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주도당 "언론에 보도된 북핵특위 최종보고서 '찌라시'다"
허용진 도당위원장 "100% 오보다. 전술핵 관련 제주 언급한 적도 없다" 주장

수많은 기자들 의문 제기에도 "국힘에서 그 문서 만든 적 없다" 발뺌
허나 정작 손에 든 문서 비교해보니 논란된 내용만 없고 거의 같아...

▲ 국민의힘 제주도당 허용진 위원장. ©Newsjeju
▲ 국민의힘 제주도당 허용진 위원장. ©Newsjeju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제주 전술핵 배치' 논란에 대해 문제의 해당 문건을 '찌라시(가짜 문서)'라고 치부하는 황당함을 보였다.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에도 끝까지 '찌라시'라고 우겼다.

국힘 도당은 27일 제주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100% 오보'라고 반박했다. 허용진 도당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6일 개최됐던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한기호)에서 다뤄진 내용이 최종보고서가 아니며, 특위에서 보고서를 채택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채널A가 회의 직후 한기호 위원장의 인터뷰를 단독보도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채널A는 이날 회의 때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최종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의 핵에 대응하고자 제주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의 보도로 제주지역 언론에서도 해당 문건을 확보해 27일 수많은 언론에서 다뤄졌다. 해당 문건의 문서명은 '특위 최종보고 및 건의사항(총력북핵 대응전략)'이다. 문서 표지 하단엔 국민의힘 로고와 함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라고 명시됐다.

허나 허용진 위원장은 언론에서 보도된 이 문건을 '찌라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게 최종보고서 '원본'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장. 사진=국민의힘.
한기호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장. 사진=국민의힘.

그러자 곧바로 기자회견장에선 해당 문건이 회의자료로 쓰여진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허 위원장은 아주 확신에 찬 어조로 직접 한기호 위원장으로부터 구두로 확인한 것이라며 "결단코 국힘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다. 찌라시라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제주와 관련된 내용 일체가 전혀 없다고도 확신했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문서도 특위에서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택 전 원본문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위원장은 '찌라시'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단에선 "찌라시라고 하는 문서를 보지도 못했다면서 어떻게 그 문건을 '찌라시'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고 항변하자, 허 위원장은 "국힘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서를 배포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허나 수많은 기자들은 국민의힘 관계자로부터 해당 '찌라시' 문건을 확보했다.

또한 허 위원장은 지난 26일 회의 시엔 '찌라시' 문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의 당시에 본인이 없었기 때문에 자료가 배포됐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허 위원장은 한기호 위원장이 이날 회의 직후 채널A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발언을 두고서도 "제주 상황을 잘 몰라 한 오해의 발언"이라고 치부했다. 현장에 없었다면서 제주에 전술핵 배치 관련 내용은 회의에 참석한 일부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도 해명했다. 그저 한기호 위원장에게 전해 들은 것이라고만 할 뿐, 그 일부 개인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지난 26일 회의 진행 때 다뤄졌 '특위 최보고 및 건의사항(총력북핵 대응전략)' 최종보고서 내용.
▲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지난 26일 회의 진행 때 다뤄졌던 '특위 최보고 및 건의사항(총력북핵 대응전략)' 최종보고서 내용. 허용진 위원장 손에 들려있던 '원본'이라는 문서엔 해당 내용이 빠져 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일관하자, 기자단은 허 위원장이 갖고 있는 원본 문건 공개를 요청했다. 

허 위원장이 주장하는 '찌라시'와 '원본' 문건을 비교해보자, '원본'이라는 문서에선 문제의 단락인 '한국/일본으로의 전진배치' 내용이 통째로 빠져 있음이 확인됐고 그 외 다른 내용들은 대부분 일치했다. 표지는 물론 똑같았다. 때문에 허 위원장이 '찌라시'라고 주장하는 문건의 출처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허 위원장의 주장대로 언론에 보도된 문건이 '찌라시'라고 하기엔 '원본'이라는 문서와 너무도 유사했기에 '원본'이라는 문서가 실제론 '찌라시'의 수정된 버전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물론 회의 자료로 배포됐으나, 최종보고서에 대한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니 허 위원장의 주장대로 최종보고서의 내용은 수정됐을 수 있다. 허나 허 위원장은 기자들이 확보한 문서 자체가 국힘에서 생산해 낸 문서가 아니라고 확신에 찬 해명을 했기에 더욱 기자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두 문서는 누가봐도 원본과 수정본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란이 일자 북핵특위에서 해당 문서를 손봤을 수도 있을 거라는 추정도 제기됐다. 허나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했으나, 이미 허용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뜬 상태였다.

한편, 허용진 위원장은 이번 논란을 '해프닝'이었다고 논란을 축소하고, 되려 이를 비판한 오영훈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에게 '대도민 분열 시도'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허 위원장은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현실화 될 것처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 오영훈 지사와 민주당 제주도당의 행태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아직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이때다 싶어 득달같이 달려들어 정쟁의 도구로 선동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해당 논란의 쟁점을 정당간 다툼으로 옮기려 하는 모습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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