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변호사 살인 사주자 밝힐 수 있나
제주지검, 변호사 살인 사주자 밝힐 수 있나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2.08.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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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5일 새벽, 이승용 변호사 흉기에 사망
제주판 미제사건 재수사 끝에 23년 후 '살인' 유죄
1심 '무죄' 판결에 검찰, 보강 수사 '심혈'···항소심 살인 유죄, 징역 12년
검찰 "범행 사주자도 밝혀내겠다" 자신감···진실 공방 줄다리기 승자는?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제주판 미제사건 '이승용 변호사 살인(1999년)'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살인' 혐의가 무죄에서 항소심 재판부에서 유죄로 뒤집어졌다. 

제주지검은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징역 12년 형량을 이끌어냈다"며 "추가 수사로 범행 배후자를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배후자를 공식화하면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게 됐다. 

17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경훈)는 피고인 김모(55. 남)의 '살인'과 '협박'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년6개월 형량을 내렸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김씨는 1999년 8월에서 9월 사이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故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를 손봐주기로 했다. 김씨는 조직폭력배 행동대원 A와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상의하고, 이승용 변호사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사건은 1999년 11월5일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 발생했다. 이승용 변호사는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옛 체신아파트 입구 삼거리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기관은 A씨가 휘두른 특수제작한 흉기에 피해자가 3차례 찔려 숨진 것으로 판단했고, 검찰은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모의해 공모 공동정범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협박 혐의는 피고인이 2020년 10월부터 11월까지 방송국 PD에게 3차례 위협적인 문자를 보낸 사안이 적용됐다. 

당초 제주판 미제로 먼지가 쌓이던 사건은 방송에서 다루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 재수사가 이뤄졌다. 방송은 자신을 과거 '유탁파' 조직원으로 소개한 김씨가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인터뷰가 담겼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경은 지난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2021년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추방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결국 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살인'과 '협박' 혐의로 재판을 이어왔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검은 지난해 8월23일 강력전담 2개 검사실을 투입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업을 통해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1월10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제주지법 1심 재판부는 선고공판(2월17일)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를, 협박 혐의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상당 부분은 가능성에 관한 추론뿐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는 법률적인 판단으로 내렸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면서 검찰은 '계획적 살인' 입증을 위한 보강 수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부검의와 혈흔감정 분석 교수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국과수 혈흔분석 감정서를 추가했다. 또 항소심 쟁점 정리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논리를 차곡차곡 쌓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살인' 유죄 판결의 핵심은 실행범 A씨의 범행은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피고인 김씨는 살인 범행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광주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적어도 피고인은 특수제작된 흉기를 이용해 A씨가 범행에 나설 계획을 알고 있는 등 범행 공모 당시 사망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을 했지만, 용인했다고 본다"고 유죄 사유를 판시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항소심 재판부가 살인 유죄 판결을 하자 제주지방검찰청은 같은 날 오후 <1999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항소심 유죄 선고> 보도자료를 냈다. 골자는 '실체적 진실'이다. 

제주지검 측은 "이번 사건은 시간의 경과로 인한 증거의 산일, 실행범의 자살 등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었다"며 "검찰과 경찰의 적극적 수사와 공소유지 활동에 의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피고인이 상고에 나서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피고인에게 살인 범행을 지시한 배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살인을 지시한 배후자 추적을 선언했지만, 실제 파악 여부는 미지수다. 당시 흉기를 휘두른 A씨는 2014년 8월 자살했다. 결국 20년이 지난 사건에 대한 제보자의 추가 증언이 있기 전까지는 피고인의 실토에 달렸다. 문제는 입장을 번복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없는 피고인의 태도다. 

피고인은 재수사가 이뤄진 시발점인 2020년 방송 인터뷰에서 "조폭 두목의 지시를 받았다"고 배후자로 두목을 처음 지목했다. 그러나 김씨가 지목한 두목은 범행 당시 수감 생활 중으로, 연관성이 떨어졌다.

한국으로 송환돼 경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2021년 8월23일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며 취재진을 향해 "사주인은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배후자에 대한 발언은 얼마 후 다시 바뀌었다. 피고인은 사주인으로 '조직폭력단에 있는 선배'를 지목했다. 

두 번째 배후자로 지목한 조폭 선배는 1심 재판부의 네 번째 공판(2021년 12월23일)에서도 등장했다.

피고인의 언급한 '선배'는 지금은 숨진 인물로, 초기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은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계속해서 피고인은 1심 재판에서 "정치 쪽에 연관된 큰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배후자를 다시 번복했다. '정치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발언은 평소 피고인이 지인에게도 수시로 발언했었다. 

1심 재판부 세 번째 공판(2021년 12월8일)에 나선 증인도 "피고인은 스스로 '제주에서 사고를 친 것이 있어서 고향으로 갈 수 없다. 정치 쪽에 관련된 엄청난 이야기로 언젠가는 책으로 쓸 수도 있고, TV로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시로 말이 번복되는 피고인의 배후자 실체에 대해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묻기도 했다. "변호사를 죽이게 사주한 실체가 누구냐"는 검찰의 질문에 피고인은 "말을 할 것이었다면 이미 했을 것"이라고 응수하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제주도 시민사회단체는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이 당시 정치계 유불리와 맞닿았다고 의심한다. 

지난해 8월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논평을 내고 "변호사 살인사건은 단순 살인이 아닌 당시 지방선거와도 연관성이 있다"며 "살인 교사와 피의자를 살해한 살인자 모두 폭력조직 일원으로, 철저한 배후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세력 연관성 사유로는 1998년 지방선거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년 회장의 양심선언을 도왔고, 폭력조직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변호사가 살해됐기 때문이라는 소견을 내세웠다. 

1심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을 향해 "사건은 1999년도에 발생했다. 그렇다면 당시 제주도내 정치적인 사안은 무엇이 있었느냐"고 우회적인 질문을 던졌다. 피고인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실체적 사주자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현실은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살인 무죄를 유죄로 이끈 제주지검이 '배후자' 수사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전과는 달리 피고인과 진실 공방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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