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 규모 총 434억 원 규모... 내부유보금으로 돌려, 오영훈 지사 견제용?

제주도정이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으로 편성한 예산 중 10% 이상을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삭감해버려 예산 편성에 따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의회 5개 상임위원회는 16일 오전까지 계수조정을 마무리하고 추경안 심사 결과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회부했다. 5개 상임위 중 농수위를 제외한 4개 상임위에서 단 1원의 증액도 없이 삭감하는 것만으로 계수조정을 마쳤다. 농수위까지 5개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 총액이 이번 추경안으로 증액된 예산의 10%를 넘고 있다.

이번 추경안으로 편성된 증액 총액은 4128억 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5개 상임위 삭감 총액은 434억 원이다. 10.51%에 달한다.

▲ 제주도정과 의회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다른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다. ©Newsjeju
▲ 제주도정과 의회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다른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다. ©Newsjeju

행정자치위원회에선 이번 추경안으로 164억 3000만 원이 증액 편성됐는데 이 가운데 156억 8000만 원을 삭감시켜 버렸다. 무려 95.44%에 달한다. 송악산 사유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심사보류되면서 여기에 편성된 151억 원이 전액 삭감돼서다.

이와 함께 대변인 도정홍보 9억 원 중 2억 원이 삭감됐고, 콘텐츠 제작 8000만 원, 역량강화 프로그램 '차오름' 관련 모든 사업 총액 약 1억 원, 지방공공기관 혁신대회 2000만 원, 출자출연기관 정비 및 제도개선 연구용역 5000만 원, 재정분석 개선방안 연구용역 8500만 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선 74억 1100만 원이 삭감됐다. 소방안전본부에 특별회계로 편성된 '제주형 UAM 신규체험 환경조성' 시설비 2억 9000만 원, 아동 건강체험활동비 지원사업 43억 3100만 원, 가칭 서귀포시 종합사회복지관 운영 및 장비 구입 5억 5500만 원, 복개구조물 정기점검 및 관리비 4억 5500만 원 등의 사업이 일괄적으로 전액 삭감됐다.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서도 삭감액 비중이 76.14%에 이른다. 추경 증액안 78억 1500만 원 중 59억 5000만 원을 감액시켰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금 5억 원을 삭감시키고, 로케이션 유치 지원 5억 원과 중화권 홍보 마케팅 7억 원, 이번 추경 때 신규로 편성 추가된 제주형 문화예술 마을브랜드 발굴 지원사업 4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환도위에서도 삭감 규모가 상당하다. 추경 증액안 199억 4000만 원 가운데 109억 4000만 원이 잘려나갔다. 마라도 해양도립공원 육상부 내 사유지 매입 10억 원과 15분 도시 홍보 다큐 제작 7000만 원, 제주대학교 버스회차지 조성 토지매입비 88억 7000만 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또 공공주택 건립부지 매입 100억 원 중 10억 원이 줄었다.

특히 제주대 버스회차지 조성계획에 대해선 환도위가 관련 공유재산계획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예산 심의 단계에선 전액 삭감시켜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환도위는 '사업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농수축경제위원회는 34억 2000만 원을 감액했다. 이 가운데 6억 8065만 원을 반드시 추가 투입돼야 하는 1차 산업에 증액시키기로 하고, 나머지 27억 3936만 원을 내부유보금으로 전환했다. 농민수당으로 편성된 177억 6000만 원 중 10억 원을 잘랐으며, 신규로 추가 편성된 메타버스 구축 개발사업비 5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소상공인 및 융자지원 융자지원 사업 10억 원 중 5억 원 등이 잘려나갔다. 

농수위에서만 1차 산업 필수 경비로 6억 8065만 원을 증액시키고 나머지 약 427억 원 가량을 '내부유보금'으로 돌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서 집행부는 예결위 심사 도중 의회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의견 조율에 나서야 하나 화해 무드가 전혀 형성되고 있질 않다.

이날(16일) 예결위 심사 첫 날부터 양경호 예결위원장이 집행부를 향해 "소통이 안 된다"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의회의 의결기능을 훼손시키는 제주도정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원희룡 도정 초기 시절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엔 이번과 같은 추경안이 아니라 2015년 본 예산 편성 때였다. 의회가 관행대로 의원사업비를 반영해 증액하자 원희룡 전 지사는 '부동의'를 선언해버렸고, 이에 의회는 증액 없이 무려 1682억 원을 삭감하고 통과시켜 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때에도 1억 9200만 원을 예비비로 돌리고, 나머지 1680억 원을 모두 내부 유보금으로 전환 처리했다.

이번에도 이 때처럼 예산 부동의 사태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상태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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