씨 재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전직 선흘2리 마을 이장 정씨는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과 관련해 2019년 마을주민들의 의사를 담당해왔다.

2019년 5월28일 정씨는 선흘2리 마을회관 부근에서 대표이사 서씨의 지시를 받은 사내이사로부터 사업 추진에 유리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원을 지급받기로 약속했다. 

사내이사 S씨는 이튿날 정씨의 집 부근에서 1,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총 1,800만원을 지급했다. 정씨는 또 변호사 선임료 명목으로 동물테마파크 측으로부터 950만원 상당을 대납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취득한 금원을 자신의 아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해 검찰은 '범죄수익금 은닉' 혐의도 추가했다. 

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서씨와 S씨는 사업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전직 마을이장인 정씨에게 부정청탁과 돈을 전달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판단한 공모공동 금원은 2,750만원이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이날 재판에서 증인신문에 나선 전직 이장 정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자신의 개인 채무가 있어서 동물테마파크 측으로부터 돈을 빌렸을 뿐이고, 추후 일을 하면서 돈을 모두 변제했다고 했다. 

검찰은 "사업과 관련해서 마을 갈등이 심한 상황에 굳이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고, 정씨는 "마을 이장 신분으로 주민들에게 돈을 빌리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경찰 조사 초반에는 돈을 받은 사안을 부정했다가 왜 진술을 바꿔 시인했느냐"는 물음에는, "돈을 빌린 것이 마을주민들에게 소문이 날까 봐 그랬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업자 측에게 돈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 명의 계좌가 아닌, 아들 명의 계좌로 받은 사안을 언급하며 '의도성'을 지적했다. 

정씨는 "채무 문제가 복잡해서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되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들 명의 통장으로 받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답변에 검찰은 "피고인의 계좌 내역을 살펴보면, 마을 이장 월급도 매달 들어왔고 다른 사람과 돈을 거래한 내역도 모두 자신의 통장으로 했다"며 "왜 동물테마파크 측에서 받은 돈만 아들 명의로 돌렸느냐"고 재차 따졌다.

정씨는 "(아들 명의로 입금된) 그 당시만 상황이 어려웠다"고 했다. 

재판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마을 모임 등 과정이 허술했던 사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부는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선흘리 4159번지 일원에 58만1841㎡의 면적에 콘도, 승마장, 사육동물 25종 2,200마리 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초 2007년 1월19일 개발사업 시행이 승인됐지만, 공사비 조달 등의 한계로 2011년 1월24일 중단됐다. 지금의 사업자 (주)대명레저 측은 2016년 12월29일 시행승인 변경 신고를 하고 추진해 왔다. 

대명이 인수 후 제주동물테마파크는 호텔, 맹수관람시설, 동물병원, 사육동물 26종 548마리 시설을 개발하겠다고 시행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마을회는 2019년 4월9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사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투표자 109명 중 반대 84표가 나왔다. 이 결과를 토대로 마을회는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임시총회 결과를 두고 변호인 측은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피고 측 변호인에 따르면 2019년 4월9일 열린 '임시총회'는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대립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당시 선흘2리 주민은 약 805명으로 총회에 참석했던 인원은 169명이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주민 존재 여부가 확인이 안 된 이들도 많았지만, 확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갈등으로 투표 전 나갔고, 결과는 반대가 높게 나왔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임시총회 당일 모인 사람들이 주민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쳤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확인을 안했다"는 정씨의 답변에 재판부는 "의결하기 전에 확인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주민이 아닌 사람이 투표를 했다면, 총회 의결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혹시 이장직을 하면서 마을 사람 얼굴을 알기에 확인을 안 했느냐"고 반문했다. 

전직 이장 정씨는 "당시 이주민들이 많이 유입된 시기로 전혀 모른다"고 했다.

재판부는 동물테마파크 사업으로 마을 갈등이 심했으면 신중히 추진했어야 했는데, 절차적 과정을 넘긴 사안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질책했다. 또 사업 추진에 따른 마을 내 찬반 갈등이 심각하다는 사안을 잘 인지하고 있는 이장이 동물테마파크 측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고개를 저었다. 

검찰은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제주도정에 사업 심의와 승인을 중단해 달라는 공문을 세 차례 발송까지 했다가 왜 갑자기 찬성 쪽으로 돌아섰느냐"고 정씨에 물었다. 

정씨는 "원래 저는 사업을 찬성했었는데, 이장 입장에서 결정을 못 내리다가 그렇게 됐다"고 언급했다. 

제주지법 재판부는 4월29일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